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피고 지는 사랑과 이별, ‘꽃, 별이 지나'

이준도 2025. 6. 13. 23: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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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 별이지나'를 연출한 민준호 감독(가운데)과 출연 배우 이희준(왼쪽), 진선규. 이준도기자

색색의 꽃이 군데군데 피어난 여러 개의 화분, 그 앞에 놓인 의자 두 개 그리고 작은 난간이 있는 무대. 이곳에서 꽃으로 피어나 별처럼 진 사람들의 이야기가 그려졌다.

오산문화재단은 13일 오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기획 공연 연극 '꽃, 별이지나'를 개최했다.

'꽃, 별이지나'는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20주년 퍼레이드 세 번째 작품으로 제작된 신작이다. 이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아픈 선택에 대해 인지하고, 이겨낼 수 있는 힌트를 건네기 위해 만들어졌다.

민준호 감독이 연출한 이번 공연에서는 배우 김지현(미호), 진선규(정후), 이희준(희민) 등 공연배달서비스 간다의 원년 멤버와 이다아야(할머니), 임세미(지원)가 무대에 올랐다.

공연에 앞서 민준호 감독은 "이번 공연을 통해 아픈 상처와 힘든 기억을 치유할 수 있는 따뜻한 위로가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꽃, 별이지나' 공연 모습. 사진=오산문화재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작품은 제주도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미호를 극의 중심인물 삼아 전개된다.

홀로 치매에 걸린 외할머니를 모시고 사는 미호의 친오빠 정후의 이야기와 미호의 친구인 희민과 지원의 풋풋한 사랑 이야기를 그리는 작품은 여러 형태의 사랑과 이별을 표현한다.

술에 취한 최악의 모습으로 고백한 희민과 그 고백을 받아준 지원이 만들어가는 두 인물의 이야기는 달콤한 시작부터 변해가는 서로의 감정을 묘사한다.

세상에 둘밖에 존재하지 않는 듯한 연애 초반부의 감정과 왜곡된 오해 속에 맞이하는 비극적인 이별을 그려내는 희민과 지원의 이야기는 왜인지는 모를 설렘과 불안함, 그 중간 어딘가의 감정을 미묘하게 녹여낸다.

정후는 때로는 초등학생으로, 때로는 10대 소녀가 되는 할머니를 사랑으로 품는다. 할머니의 도돌이표처럼 되풀이되는 질문과 엉뚱한 행동은 할머니에 대한 정후의 사랑을 더욱 강조한다.

힘든 현실에 더해 치매에 걸린 할머니를 모시는 것이 점점 피로한 정후지만, 여행을 가고 싶다는 할머니를 어깨에 올려 비행기를 태워주고, 할머니를 업고 산책하며 자장가를 불러주는 모습은 쌓여가는 지침마저 사랑으로 승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꽃, 별이지나' 공연 모습. 사진=오산문화재단, 공연배달서비스 간다

극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배우들이 비현실적인 움직임으로 묘사하는 몸짓의 언어다. '극대화된 신체 움직임으로 표현하는 피지컬 시어터'라는 공연 설명처럼 미호의 독백 속에 존재하는 배우들의 몸짓은 인물들 내면에 자리한 감정의 요동을 자라고, 엉키고, 시드는 식물의 움직임으로 형상화해 관객에게 전한다.

자신이 키우는 강아지 '다루'에게 말하며 이뤄지는 미호의 독백은 극의 전체적인 맥락을 이끈다. 가족인 정후와 외할머니, 친구인 희민과 지원을 바라보며 이들의 상처를 긴 대사로 처리하는 장면은 작품과 관객을 잇는다.

미호가 2인칭 시점에서 극 중 인물들을 바라본 관점, 그리고 관객들의 관찰자 시점에서 마주한 작품의 교차 지점을 만들어내는 미호의 독백은 극 전체의 메시지를 관통시킨다.

꽃으로 태어나 별이 된 사람들의 이야기를 전하는 작품은 누군가는 이미 겪었을 아픔이나 앞으로 겪게 될 상처도 인지하고 치유한다면 이겨낼 수 있다는 힌트를 전한다.

배우들의 무대 인사 후에는 극 내내 "멍멍" 소리로만 등장했던 강아지 '다루' 인형도 관객에게 인사를 건네기 위해 무대에 선다.

미호의 모든 이야기를 들어준 다루를 통해 꽃처럼 피어나 별처럼 진 사람들의 이야기를 만난 관객들은 배우들이 모두 퇴장한 후에도 무대에 남아 뛰어다니는 강아지에게 가장 큰 박수를 보냈다.

연극 '꽃, 별이 지나'는 오는 14일에도 오산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공연을 이어간다.

이준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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