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문수-한동훈 ‘리턴매치’ 초읽기, 당권 넘어 보수의 미래를 묻다
①당의 쇄신 ②정권 견제 ③지선 승리 3대 과제 차기 대표가 풀어야
(시사저널=박동원 폴리컴 대표)
예상대로 정권 교체를 막아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이번 대선은 작년 12월3일 계엄 사태로 사실상 결과가 결정되었다. 대선 패배 후 국민의힘에선 당의 진로를 두고 갑론을박이 벌어지고 있다. 비대위원 일괄 사퇴 이후 홀로 남은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은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와 대선후보 교체 사태에 대한 당무감사 추진 등을 포함한 5개 혁신안을 내놓고, 임기 연장과 9월 전당대회를 제시했다. 이에 대해 신임 원내대표가 대표 대행을 맡아 전당대회를 치르고, 이후 차기 대표 중심으로 쇄신해야 한다는 입장과 김 위원장의 제안대로 임기를 연장해 9월에 전당대회를 개최하자는 입장이 맞서고 있다.

국민의힘, 차기 전당대회 일정조차 '불투명'
이 와중에 김문수 전 대선후보와 한동훈 전 대표의 리턴매치에 대한 관심이 점차 고조되고 있다. 두 사람의 성향과 색채가 상반되어, 누가 당대표가 되느냐에 따라 당의 노선도 달라질 것이다. 김 전 후보는 정체성 강화를, 한 전 대표는 대중적·포용적 노선을, 대여 투쟁 방식에서도 김 전 후보는 투쟁력 강화를, 한 전 대표는 논리적 대응을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 김 전 후보는 국회의원 3선, 경기지사 재선 등 총 7번의 선거 경력을 통해 노련미는 갖췄지만, 자칫 구태의 경험주의에 빠질 우려가 있다. 한 전 대표는 1년 반 전 비대위원장으로 정치에 입문했다. 변화에는 민감하겠지만, 경륜 부족으로 인한 실책이 우려된다. 지난 1년간 비대위원장으로 총선을 치렀고 당대표로 당의 노선을 모색해 왔지만, 문제는 정치력이다.
대선 다음 날, 관악산에서 턱걸이와 대형 훌라후프를 돌리는 김 전 후보의 영상이 김재원 전 최고위원 SNS에 올라왔다. 현충원 참배, 나경원·안철수 의원과의 상임고문단 회동 등 보폭을 넓히며 당대표 출마 의지가 없다는 말이 무색해지고 있다. 한 전 대표 측은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하지만, 연일 이재명 대통령과 민주당을 강도 높게 비판하며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전당대회 일정이 아직 발표되지 않았지만, 두 사람이 지속적으로 거론되는 것은 가장 유력한 당대표 주자이기 때문이다. 이번 대선에서 원수처럼 대립했던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에게 단일화를 제안하며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준 안철수 의원도 거론되지만, 여전히 '대안'이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다. 김용태 위원장이나 김재섭 의원 같은 젊은 후보들도 배제할 수 없다.
김 전 후보는 41.15% 득표로 최악은 면했지만, '이길 수도 있었다'와 '선방했다'는 평가가 공존한다. 개인기로 대선을 치렀다는 지적도 있지만, 확장력 부재로 인해 해볼 만한 선거를 놓쳤다는 평가도 설득력이 있다.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당 지도부의 새벽 교체 시도는 김 전 후보에게 정치적 공간을 넓혀주는 명분이 되었다. 친윤 세력에 의해 피해를 본 인물이라는 인식 때문에, 대선 패배에 대한 책임론은 강하지 않다. 20일간 전국 유세를 통해 인지도와 지지도를 높인 것도 강점으로 작용한다. 노동운동과 경기지사 시절 성과가 재조명되며 '극우'라는 부정적 이미지도 상당 부분 희석되었다. 하지만 대선 과정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광장 세력과의 결별을 명확히 하지 못한 점은 한계로 지적된다.
대선 이후에도 '윤어게인' 세력과 교류하고, 보수 청년단체인 횃불청년단과 등산하거나, 부정선거 주장 단체의 당대표 출마 촉구를 받는 등 광장 세력과의 접점은 이어지고 있다. 이런 행보로 인해 국민의힘이 당면한 대대적 혁신 과제에 부합하는 인물이냐는 회의적 시각도 있다. 정치적 권위를 일정 부분 확보하긴 했으나, 과연 새로운 노선과 비전으로 국민적 신뢰를 이끌어낼 수 있을지 의문이 남는다. 2004년 '차떼기' 총선 당시 김 전 후보는 당 공천심사위원장을 맡아 27명의 현역 의원을 불출마시켰던 혁신 사례가 있지만, 지금의 시대 변화 속에서도 그런 패기와 결단을 재현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한 전 대표는 개혁성과 참신함으로 젊은 세대와 중도층에 어필할 수 있는 장점을 갖고 있으며, 계엄과 탄핵 책임론에서도 자유롭다. 하지만 당내 형세는 불리하다. 지난 대선 최종 경선에서 김 전 후보에게 43.5% 대 56.5%로 패배했으며, 당원투표에서는 38.75% 대 61.25%로 더 큰 격차를 보였다. 단일화파의 김문수 지지 선언 직전 여론조사(공정 4월15~16일)에서도, 국민의힘 지지층 내 후보 지지도는 김문수 75.2%, 한동훈 44.2%로 차이가 컸다. 작년 당대표 선거에서 62.7%를 받으며 당심을 장악했던 한 전 대표가 최근 들어 지지를 잃은 것은 기성 당원들과 강성 지지층 사이에 불신이 쌓였기 때문이다.
