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인자 없는 이재명의 ‘흑묘백묘’ 통치 구도

강윤서 기자 2025. 6. 1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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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들 경쟁시키는 ‘분할통치’ 인사…강훈식 비서실장은 세대교체 신호
외교에 동맹파 위성락, 자주파 이종석…‘불도저’ 김현종, ‘다자외교’ 조현
우상호 정무수석에 “야당과 협치” 당부…이한주 위원장 “성장이 첫째 과제”

(시사저널=강윤서 기자)

이재명 대통령 집권 일주일 차, 대통령실의 진용이 꾸려졌다. 이 대통령이 더불어민주당을 운영해 왔던 방식대로 '2인자'를 뽑아 키우는 것보다는, 능력 중심의 인사를 나란히 기용하고 선의의 경쟁을 시켜 더 좋은 정무·정책 선택지를 골라 쓰는 '분할통치' 구도를 완성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책적으로 반대 성향을 가진 전문가를 동시에 내세워 '균형'을 맞추고, 필요에 따라 정책 방향성을 달리하는 이른바 '흑묘백묘'(검든 희든 쥐만 잘 잡으면 좋은 고양이) 전략이다. 

이재명 정부는 6월4일 출범 직후부터 수차례 인사 발표를 통해 '3실장 7수석' 체제로 대통령실 조직 개편의 매듭을 지었다. 내각 인사의 경우 장차관 후보자를 포함한 고위급 인사에 대해 6월10일부터 일주일간 '국민추천제'를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이 대통령은 경제·외교 현안이 시급하다는 판단 아래 기획재정부·외교부·산업통상자원부에 대한 차관급 인사를 우선적으로 발표했다.

현재까지 공개된 '정무-외교-경제' 인사에서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이재명식 분할통치 전략이다. 이 대통령은 국무총리와 비서실장, 수석 라인에 친명(親이재명) 그룹을 전면 배치함으로써 신속한 정무 판단과 안정적인 당정 관계를 담보하도록 했다. 야당과의 가교 역할 자리엔 오랜 기간 충직함을 증명한 최측근 우상호 정무수석을 앉혀 소통을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또 관료와 전문가 중심의 인사를 기용해 흑묘백묘 이론을 국정 운영에 반영한다는 방침이다. 이재명 정부의 1기 인선은 ①실용주의 ②전문성 ③신속함이라는 세 가지 키워드로 요약된다. 

이재명 대통령이 6월10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국무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연합뉴스

'여야 가교' 우상호 정무수석…'흙수저 신화' 일군 이정도 비서관 내정자

"정무수석 역할은 민심과 야당의 말을 여과 없이 전달하는 것입니다." 우상호 신임 정무수석은 6월10일 국회에서 우원식 국회의장과 여야 지도부를 예방하면서 자신의 역할을 이같이 밝혔다. 민주당 4선 출신인 우 수석은 민주당 최고위원과 원내대표, 비상대책위원장을 지내며 상대적으로 계파색이 옅은 중진 정치인으로 꼽힌다. 그는 2016년 여소야대 국면에서 진행된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당시 보수 핵심 인사들과 물밑 소통을 통해 탄핵안 가결을 이끌어내기도 했다.

취재를 종합하면 이 대통령은 취임 전에 우 수석에게 먼저 러브콜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개표 당일 당선이 확정되기도 전에 우 수석에게 정무수석 자리를 부탁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대통령(1964년생)은 자신보다 나이가 많은 우 수석(1960년생)에게 '국가 위기 속에 나를 도와 달라. 야당과의 협치에는 형님이 적임자이지 않은가'라는 취지의 의사를 밝혔다는 전언이다. 이 대통령은 여야 양측과의 소통에 강한 우 수석의 정무 감각을 특히 높게 평가해 왔다고 한다.

