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완의 주말경제산책] 위험자산 기꺼이 즐기는 한국인
도박중독 빠질 확률도 높아
금융 문해력 등 뒷받침될 땐
주식·장기채권 든든한 수요
최근 가상자산 하루 거래량
주식 거래량 넘어설 때 많아
위험자산 선호도의 한 단면

주식을 사고팔아서 돈을 벌고 싶어하는 사람들도 있지만 주식을 공부의 대상으로 삼는 사람들도 있다. 나 같은 사람이 그런 사람인데 막상 현실에서 주식투자자들에게는 별로 도움을 주지 못한다. 그럼에도 공부하는 사람들에게 주식은 확실히 매력적인 주제다. 변동성이 크기 때문이다. 가만히 있는 것보다는 변화하는 것들에 관심이 더 갈 수밖에 없다.
사실 주식 가격만큼 변화무쌍한 현상은 인간 사회에도 잘 없지만 자연 현상에서도 드물다. 주식을 공부로 하다 보면 일반투자자들이 별로 관심이 없는 위험 회피(risk aversion)가 주된 관심사가 된다. 주식시장의 모든 것이 고정되어 있을 때 투자자가 '얼마나 겁이 많아?' 하는 정도가 주식의 수요를 결정하고 결국 주식의 가격을 결정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위험 회피는 나라마다 다르고, 성별로도 다르고, 나이별로도 다르다. 나라마다 위험 회피 정도가 다른 것이 흥미로운데 아마도 그 나라의 문화·역사·종교 등에 영향을 받으며 오랜 기간에 걸쳐서 축적된 결과일 것이다.
여기서 우리나라와 다른 선진국의 위험 회피를 비교하여 보자. 위험 회피 정도를 구하려면 이름도 어려운 '소비 효용함수에 기반한 자산가격 결정이론'을 이용하게 되는데 산수를 활용해 결과식만 말하면 이렇다. 주식시장 위험 회피 정도=(주식수익률-안전자산 수익률)의 기대치×소비의 증가율/(주식수익률의 표준편차)가 된다.
위 수식의 각 변수에 적절한 값을 대입하면 우리나라 주식시장 위험회피 지수는 약 0.3이다. 위의 표에서 같은 방법으로 미국, 영국, 일본의 위험회피 지수를 구해보면 각각 30, 15, 7의 값으로 계산된다. 미국 투자자들의 위험 회피가 가장 강하고 한국 투자자의 위험 회피가 월등히 약한 것을 알 수 있는데 이는 상대적으로 한국인은 '위험한 자산을 선호한다'는 뜻이다. 결국 한국의 투자자들은 다른 나라 투자자들에 비하여 주식과 같이 위험한 자산을 선호한다는 의미다.
주식시장에서 한국인의 낮은 위험 회피 성향, 즉 위험한 투자를 하게 되는 근거들이 몇 가지 더 있는데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상자산 거래량, 파생상품 거래량, 그리고 도박중독 유병률이 그것이다. 우리가 알다시피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자산은 일반 주식에 비하여 투자의 위험도 크고 옵션상품 같은 파생상품도 마찬가지다. 또한 도박이란 것이 돈을 잃게 되는 걸 알면서도 하는 대표적인 위험한 행동이다. 도박중독 유병률은 도박을 하였을 때 중독으로 빠지는 비율이다.
주요 선진국들과 우리나라의 값들을 위의 표에서 비교했는데 상당히 재미있는 일관된 결과들이 보인다. 한국 투자자들은 미국, 영국, 일본과 같은 선진국들과 비교하여 GDP 대비 가상자산과 파생상품의 거래를 훨씬 더 많이 하고 있으며(각각 72%와 150%) 한국인들은 도박에 노출되었을 때 중독에 빠지게 될 확률도 훨씬 높다(6%).
이 글을 마치면서 두 가지 이야기를 더 해야 할 것이다. 첫 번째는 한국인들이 상대적으로 위험한 자산을 좋아한다는 점은 자본시장 발전의 중요한 밑거름이 된다는 것이다. 우리나라는 전 세계에서 대학교 이상 교육을 받은 성인의 비율이 가장 높은 나라인데 이들이 위험을 이해하면서 투자한다면 주식과 장기 채권에 대한 수요가 기본적으로 튼튼하다 할 수 있다.
두 번째로 주식시장의 위험회피 지수를 도출하기 위하여 사용한 자산가격 결정이론은 아름답지만 현실에서 맞지 않기 때문에 주식시장 위험회피 지수를 너무 믿지 말아 달라고 부탁드리고 싶다. 참고로 자산가격 이론의 설명력을 높이려고 시대를 주름잡던 경제학자들이 지난 40년간 노력하였지만 별다른 성과가 있지 못하였다. 자산가격 이론이 맞는다면 많은 경제학자들이 주식을 사거나 팔아서 이미 부자가 되었어야 할 것이지만 주식으로 부자가 된 경제학자는 정말로 드물다.
아! 한 가지 더 한국인의 위험 사랑이 드러나는 현상이 있다. 최근에 우리나라에서 가상자산 일일 거래량이 주식시장(코스피+코스닥) 일일 거래량을 넘는 날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 본 칼럼은 필자 개인의 의견으로 자본시장연구원 의견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김세완 자본시장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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