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펌 시장에도 권력 이동…광장·LKB·대륙아주 공격적 행보 

이태준 기자 2025. 6. 1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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尹 정부의 대통령실·경호처·국정원·검찰 인사들은 속속 대기업·로펌行

(시사저널=이태준 기자)

새 정부 출범에 맞춰 변화의 바람이 서초동과 용산 등을 파고들고 있다. 권력 이동에 민감한 대형 로펌들의 움직임도 눈에 띈다. 

최근 로펌들이 이재명 정부와 가까운 법조인을 영입하기 위해 공을 들이는 반면, 윤석열 전 대통령과 함께 근무했던 대통령비서실 관계자들은 대기업, 공공기관 등으로 옮긴 것으로 확인됐다.

오광수 전 민정수석, 이광범 LKB 대표, 함윤식 전 서울고법 판사, 김후곤 전 서울고검장, 이노공 전 법무부 차관, 이시원 전 공직기강비서관 ⓒ시사저널 박은숙·연합뉴스·뉴시스

오광수 전 민정수석 임명에 대륙아주 행보 관심 

시사저널 취재 결과,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발 빠르게 움직인 건 법무법인 대륙아주 등 몇몇 로펌이다. 매출액 기준 10대 로펌에 매년 선정됐던 대륙아주는 지난해 법무법인 YK와 법무법인 대륜 등의 고속성장으로 도전을 받았다. 대륙아주는 5월14일 윤상혁 전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검사를 영입했다. 그가 몸담았던 공수처 수사4부는 △채 해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 △김건희 여사 공천 개입 의혹 등을 수사한 부서다. 민주당과 정부가 공수처의 위상과 규모를 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인 가운데, 공수처 출신 검사 영입을 통해 새 정부 출범에 따른 특수 효과를 노리는 게 아니겠느냐는 얘기가 나온다.

대륙아주 출신 오광수 전 민정수석의 대통령실행도 호재였다. 대륙아주는 윤석열 전 대통령이 '12·3 비상계엄'을 선포했을 때 김용현 전 국방장관의 변호인단으로 합류했으나 사임한 바 있다. 당시 "내란 주범을 변호한다"는 비판 여론이 이는 것을 우려한 조치로 풀이된다. 다만 오 전 수석은 부동산 차명관리에 이어 차명대출 논란이 불거지며 야당으로부터 퇴진 압력을 받았다. 그는 향후 검찰 개혁 등과 관련해 중요한 역할을 할 것으로 점쳐졌으나, 12일 사의를 표명하고 이를 이 대통령이 수리하면서 정부 첫 고위직 낙마 사례로 남게 됐다. 

빅3 로펌으로 분류되는 '김광태(김앤장·광장·태평양)' 중 법무법인 광장의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광장은 최근 서울고등법원 판사 출신인 함윤식 전 우아한형제들 부사장을 영입한 것으로 확인됐다. 김후곤 전 서울고검장(현 법무법인 로벡스 대표변호사)의 광장 영입설도 서초동 안팎에서 꾸준히 제기된다. 김 전 고검장은 윤석열 정부 시절 검찰총장 후보뿐만 아니라 방통위원장 후보로도 거론됐던 중량감 있는 인사다. 최근엔 '3대 특검(내란·김건희·채 해병)' 후보군으로도 이름이 오르내렸다. 그는 윤 전 대통령의 '12·3 비상계엄'을 두고 "명백한 범죄다. 검사 출신으로서 대단히 부끄럽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광장이 김 전 고검장 영입에 공을 들이는 것도 새 정부가 출범한 시점에 정무적 판단을 한 결과가 아니냐는 분석이 뒤따른다.

"정권을 잘 타면, 로펌이 크는 것은 한순간"이라는 서초동의 속언은 현 상황을 잘 반영해 준다. 이명박 정부 시절 법무법인 바른이 정부 소송을 도맡으면서 급성장한 것이 대표적이다. 당시 바른은 미국산 쇠고기 피디수첩 소송과 도곡동 땅 실소유주 사건 등을 대리했다. 바른을 설립한 강훈 변호사는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법무비서관을 지낸 인물이며, 소속 변호사이던 정동기 변호사는 민정수석을 맡기도 했다.

새 정부에서 약진이 예상되는 대표적인 로펌으로는 법무법인 LKB&파트너스(이하 LKB)가 꼽힌다. LKB 창업자 대표인 이광범 변호사는 윤 전 대통령 탄핵심판에서 국회 측 대리인단으로 활동하며, 탄핵을 위해 적극 변론에 나선 바 있다. LKB는 과거 이 대통령의 '친형 강제 입원' 관련 허위사실공표 혐의 사건의 상고심 대리인단에도 이름을 올렸다. 문재인 정부 시절엔 민주당 정치인들의 형사사건을 여러 건 수임하며 법조계 안팎의 이목을 끌었다. 