우 수석이 이 대통령의 제안을 수락한 결정적 이유는 이 대통령의 '정치 개혁' 방향성 때문으로 전해진다. 그는 이 대통령에게 '누가 비서실장입니까'라고 물었고, '강훈식 실장(민주당 3선 의원 출신)'이라는 답변을 듣고서 마음을 열었다고 알려졌다. 이 대통령이 1973년생인 강 실장을 대통령의 최측근인 비서실장에 임명하려는 모습에서 '세대 교체'라는 큰 공감대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선 우 수석과 강 실장이 정치 선후배 관계로서 호흡을 잘 맞춰온 만큼 향후 이재명 정부 정치 개혁에서 핵심 임무를 맡으며 손발을 맞출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실제 강 실장이 세대 교체의 상징적 인물이 될지에 정치권의 관심이 쏠린다. 강 실장은 대통령비서실장에 임명된 첫 1970년생으로서 '산적한 현안을 역동적으로 풀어가 달라'는 이 대통령의 주문을 받았다. 당내에서 '소통의 대가'로 꼽히면서도 이른바 '찐명'으로는 분류되지 않는다. 이 대통령과는 20대 대선부터 호흡을 맞춰왔지만 일정 거리를 유지하면서 계파색이 옅은 정치인으로 알려지기도 했다. 그러나 스킨십 능력이 좋고 두뇌 회전이 빨라 전략에 능한 인물로서 이 대통령도 눈여겨봐온 '실용 인사'로 평가된다.

1기 인선에는 특별히 눈에 띄는 인물도 있다. 대통령비서실장 직속 '관리비서관'이 신설됐는데 여기에 내정된 이정도 전 기재부 예산실 행정안전예산심의관(국장)이다. 이 전 국장은 문재인 정부 시절 '곳간지기'로 불리는 총무비서관 출신으로, 이재명 정부에선 대통령실을 청와대로 이전하는 작업을 관리할 예정이다. 이 전 국장은 대통령실을 청와대로 이전하는 작업을 담당한 뒤 이전된 청와대에 합류해 중책을 맡게 될 전망이다. 이 대통령이 강조해온 효율과 실용 중심의 통치이념과도 일맥상통하는 인물이라는 평가도 나온다.

이 전 국장은 명문대 엘리트 집합체로 꼽히는 기재부에서 '흙수저 신화'를 세운 인물로 유명하다. 이른바 'SKY'(서울대·고려대·연세대) 출신이 대부분인 기재부에서 창원대 행정학과를 졸업하고 7급 공채로 공직에 입문한 그의 이력은 매우 이례적이다. 무엇보다 탁월한 일처리와 청렴·강직한 이미지로 주목을 받으면서 일면식도 없는 문재인 전 대통령에 의해 총무비서관으로 발탁됐다. 이후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2022년 공직에서 물러났다가 이재명 정부가 출범하면서 3년 만에 청와대로 화려한 복귀를 하게 된다.

트럼프와의 통화 챙긴 위성락…한·미·일 방점 찍고 북·중 챙기기

외교·안보 인사에 대해서는 '균형' 용인술을 녹였다는 평가가 많다. 이 대통령에 대해 '친중·반미' 성향이 짙다는 비판이 이어지자 집권 초기부터 '실용외교'에 확실하게 방점을 찍겠다는 메시지를 강조하려는 모습이다. 취임 후 해외 정상과의 통화 순서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6월6일), 이시바 시게루 일본 총리(6월9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6월10일) 순으로 정해진 것에도 이재명 정부의 외교 방향성이 담겼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은 특히 외교·안보 분야에서 분할통치의 이점을 적극 활용할 것으로 보인다. 국가안보실장에 한미 동맹을 중시하는 '동맹파' 위성락 전 의원을 임명하고,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자리에는 북한과 화해·협력을 중시하는 '자주파'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을 내정했다.

