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을 만화로 그려 알리는 '토박이'

수원시 공식 블로그에서 올해부터 달라진 점이 있다. 몇몇 게시물 아래에 수원시 정책을 설명하는 만화가 들어가기 시작했다.
애초 행정기관의 블로그 게시물은 정책이나 서비스 등을 복잡하고 딱딱한 공식홈페이지에서보다 시민에게 좀 더 쉽고 재미있게 전달하려는 목적. 만화가 들어가면서 시의 정책을 한층 더 잘 이해할 수 있게 됐다.
이 만화를 그리는 사람은 예명 '홧찻차', 수원 사람 유중일 작가다.
유 작가의 만화는 수원시 블로그 정책 홍보 게시물에서뿐만 아니라 '수원사람 여행일기'라는 연재로도 실리고 있다. 현재 53편이 나왔고, 네이버 웹툰에도 31편이 올라갔다. 수원화성, 맛집, 사진찍기 좋은 곳 등을 친근한 그림체로 소개한다.
만화에는 오랜 시민으로서 전해주는 구석구석 숨은 수원의 매력이 담겼다. 애정과 자랑스러움이 묻어난다.

- 만화 제목도 '수원사람 여행일기'고, 내용에서도 스스로를 수원 토박이로 표현했다.
태어난 곳은 의왕이다. 여섯살 때 수원 교동으로 이사와서 그 주변에서 계속 성장했다. 초중고 모두 수원에서 다녔고, 대학은 다른 지역으로 갔다 왔다. 사실상 평생 수원에서 살았다고 보면 된다.
- 만화에 관심을 가지게 된 특별한 계기가 있었나.
사촌 누나가 어릴 때부터 만화를 그렸다. 지금은 미니어처를 만들고 있지만. 그 누나를 보며 자라서 영향을 많이 받았다. 처음엔 단순한 취미였는데, 중고등학교 무렵부터 본격적으로 만화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
- 대학은 이공계로 가서 화학 쪽을 전공했다고 들었다. 왜 만화 쪽을 전공하지 않고.
중고등학교 시절, 그 당시엔 웹툰 시장이 활발하지 않았다. 출판만화가 주류였는데, 작가가 되기 너무 힘들다는 이야기를 듣고 꿈을 포기했다. 그래서 대학 진학을 농업화학으로 했다. 그 때는 만화를 취미로만 유지했고, 전공에만 집중했다.
-그런데 다시 만화가가 되기로 길을 정했다.
대학을 다 마치고 군대를 갔다. 군에서 혼자 생각할 시간이 많더라. 그동안 공부한 전공 지식도 잊혀지고, 화학에 대한 관심도 줄었다. 자연스럽게 다시 만화를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쉽지 않은 결정이고 꿈을 이어오는 것도 힘들었을 것 같다.
9년을 준비기간으로 보냈다. 그러니까 수원시와 계약하기 전인 작년까지다. 생활비는 스스로 벌어야 했기 때문에 여러가지 일을 했다. 농약회사에도 취직했고, 하나로마트 정유파트, 이삿짐 알바, 공사 현장 일도 했다. 아무래도 체력적으로도 힘들고 자존감도 많이 떨어졌다. 그래도 만화에 대한 열망이 컸기 때문에 포기하지 않았다.
-네이버 웹툰에 보면 예전 연재하던 것들도 보인다. 초기 작품들은 SF 장르가 많았던 것 같은데, 최근 작품들은 일상적이고 편안한 느낌이다. 그림체도 달라졌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 '수원 사람 여행 일기'는 어떻게 시작하게 된 건가.
처음엔 개인적으로 올리던 만화였다. 편하게 힐링하자는 생각으로 시작한 작품인데, 이 만화를 통해 수원시 SNS 서포터즈로 선정됐다. 올해부터는 수원시와 정식 계약을 맺고 수원시 블로그와 소식지에 연재하게 됐다.
- 현재 작업 중인 다른 만화나 프로젝트가 있나.
의왕시에서도 요청받아 작업을 준비 중이다. 또 전공 교수님 소개로 농업 관련 책의 일러스트 작업도 진행하고 있다.
- 앞으로 작가로서 어떤 분야로 더 활동을 확대하고 싶나.
지자체나 기관의 홍보만화 분야로 더 활동을 넓히고 싶다. 현재 그리고 있는 만화를 영상화해서 유튜브에 올릴 계획도 갖고 있다.
- 작가님에게 수원이란 도시는 어떤 의미인가.
수원은 제게 고향이면서 '작은 서울' 같은 도시예요. 인프라는 서울과 비슷하게 다 갖춰져 있고, 접근성도 좋지만, 규모는 작아서 여행이나 생활이 더 편한 점이 있습니다. 서울과 가깝다는 점은 장단점이 모두 있다고 생각합니다.
- 만화에서도 여러 맛집과 명소가 나온다. 개인적으로 추천하고 싶은 수원의 장소나 맛집이 있다면.
가을에는 수원 화성 창룡문 근처의 '나홀로 은행나무'가 정말 예쁘다. 옛날에는 수원에서도 논과 벼를 볼 수 있었는데 이제 얼마 안 남았다. 서울대 농업생명과학대학 농장은 여전히 벼를 볼 수 있는 곳이다. 권선시장은 족발과 닭볶음탕, 부대찌개 같은 음식들이 다 맛있다.
- 작가로서 최종적으로 이루고 싶은 목표는 무엇인가.
누구에게나 기억에 남는 작가가 되고 싶다. 지역에서만 활동하면 그렇게 되기 쉽지 않겠지만, 다양한 활동을 통해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기억되고 싶다.
강찬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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