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겨레, 탐사팀 해체 공지에 기자들 반발
이주현 뉴스룸국장 "특검 돌아가는데 인력 턱없이 부족"...한겨레 구성원 40명, 탐사팀 존속 요구 성명
[미디어오늘 김예리 기자]

한겨레가 탐사팀 해체를 포함한 조직개편 방침을 공지한 뒤 편집국 기자들의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일부 구성원들은 탐사팀의 존속을 요구하는 연서명을 제출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주현 한겨레 뉴스룸국장(편집국장)은 지난 9일 편집국 공지 메일로 이달 예정된 인사 개편 소식을 알렸다. 이 국장은 “한겨레21 소속으로 중장기 기획보도를 해왔던 탐사팀의 역할과 활동 목표를 변경하려고 한다”며 “탐사팀은 깊이 있는 기획물로 한겨레 존재 가치를 보여주는 활동을 해왔다. 다만 내란 사태를 거치면서, 현재 한겨레 뉴스룸에 시급한 것은 윤석열 정부에서 이뤄졌던 국정농단, 내란 사태를 둘러싼 전모를 파헤치고 진실을 추적하는 일”이라고 했다.
이 국장은 “다음달부터 채상병, 김건희, 내란 사태 등 3개의 특검팀이 돌아가게 된다. 어느 때보다도 '스트레이트 단독, 스트레이트 탐사'가 필요한 시점”이라며 “사회부 법조 및 이슈팀은 이를 가장 효율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조직이다. 여기에 역량을 집중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현재 운영 중이던 탐사팀을 당분간 해체하고, 내란사태와 윤석열 정권의 비리 취재를 법조팀과 이슈팀 중심으로 해나간다는 뜻이다. 이 국장은 “탐사 기능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라며 “중요 이슈에 대해서는 이에 적합한 역량 있는 구성원을 중심으로 일정 기간 활동하는 유닛 형태의 팀을 짜서 운영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어 “정국이 어느 정도 안정되고 뉴스룸에 여력이 생긴다면 다시 별도의 탐사팀을 꾸릴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이에 한겨레 뉴스룸국 구성원들은 탐사팀 존속을 요구하는 연서명을 냈다. 구성원 40명은 12일 최우성 대표이사와 김영희 편집인, 뉴스룸 국장단에 이메일을 보내 “탐사팀의 존속을 요구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들은 “지난 10여년 간 부침은 있었지만 한겨레 편집국에 탐사팀이 없었던 적은 없었다”며 “목욕물 버리려다 아이까지 버리겠다고 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들은 이 국장이 인사개편 취지로 '스트레이트 단독, 스트레이트 탐사'를 강조한 것을 두고 “탐사보도에 대한 오해이자 탐사팀에 대한 불인정”이라고 했다. 이들은 “200명이 넘는 기자 가운데 단 3명에 불과한 초미니 탐사팀을 해체해 재배치한다고 3개 특검 국면에서 '스트레이트 단독, 스트레이트 탐사'가 강화되는 것은 아닐 것”이라며 “왜 그런 앞뒤가 맞지 않는 조어로 우리가 오랫동안 지켜온 탐사 보도의 가치와 효용성에 폄훼하는지 이해하기 어렵다”고 했다.
이들은 지난 1년여 간 뉴스룸국 운영이 탐사팀에 '힘 빼기' 하는 방향으로 이뤄졌다고 했다. 이들은 “탐사팀은 '당장의 효율'을 둘러싼 이러저러한 눈초리와 압박에 맞서 한겨레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고, 평판에 기여하며, 한겨레만의 저널리즘을 만드는데 주요한 역할을 해왔다고 자부한다”고 강조한 뒤 탐사팀이 1년 간 내놓은 이른바 스트레이트 단독과 보도실험 사례로 강혜경 녹취록, 명태균 PC, 명태균-윤석열 게이트, 윤석열 정부 비리와 성매매 건물주 기획, 헌옷 추적기 등을 언급했다.
성명에 이름 올린 A 기자는 통화에서 “권력 감시를 중시하는 것이 국장단의 전반적 기조로 보이는데, 그 수행 방식을 출입처 중심의 스트레이트 단독으로 여기는 부분이 아쉽다”고 했다. 이어 “한겨레란 조직이 편집국 규모와 기자 숫자로 볼 때 작은 조직이 아닌 만큼 다채로운 방식의 보도 실험이 필요하다”고 했다.
B 기자는 “현 국장 체제에 출입처 중심주의가 강화됐다. 신문을 만들어야 하니 불가피한 측면은 있지만 한겨레의 강점이던 탐사와 스페셜콘텐츠는 약화됐다”며 “탐사보도의 필요성은 '빨리 쓰기' 경쟁의 쓸모에 대한 회의와 반성의 측면에서 2000년대 초반 대두됐는데, 이번 탐사팀 해체 배경에 탐사팀을 고비용-저효율로 보는 퇴행적 태도가 보인다”고 했다.
한겨레 이주현 뉴스룸국장은 같은 날 저녁 성명을 제출한 기자들에게 “현재 정세 및 뉴스룸의 인력 상황”을 고려할 때 탐사팀 해체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의 이메일 답변을 보냈다. 이 국장은 “선택과 집중이 중요한 국면인데 인력은 너무 부족하다”며 “당장 3개 특검이 굴러간다. 그동안 밝혀지지 않은 팩트들이 수도 없이 터져나올 것인데, 인력 추가 투입 없이는 이를 깊게도, 넓게도 취재할 수 없다”고 했다. 이어 지난해 연말에 비해 수습기자와 정년퇴임자를 제외하고 뉴스룸 인력이 10~12명 줄어든다고 전했다.
이 국장은 “탐사팀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밝힌 것은 충분히 존중한다”며 “정국이 어느 정도 안정되면 탐사를 전담하는 단위를 꾸려 한겨레 탐사의 명맥이 끊이지 않도록 하겠다”고 했다. 이어 “회사와 노조가 합심해 머리를 맞대고 인력난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지 해법을 찾는 것 또한 급선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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