취재에 따르면 이번 이 대통령과 트럼프 미국 대통령 간 통화 내용을 함께 들은 참모가 위성락 안보실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위 실장은 6월15~17일 캐나다에서 열리는 이 대통령의 첫 외교 무대인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도 동행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대통령실은 이 대통령이 이 자리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직접 만나 관계를 트는 것 자체에 촉각을 세우는 분위기다. 이번 G7 정상회의에는 위 실장을 비롯해 이규연 홍보소통수석 등 최소한으로 동행자 명단이 꾸려질 것으로 알려졌다.

'베테랑 외교관' 출신인 위 실장은 미국·북핵 외교에서 주로 경험을 쌓으면서 국익 중심 외교를 강조해 왔다. 한·미·일 협력 관계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기 위해 미국의 대중 견제 동참 요구도 회피하기보다는 적절한 시그널을 보내야 한다는 입장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정원장을 지낸 박지원 민주당 의원은 "위성락은 친미, 찐미(진짜 미국)다"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박 의원은 6월9일 SBS라디오에 출연해 이 대통령의 최근 인선을 언급하다가 위 실장을 두고 이렇게 표현하면서 "이 대통령은 우리 외교가 한미 동맹 위에서 출발한다, 한·미·일 공조를 늘 강조한다"고 말했다.

안보실장과 함께 외교의 양대 축인 외교부 장관에는 조현 전 외교부 1차관이 물망에 올랐다. 정통 외교관 출신인 조 전 차관은 위 실장과 외무고시 13기 동기로 인연을 맺었다. 위 실장이 미국·북핵 외교를 중심으로 경험을 쌓았다면, 조 전 차관은 주로 다자·통상 외교 영역에서 경력을 쌓아온 것으로 전해졌다. 조 전 차관에 대해서는 외교부에서 1·2차관을 모두 지낸 데 이어 주유엔대사도 역임해 국제기구 경험이 풍부한 외교통으로서 외교부 장관 적임자라는 평이 나온다. 조 전 차관은 그간 이 대통령의 '중도 실용주의' 외교 노선을 구상하는 데 관여하고, 대북 정책과 관련해선 온건 정책을 지향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종 외교안보 핵심 인사로 거론되는 김현종 전 국가안보실 2차장의 역할론도 주목된다. 이 대통령이 당대표 시절부터 일찍이 외교안보보좌관으로 발탁한 김 전 차장은 새 정부 외교안보특별보좌관 하마평에 올랐다. 김 전 차관은 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 통상 사령탑으로 활약했고,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다. '불도저 스타일'이라고 불릴 정도로 특유의 돌파력이 있는 동시에 폭넓은 인맥과 실무형 브레인을 갖춘 외교 책사로 꼽힌다.

비(非)외무고시 출신인 김 전 차장은 로펌과 국제기구 등에서 근무하다가 노무현 정부 때 국내에서 첫 공직을 맡게 됐다. 한미 FTA 개정 협상 당시 미국 측 협상자이자 트럼프 1기 행정부 때 '보호무역주의 설계자'로 불리는 로버트 라이트하이저 전 무역대표부(USTR) 대표와 같은 로펌에서 근무했다. 이번 대선 국면에서는 이 대통령의 대선 캠프 외교안보보좌관 자격으로 백악관을 방문, 트럼프 행정부 관료들과 직접 소통하기도 했다.

이재명 대통령이 6월4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에서 새 정부 첫 인사 발표를 하고 있다. 왼쪽부터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후보자, 김민석 국무총리 후보자, 이 대통령, 강훈식 대통령비서실장, 위성락 안보실장, 황인권 대통령경호처장 ⓒ연합뉴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이나 대북 특사"…김용범 정책실장은 정통 엘리트 관료

이재명 정부의 대북 정책에도 관심이 쏠린다. 자주파 핵심으로 분류되는 이종석 국가정보원장 후보자는 새 정부에서 남북관계 회복의 물꼬를 터 달라는 주문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윤석열 정부에서 남북 직통 연락선까지 끊기면서 '제로(0)' 수준에 멈춘 남북관계를 두고 이 후보자가 어떤 대북 협상을 추진할지 주목된다.

