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실, ‘차명 부동산’ 알고도 오광수 민정수석 임명했다
시민사회, 오 수석 사퇴 촉구…대통령실, 여론 보며 거취 판단할 듯

새 정부의 검찰·사법개혁 실무를 총괄할 오광수 민정수석이 검찰 재직 시절 아내의 부동산을 차명으로 관리한 사실이 드러났다. 오 수석은 이를 임명 전 대통령실에 알렸음에도 대통령실은 이를 묵인하고 임명을 강행한 것으로 전해졌다. 시민사회와 야당은 오 수석의 사퇴를 촉구했다. 대통령실은 “부적절한 처신”이라면서도 거취 관련 언급은 피했다.
주간경향 취재를 종합하면, 오 수석은 경기 화성시의 아내 명의 부동산을 매매를 가장해 대학 동문 A씨에게 신탁했다가 퇴직 후 소송 끝에 되찾았다. 오 수석은 2012년 검사장으로 승진해 고위공직자 재산공개 대상이 됐지만, 2015년 퇴직할 때까지 이 부동산을 신고하지 않았다. 부동산실명법과 공직자윤리법 위반이다.
오 수석은 차명 부동산 문제를 임명 전 인사검증 과정에서 대통령실에 알렸다고 한다. 그럼에도 개혁 실무를 담당할 적임자로 보고 대통령실이 임명을 강행했다는 얘기다. 이재명 정부 출범 후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의 폐지로 고위공직자 인사검증 기능이 민정수석실로 이관됐다. 이를 총괄하는 민정수석에게는 강한 도덕적 권위가 요구될 수밖에 없다. 향후 오 수석이 총괄하는 인사검증에서 설혹 공직자의 부동산 비위가 발견되더라도 문제 삼기 어려워질 수도 있다.
대통령실은 지난 6월 10일 “일부 부적절한 처신이 있다”며 “본인이 그에 대한 안타까움을 잘 표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고 했다. 거취 관련 언급은 피한 것이다. 대통령실의 고심은 깊어질 것으로 보인다. 민정수석의 거취가 이재명 정부의 핵심 공약인 검찰개혁의 진퇴와도 결부돼 있기 때문이다. 대통령실은 여론 추이를 지켜보며 오 수석의 거취를 판단할 것으로 보인다.
오 수석이 검찰 재직 시절인 2007년 차명 부동산을 관리한 A씨의 명의로 이뤄진 15억원대 ‘차명 대출’에 관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근본적으로는 부동산을 차명으로 은닉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가 규명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검사 출신인 양부남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6월 12일 YTN라디오에 출연해 “왜 이런 일을 했는지에 대해서 본인의 설명을 듣고 거기에 대해서 우리가 뭔가 판단을 하는 게 정확하지 않냐”며 “검사장 승진하는 데 재산이 많다고 해서 승진 못 하는 게 아니다”라고 했다.
시민사회는 오 수석의 사퇴를 촉구했다.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은 “오 수석은 차명 관리 사실을 시인하며 사과했지만, 이 과정에서 재산 축적 불투명성, 탈세 가능성 등 여러 의혹이 불거지고 있다”며 “본인 스스로 법률 위반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인물이 다른 고위공직자를 검증하겠다는 것은 공직윤리에도, 국민 눈높이에도 맞지 않는다”고 했다. 참여연대도 “사과했다고 넘어가기 어려운 문제”라며 “이재명 정부가 인수위 없이 출범했다고는 하나, 공직 임용에 앞서 재산검증은 인사검증의 기본 중의 기본이고, 공직자의 불법적 재산 증식은 우리 사회가 고위공직자에게 용납하지 않는 사안”이라고 했다.
오 수석의 차명 부동산 관리는 그의 아내가 2020년부터 A씨를 상대로 부동산 소유권을 돌려달라는 여러 건의 소송을 제기한 사실이 알려지며 드러났다. 당시 법원은 오 수석의 아내가 A씨에게 토지 한 필지와 주택 한 채를 명의신탁한 사실을 인정하고, A씨 명의의 부동산 등기를 말소하라고 판결했다. 오 수석은 통화에서 “과거 잘못 생각한 부분은 부끄러운 일”이라고 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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