법무법인 원의 성장도 예상된다. 2018년부터 2024년까지 원의 대표변호사를 지낸 강금실 전 법무부 장관이 이번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민주당의 총괄선거대책위원장을 맡았기 때문이다. 그는 2003년 노무현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임명됐고, 여권 인사들과도 두루 친분이 있다. 법무법인 덕수 역시 주목을 받고 있다. 민주당 내 친명 성향의 초선 의원 모임인 처럼회 출신 이탄희 전 의원이 변호사로 재직하고 있는 곳이다. 덕수는 여순사건 민간인 희생자 재심 사건을 변론하고, 낙태죄와 사형제 헌법소원 사건 등 굵직한 사건을 맡았다. 

용산 인사 "퇴직 후엔 서로 거의 연락 안 해" 

반면, 윤석열 정부 출신 인사들은 제 갈 길을 모색하느라 여념이 없는 모습이다. 시사저널이 정부공직자윤리위원회를 통해 윤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 때인 지난해 12월부터 올해 5월까지 퇴직 공직자의 취업심사 결과를 확인한 바에 따르면, 해당 기간에 대통령실 소속 공무원 9명이 취업심사를 받은 것으로 나타났다. 

전원 '취업가능' 혹은 '취업승인' 평가를 받았는데, 이들이 퇴직 후 향했거나 희망했던 곳은 주로 공공기관이었다. 한국에너지공단 상임감사, 한국교통안전공단 비상임이사,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 기획경영이사 등이 대표적이다. 규모가 큰 사기업으로의 이직도 잦았다. 보험연구원 초빙 연구위원, 주식회사 한국평가데이터 사외이사, 주식회사 인천공항에너지 상임이사, 법무법인 태평양 등 분야도 다양했다.

대통령경호처 경호 4급 공무원의 이직도 눈에 띄었다. 이 관계자는 비상계엄 선포 때인 지난해 12월 퇴직해 올해 2월 주식회사 에스케이쉴더스 수석으로 자리를 이동했다. 국가정보원 소속이었던 공무원 11명도 조용히 자리를 옮겼다. 법무법인 화우, 주식회사 한화시스템 부사장, 주식회사 대한항공 부장, 한국전력공사 비상임이사, 주식회사 KB금융지주 경영연구소 부소장 등 직책을 맡게 됐다.

새 정부 출범 후 가장 큰 변화가 예상되는 검찰청 역시 떠나는 인사들이 속출했다. 집계 기간에 떠난 검사만 16명이었다. 수사관까지 포함하면 총 23명이다. 해당 인원들은 법조 전문성을 살려 법무법인 화우 전문위원, 주식회사 롯데지주 컴플라이언스위원회 위원, 주식회사 우리금융지주 윤리경영실장, 주식회사 SK하이닉스 부사장, 주식회사 카카오게임즈 사외이사 등 주요 기업의 요직으로 갔다.

과거 친윤계 법조인으로 분류됐던 인사들은 이미 대형 로펌으로 이직했거나, 법무법인을 설립했다. 수원지검 성남지청장을 지낸 이노공 전 법무부 차관이 법무법인 서이헌을 설립한 것이 대표적이다. 그는 20여 년 전부터 윤 전 대통령과 출퇴근 '카풀'을 하는 등 가까운 사이로 알려졌다. 윤석열 정부 출범 후 법무부 차관으로 임명된 이 전 차관은 법무부 장관직이 공석이던 때 직무대행을 두 번 맡은 이력이 있다.

윤 전 대통령이 과거 대구고검으로 좌천됐을 때, 함께 근무했던 이시원 전 공직기강비서관은 법무법인 율촌에 재직 중이다. 윤 전 대통령과 각별한 사이로 알려지며, '소윤(小尹)'이라고도 불렸던 윤대진 전 수원지검장은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다. 다만, 그는 윤석열 정부에서 보직을 맡지는 않았다.

활동을 중단하고 있는 친윤계 법조인도 있다. 김건희 여사의 주가조작 의혹을 변호하며 윤 전 대통령의 최측근으로 불리기도 했던 조상준 전 국정원 기조실장이 대표적이다. 2022년 10월 사의 표명 이후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고 있다. 윤석열 정부 시절 대통령비서실에 근무했던 한 관계자는 "퇴직 후엔 거의 연락을 하지 않는다. 한때 몸담았던 곳이 와해된 상황에서 간단한 안부를 묻는 것 외에는 따로 나눌 말이 없다"고 했다.

헌법재판소에서 파면 결정을 받으며 정치적 자산을 모두 잃은 윤 전 대통령 주변엔 윤갑근 전 대구고검장, 석동현 전 서울동부지검장, 김홍일 전 부산고검장 등만 남았다. 이른바 '신윤(新尹)'으로 불리는 이들 법조인은 윤 전 대통령의 내란 사건 재판에 대한 변호를 계속 이어갈 것으로 보인다. 일각에선 신윤 법조인들이 윤 전 대통령 곁을 지키는 데는 다른 정치적 목적이 있을 수 있다는 얘기도 나온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이 파면된 후부터 그의 오른팔을 자처하며 대변인 역할을 했던 유영하 국민의힘 의원이 이후 박 전 대통령의 전폭적인 지지로 대구 달서갑에서 당선된 사례를 빗대며 국민의힘 한 관계자는 "이재명 정부가 향후 실책을 거듭한다면, 이들(신윤)을 찾는 사람들이 분명 존재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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