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귀'에 '귀궁'까지… SBS의 'K-오컬트' 흥행사
SBS의 오컬트 드라마들 성공 비결은

K-학원물, K-장르물, K-로맨스 붐 속에서 K-오컬트가 주춤하고 있다. '부산행' '킹덤' 등 당초 K-드라마의 글로벌 신드롬을 일으켰던 K-오컬트가 최근 들어 힘이 빠진 모양새다. 이 가운데 SBS가 '악귀'와 '귀궁'을 연달아 내놓으면서 오컬트 IP를 지속,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그간 히어로 주인공을 내세운 액션물로 단맛을 봤던 SBS는 여러 장르를 포진하며 K-드라마의 스펙트럼을 넓히는 중이다.
올해 상반기 가장 함박웃음을 지은 방송사는 단연코 SBS다. 금토극 '나의 완벽한 비서' '보물섬' '귀궁'으로 트리플 히트를 기록한 SBS는 드라마를 향한 지속적인 투자와 기획을 흥행 비결로 꼽았다. '나의 완벽한 비서'는 K-로맨스 부흥기라는 적절한 타이밍에 등장, 이준혁과 한지민의 브랜드 가치를 높였고 최고 시청률 11%(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 전국 가구 기준)로 종영했다.
SBS는 '커넥션' '지옥에서 온 판사' '열혈사제2' '모범택시' 등 장르물의 성격이 짙은 드라마들을 주로 금토극에 몰았다. '보물섬' 역시 이러한 전략의 일부다. 과거 주말극이 치열한 경쟁을 펼쳤다면 요즘의 격전지는 금토극이다. 여기에 SBS는 금토극에 사활을 걸듯 화려한 캐스팅과 몰입도가 높은 액션, 스릴러 등을 버무린 작품들을 차례로 배치했다. '보물섬'은 최종회 15.7%로 종영했는데 이는 올해 미니시리즈 중 최고 성적이다.
이 가운데 '귀궁' 또한 기대 이상의 수치로 SBS의 기세를 이었다. '귀궁'은 이무기의 빙의라는 흥미진진한 소재와 흥미로운 궁중 미스터리, K-귀물 에피소드로 전 세계에 K-귀물 판타지의 매력을 전했다. '귀궁'은 8주 연속 동 시간대 시청률 1위, 토요 미니시리즈 1위를 거머쥐며 염원하던 두 자릿수 시청률인 11%로 종영했다. 같은 날 방영된 MBC '노무사 노무진'은 2%대로 추락했다.
그간 SBS는 금토극을 통해 로맨스, 장르물, 판타지 사극 등 다양한 장르를 선보였다. 시청률부터 화제성 확보까지 나란히 선두를 지키면서 타 방송사와 격차를 벌리고 있다. 드라마 명가로 불리던 tvN이나 라이벌 구도였던 MBC를 일찌감치 따돌리면서 정상의 위치를 공고히 했다. 여기에 SBS는 포맷 판매와 글로벌 OTT 서비스로도 수익을 톡톡히 보고 있다.
눈여겨볼 점은 '귀궁'이나 '악귀'처럼 리스크가 큰 장르까지도 SBS가 아우른다는 것이다. 먼저 '귀궁'은 판타지 사극을 기반으로 한국만의 오컬트 문화를 절묘하게 엮어냈다. 기존의 오컬트 문법에 변주를 더하면서 신선한 재미를 꾀했다.
특히 한국 전통 설화에서 모티브를 얻은 다양한 귀물들을 다른 관점으로 접근해 귀물의 한(恨)과 상처를 들여다보는 식의 에피소드로 서사를 진행했다. 작품에 등장하는 팔척귀·수살귀 옥임·야광귀·수귀 막돌·외다리귀 등 다른 콘텐츠에서도 다뤄진 한국식 귀물을 보다 색다르게 묘사하면서 기시감을 덜었다.