친윤계뿐 아니라 중립 성향 의원들조차 한 전 대표와 친한계의 독자적 행보, 외부 지향적 메시지, 팬덤 중심 정치에 거부감을 보이고 있다. 이번 대선에서 안철수 의원처럼 헌신적 태도를 보여줬다면 상쇄 효과가 있었겠지만, 오히려 자기 선거운동만 한다는 비판이 커졌다. 당 개혁과 쇄신을 이끌 명분과 논리는 김 전 후보가 아닌 한 전 대표 쪽이 강하다는 데는 이견이 없다. 짧은 정치 경력에도 비대위원장, 당대표, 대선 경선까지 모두 경험했다. 하지만 팬덤 정치에 대한 회의적 시각은 여전하다. 물론 대중적 지지가 커지면 당심도 따라오는 법이다. 이재명식 정치가 그 예지만, 그 기반은 포퓰리즘이었다.
신임 국민의힘 당대표의 가장 중요한 3대 과제는 ①대대적 쇄신을 통한 탄핵 극복과 새로운 노선 설정 ②특검과 정당 해산 시도 등 야당 탄압에 맞서는 단호한 투쟁 ③혁신 공천과 정책 비전을 통해 내년 지방선거 승리를 이끄는 것이다. 이재명 대통령의 노련한 정치 수완과 190석 범여권의 독주를 견제하며 내년 지방선거를 치르기 위해서는 좀 더 정교한 정치력이 요구된다. 국민의힘은 매일 선거를 치르듯 정권과 싸워야 하며 탄핵 책임론, 부정선거 세력, 정권 공세라는 '3중고'를 이겨내야 한다. 107명이 단일대오로 총력전에 나서야 하나, 당의 역량은 지난 3년간 극도로 저하되어 있다.
국민의힘의 가장 큰 문제는 집권 의지 부족이다. '영남 자민련'이라는 비판에도 혁신 노력이 부족했고, 윤 전 대통령의 독주에 휘둘리며 계엄과 탄핵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강성 지지층과 동화되며 파국을 맞았다. 무엇보다 '보수' '우파'라는 형식적 이념에 스스로를 가둔 채 정체되었다. 영국 정당 정치는 좋은 본보기다. 영국 노동당은 18년의 야당 시절 끝에 '제3의 길'을 내세운 토니 블레어로 13년간 집권했고, 보수당도 온정적 보수주의를 앞세워 43세의 데이비드 캐머런으로 정권을 탈환했다.
강원국 교수는 저서 《보수는 어떻게 살아남았나》에서 영국 보수당이 300년간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를 '경직된 이념보다 권력 창출에 집중했기 때문'이라고 분석한다. 집권은 보수 이념을 지켜주는 원천이며, 현실적으로도 급진적 변화를 막는 가장 확실한 방편이었다. 보수당은 이념에 얽매이지 않고 노동계급의 이익을 대변하며 개혁을 실행했고, 공동체적 요소를 전통에 포섭했다. 교조적이지 않고 포용적이며 유연한 혁신이 보수의 생명력이었다. 한국의 보수 정치 역시 포용성과 개방성이 담보될 때 가장 큰 지지를 받았다.

위기의 보수, 과감한 '집권 노선' 수립해야
그러나 집권과 기득권 수호를 위한 개방성과 적응력은 오히려 더불어민주당이 보여주고 있다. 스스로를 중도보수라 칭하며 집권에 성공했지만, 국민의힘은 형식적 이념에 갇혀 허우적거리고 있다. 그 이념조차 보수 철학이라기보다 지지층을 향한 보신주의의 발로다. 이런 국민의힘이 내년 지방선거, 그리고 장기적으로 재집권할 수 있을까? 모든 것은 시대에 맞는 쇄신 여부에 달렸다. 그 쇄신은 공천 룰 개편 같은 단기 처방이 아닌, 비전과 철학이 담긴 집권 노선을 수립하고 국민 신뢰를 얻는 데 있다.
지금의 보수 정치는 IMF 이후 최대 위기를 맞고 있다. 107석, 계엄, 탄핵이라는 삼중의 충격 이후, 총선 참패에도 제대로 된 평가나 반성 없이 백서 논쟁과 게시판 갈등에 시간을 낭비했고, 용산의 입김에 흔들리며 오늘에 이르렀다. 이번 당대표 선거는 리더십 복원뿐만 아니라 노선과 가치 중심의 성찰과 결단이 필요하다. 누구를 내세울지가 아니라, 무엇을 할지를 먼저 논의하고 총의를 모아야 한다. 그리고 거기에 가장 적합한 인물을 세워야 한다. 정권 교체를 위해 이준석을 택했던 결단처럼, 지금도 그런 과감함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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