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몸병이 당뇨·치매 위험 높인다"…구강 건강을 위한 4가지 습관
하루 세 번 칫솔질을 하고도 잇몸이 붓고 피가 난다면, 단순한 구강 위생 문제로 넘겨서는 안 된다. 최근 연구들은 '잇몸병'이라 불리는 치주염이 단지 입속 질환이 아니라, 심혈관질환과 당뇨, 치매 같은 전신 질환과 깊은 연관이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발표한 '2019년 이후 다빈도 상병 통계자료'에 따르면, '치은염 및 치주질환' 환자 수가 이전까지 1위를 차지했던 '급성 기관지염'을 제치고 3년 동안 1위를 기록했다. 이는 감기보다 잇몸병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이 더 많다는 뜻이다. 전문가들은 치주염이 심혈관질환, 당뇨병, 치매 등 주요 만성질환과 밀접하게 연관돼 있는 만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치과 치주과 김현 교수(고려대학교 안산병원)는 "치주염은 그 자체로 치아 상실로 이어질 수 있는 위험한 질환일 뿐 아니라 심혈관질환, 당뇨, 치매 등 비감염성 만성질환(non-communicable diseases, NCDs)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는 점에서 전신 건강에 큰 위협이 될 수 있다"라고 경고했다.
잇몸 염증이 심장을 위협한다
중증 치주 질환을 앓고 있는 환자는 심근경색, 고혈압, 동맥경화와 같은 심혈관질환 발병률이 19~34%까지 높아진다는 연구 결과가 있다. 그렇다면 어떻게 잇몸 건강이 심혈관 건강에까지 영향을 미치는 것일까? 김현 교수는 "누구나 잇몸 색이 핑크색을 띠는 이유는 혈관이 많이 분포하기 때문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 그만큼 잇몸은 혈관 순환계를 통해 외부 물질들이 인체 내부로 유입될 수 있는 관문이 되므로, 심혈관계와 직접적인 연관성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치주염이 악화하면 구강 내에 P. gingivalis 같은 병원성 세균의 군집이 비정상적으로 증가한다. 이 세균은 혈류를 타고 전신으로 퍼지거나, 면역 반응을 유도해 염증성 사이토카인(IL-1, IL-6, TNF-α) 분비를 촉진하고 혈관 내피세포를 자극한다. 이러한 자극이 오랫동안 누적되면 혈관 내에 죽상경화반(atheroma)이 형성되어 혈관이 좁아지고 혈류 흐름이 원활하지 않게 된다. 그 결과 고혈압, 허혈성 심장질환, 동맥경화증 등 심혈관 질환을 악화될 수 있다.
혈당 잡으려면 잇몸부터 챙겨야
치주 질환과 당뇨병의 관계에 대해서도 많은 연구들이 진행되어 왔으며, 상호 연관성이 깊다는 결과가 많이 발표되었다. 김현 교수는 "2017년 세계당뇨병연맹(IDF)과 유럽치주과학연맹(EFP)은 '당뇨병의 제6합병증'으로 치주 질환을 언급한 바 있다"라며 "이 두 질환은 서로 악화 요인을 주고받는 쌍방향적 관계"라고 설명했다. 즉 치주염이 심하면 혈당 조절이 어려워지고, 혈당이 장기간 조절되지 않으면 잇몸 염증이 악화하는 악순환에 빠지게 되는 것이다.
실제로 심한 치주염 환경에서는 인체의 면역계와 병원성 세균 사이의 상호작용으로 구강 내 염증성 사이토카인의 혈중농도가 높아진다. 이러한 염증성 매개인자는 세포 내 인슐린 수용체의 신호 전달을 방해해 인슐린 저항성을 유발하고, 간·근육·지방조직에서의 인슐린 작용을 억제해 결과적으로 혈당 조절을 어렵게 만든다.
한편, 조절되지 않는 당뇨 역시 잇몸에 악영향을 준다. 김 교수는 "당뇨가 있으면 피가 끈적해진다고 생각하면 된다. 이는 혈액 내 단백질, 지질 등이 비정상적으로 당화되어 최종당화산물이 축적된 결과다"라며 "이런 변화는 혈류 감소로 이어져 잇몸 조직의 회복력 감소 및 콜라겐 분해를 촉진하고 염증 반응을 더욱 심화시켜 치주염에 의한 잇몸 파괴를 가속화한다"라고 설명했다.
치주 원인균, 뇌에 침투해 알츠하이머병 유발할 수도
치주 질환이 치매 같은 뇌신경학적 질환과도 연관될 수 있다는 사실도 밝혀지고 있다. 치주염의 주요 원인균이 혈류나 신경 경로를 따라 뇌에 침투해 알츠하이머병 발병을 유도할 수 있다는 보고가 잇따르고 있는 것이다.
김현 교수는 "2013년에 알츠하이머병 환자 10명의 뇌 조직을 분석한 연구를 보면, 4명에게서 P. gingivalis에서 유래한 독소인 LPS, gingipain이 검출됐다"라면서 "이는 치주 원인균이나 이들이 생성한 독소가 뇌혈관장벽을 통과해 뇌에 침투하면 만성 염증, 아밀로이드 침착, 뇌 위축 등을 유발해 점진적인 인지 기능 저하로 이어질 수 있음을 시사한다"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치주염으로 다수의 치아가 상실되면 음식을 제대로 씹기 어려워지고, 그로 인해 뇌로 가는 혈류량이 감소하면서 뇌 대사와 신경 활동이 저하돼 인지 기능 저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김 교수는 "인지 기능이 떨어지면 양치질이나 치주 관리도 어려워지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치주 질환을 예방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라고 강조했다. 다음은 김 교수가 전하는 구강 관리법이다.
<건강한 치아와 잇몸을 유지하기 위한 습관 4>
이진경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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