박지원 의원은 이 후보자에 대해 진보진영 외교안보 원로들 모임인 '자주파 6인회'의 일원이라고 설명했다. 김대중·노무현·문재인 정부 시절 통일부 장관, 국정원장, 외교안보특보 등을 지낸 일부 인사의 사적 모임이 있었다는 얘기다. 박 의원은 "사실 몇 년간 계속된 6인회라는 모임이 있다"면서 "임동원, 정세현, 문정인, 이종석, 서훈, 박지원이 멤버"라며 "상당히 자주파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는 이종석 국정원장은 아무래도 대북뿐 아니라 외교 문제도 하기 때문에 중국과 러시아를 절대 무시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취재에 따르면 정동영 의원도 통일부 장관이나 대북 특사로 거론되고 있다. 정 의원과 이 후보자는 노무현 정부 때 통일부 장관 겸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장과 국가안전보장회의 사무차장으로 호흡을 맞췄다. 이 대통령은 두 사람이 이번 정부에서 대북 정책의 키를 쥐고 한반도 비핵화 등 북핵 문제 관련 돌파구를 찾길 기대하는 모습이다.

다만 '양손잡이 외교'를 꾀한 이 대통령의 인선이 향후 내부 갈등을 초래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외교안보 부처의 장차관 등 고위급 인사 발표가 늦어지면서 동맹파와 자주파 간 갈등 구도가 재부상한 게 아니냐는 의심도 제기되는 분위기다. 6월12일 기준 외교·통상 관련 인사는 △외교부 1차관 박윤주(아세안대표부 공사) △외교부 2차관 김진아(한국외대 교수)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 문신학(산자부 대변인) △산자부 통상교섭본부장 여한구(피터슨 선임연구원)까지만 공개된 상태다.

이재명 정부의 경제라인에는 전문가 그룹이 배치됐다. 이 대통령은 정책실장에 정통 엘리트 관료인 김용범 전 기획재정부 1차관, 경제성장수석에 하준경 한양대 경제학부 교수, 수석급으로 신설된 재정기획보좌관에는 류덕현 중앙대 경제학부 교수를 임명했다. 기획재정부의 경우 이형일 통계청장이 1차관을 맡게 된다. 이 청장은 대통령실 경제정책비서관, 기재부 경제정책국장·차관보, 미국 국제부흥개발은행(IBRD) 선임 이코노미스트를 지냈다. 2차관은 기재부 핵심 보직을 두루 거치며 예산 전문가로 평가받는 임기근 조달청장이 맡는다.

아울러 이재명 정부의 국정 청사진을 제시할 국정기획위원회는 이한주 민주연구원장이 키를 쥐게 된다. 국정위는 6월16일 서울 광화문에서 현판식을 시작으로 출범한다. 이한주 위원장을 중심으로 박홍근, 정태호 등 현역 의원과 이찬진 변호사, 홍현익 전 국립외교원장 등 외부 전문가가 참여할 예정이다.

이들은 이재명 정부 100대 국정과제를 정리하고 과제별 추진 로드맵인 '국정 운영 5개년 계획'을 마련할 방침이다. 이 위원장은 6월11일 한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해 "이번 정부에서 해야 할 건 첫째 성장과 민생과의 전쟁"이라며 "코로나19 이전부터 경기가 안 좋아져 성장 잠재력이 떨어지고 민생이 많이 안 좋아졌다"고 짚었다.

이 위원장은 이 대통령의 대표 정책인 지역화폐 확대 공약에 대해선 "지역화폐가 주어진 시간에 소비하라고 장려하고 권장하는 정책인데, 경기도와 성남시에서 명확히 효과가 나타났다"며 "효과가 끝나면 없어지는 게 아니라 여운이 남아 골목상권과 전통시장이 굉장히 좋아진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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