'귀궁'의 메가폰을 잡은 윤성식 감독은 "오컬트 장르에만 국한되지 않고, 로맨틱 코미디와 휴먼 드라마가 적절히 배합된 혼합 장르의 드라마라는 점에서 폭넓은 공감을 얻었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 작품은 귀신을 공포와 경계의 대상이 아니라 연민과 공감의 대상으로 접근하는 점이 이색적이다. 이런 점이 오컬트라는 장르에 대한 선입견을 깨고 신선한 매력으로 다가갈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밝혔다.
이러한 '귀궁'의 흥행 열풍은 국내 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이어지는 중이다. 그간 한국형 설화와 한국형 귀신이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았다는 것을 감안한다면 기분 좋은 순풍이다. 글로벌 OTT 플랫폼 뷰 기준 '귀궁'은 홍콩·태국에서 2주 연속 1위를 기록, 인도네시아, 싱가포르, 말레이시아 등까지 동남아 주요 5개국에서 모두 톱3를 기록했다.
이러한 해외 반응에 대해 윤 감독은 "기획 단계에서부터 글로벌한 공감을 이끌어내는 것을 지향하기도 했다. '귀궁'은 한국의 전통설화에 등장하는 매우 한국적인 귀신들을 다루고 있지만, 귀신을 공포가 아닌 공감의 대상으로 풀어낸 한국 특유의 '한'이라는 정서가 인류 보편의 감성에 호소할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특히 아시아권은 나라마다 각기 다른 토속신앙이 존재하지만 그 근원에는 불교와 도교의 세계관이 공유된다. 범동양적 세계관 안에서 가장 한국적인 소재와 정서가 이색적인 매력으로 보편적인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었던 것 같다"라고 짚었다.
지난 2023년 6월 방영된 '악귀'는 악귀에 씐 여자 구산영(김태리)과 그 악귀를 볼 수 있는 남자 염해상(오정세)이 의문의 죽음을 파헤치는 한국형 오컬트 미스터리다. '킹덤'으로 조선판 좀비를 탄생시킨 김은희 작가의 작품으로 방영 당시 한국형 오컬트 미스터리 장르를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악귀'의 경우 익숙하면서도 생소하기도 한 민속학을 주제로 삼았다. 국내외 대부분의 오컬트 장르가 서양 스타일의 귀신과 퇴마 의식에 집중하는 데 비해 김은희 작가는 민속학의 문헌과 민간 신앙을 소재로 삼으면서 차별화를 노렸다. 김 작가는 실제로 민속학, 토속 신앙, 설화를 깊게 연구했고 실제로 교수와 문화재청 공무원 등을 만나면서 한국판 오컬트 장르를 완성시켰다. 이러한 작품성을 인정받아 '악귀'는 2024년 개최된 뉴욕 페스티벌 TV&필름 어워즈에서 SF/판타지/호러 드라마 부문 동상을 수상했다.
우다빈 기자 ekqls0642@hankookilbo.com
Copyright © 한국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휴가 간다" 해 놓고 이란 허 찌른 이스라엘 네타냐후 | 한국일보
- 경찰출석 불응하고 상가 활보하는 윤석열 | 한국일보
- '올해 73세' 박영규, 25세 연하 미모의 아내 최초 공개 | 한국일보
- 사표 안내고 출근도 안하는 '尹정부 어공' 해임 절차 밟는다 | 한국일보
- 일제가 조선인 '인육' 먹이고 학살… '밀리환초' 희생자는 전남도민 | 한국일보
- 지드래곤, 청소년 알코올중독 치료 위해 8억 8천만 원 기부 | 한국일보
- 은지원, 이혼 13년 만에 재혼 발표 "최근 웨딩사진 촬영" | 한국일보
- 오광수 민정수석 사의 표명...李 정부 첫 고위공직자 낙마 사례 가능성 | 한국일보
- "기적 같은 일"…인도 여객기 생존자, 뚜벅뚜벅 걸어나왔다 | 한국일보
- "이준석 여가부, 아이유 문체부"... 장관 후보로 누가 추천됐나 봤더니 | 한국일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