"선수는 기계가 아니다"… FIFPRO, 선수 혹사 막는 과학 기준 제시

이규원 기자 2025. 6. 14. 0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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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가 혹사 우려가 짙어진 글로벌 축구 일정을 겨냥해, 선수 보호를 위한 과학적 기준을 발표하며 축구계에 강한 경고 메시지를 전달했다.

2025-26 시즌부터 32개 팀 체제로 확대되는 FIFA 클럽 월드컵 등 국제 경기 일정이 사실상 포화 상태에 이른 가운데, 지난 12일(이하 현지시간) FIFPRO는 70명의 전문가 합의에 기반한 '12가지 최소 안전 기준'을 제시하며 즉각적인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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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럽 주요 리그 선수 중 권장 휴식 보장 비율 13% 불과
해리 케인 “선수 의견은 반영되지 않는다”

(MHN 나웅석 인턴기자) 국제축구선수협회(FIFPRO)가 혹사 우려가 짙어진 글로벌 축구 일정을 겨냥해, 선수 보호를 위한 과학적 기준을 발표하며 축구계에 강한 경고 메시지를 전달했다.

2025-26 시즌부터 32개 팀 체제로 확대되는 FIFA 클럽 월드컵 등 국제 경기 일정이 사실상 포화 상태에 이른 가운데, 지난 12일(이하 현지시간) FIFPRO는 70명의 전문가 합의에 기반한 '12가지 최소 안전 기준'을 제시하며 즉각적인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전문가 70인의 합의, 과학 기반 '12가지 최소 보호 기준'

FIFPRO의 12가지 가이드라인 중 일부

FIFPRO는 6월 12일, 축구계 의료·경기력 전문가 70명이 참여한 델파이 연구(Delphi Study) 결과를 공개했다.

이번 연구는 10년 이상 클럽 및 국가대표팀에서 활동한 전문가들의 독립적인 견해를 수렴해, 75% 이상 합의가 이뤄진 항목만을 기준으로 삼았다. 이는 선수 혹사 문제와 관련해 현재까지 가장 광범위한 과학적 공론의 결과로 평가된다.

주요 기준은 다음과 같다. '최소 4주간 오프시즌 보장' (이 중 최소 2주는 훈련 및 팀 의무로부터 완전히 자유로워야 한다.), '시즌 중 의무 휴식기(Mid-season break) 도입', '복귀 전 최소 4주의 재훈련 기간 확보', '장거리 원정 후 일정 조정 의무화', '만 18세 미만 유소년 선수에 대한 별도 보호 조항 마련'으로 구성된다.

빈센트 구테바르헤 FIFPRO 의료국장은 "이번 기준은 선수의 정신적·육체적 부담을 가장 잘 이해하는 독립 전문가들의 합의에 따른 것"이라며, "선수 건강이 우선이라면 이 조치들은 선택이 아닌 필수"라고 강조했다.

데이터로 확인된 '혹사 현실'...회복 없는 시즌

FIFPRO의 '선수 워크로드 모니터링(PWM)' 보고서에 따르면, 유로 2024와 코파 아메리카에 참가한 유럽 5대 리그 선수 중 FIFA가 권장한 28일 이상의 휴식일을 부여받은 선수는 단 13%에 불과했다.

특히 클럽 월드컵 참가 선수들의 일정은 더욱 과중하다. 일례로, 페데리코 발베르데(레알 마드리드, 우루과이)는 오는 클럽 월드컵 대회 시작 전까지 2024-2025 시즌에서 이미 5,971분을 소화했다.

엔소 페르난데스(첼시, 아르헨티나)는 시즌 중 총 28차례의 국제 이동을 경험했고, 라민 야말(바르셀로나, 스페인)은 17세의 나이에 60경기를 뛰었으며, 그의 동료 페드리는 67경기 중 81%를 충분한 회복 없이 소화했다.

"우리는 무시당하고 있다"...불만, 법적 대응으로
선수들의 피로 누적에 대한 불만은 이미 한계를 넘어섰다. 지난 3월 25일, FIFPRO는 해리 케인의 발언을 인용해 "솔직히 선수들의 목소리는 반영되지 않는다고 느낀다"며, 경기 일정 결정 과정에서 선수들의 의견이 충분히 고려되지 않고 있음을 지적했다.

이에 따라 FIFPRO 유럽, 유럽리그, 스페인 라리가는 2024년 10월, 국제 경기 일정과 클럽 월드컵 강행과 관련해 FIFA를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에 제소했다.

이들은 FIFA가 대회 주최자이자 규칙 제정자라는 이중적 위치에 있으며, 선수 노조 등 이해당사자와의 실질적 협의 없이 결정을 강행한 것이 EU 경쟁법에 위배된다고 주장하고 있다.

"과학적 기준은 협상의 대상이 아니다"

FIFPRO는 "조종사에게는 의무 휴식이, 건설 노동자에게는 보호 장비가 필수인 것처럼, 축구 선수에게도 신체적 요구와 부상 위험을 고려한 글로벌 보호 기준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번에 제시한 12가지 기준은 "논쟁이나 협상의 대상이 아닌, 세계 축구계가 반드시 채택해야 할 '최소한의 건강 및 안전 기준'"임을 분명히 했다.

과학적 합의와 법적 대응이라는 이중 압박을 앞세운 선수 노조의 요구에 대해 FIFA와 각국 협회가 어떤 입장을 내놓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사진=FIFPRO 공식 홈페이지, FIFPRO 세이프가드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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