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임대도 세습?"… SH 행복주택, 비강남인 문턱 여전히 높다

서울시는 이러한 문제 의식을 반영해 올해 모집부터 기준을 변경, 장기 거주자 대신 2세 미만 자녀가 있는 신청자를 우선 선정하기로 했다. 하지만 공공임대 청약 특성상 경쟁률이 높고 여전히 지역 차별이 발생할 수 있는 허점이 지적된다.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가 지난 10일 공고한 2024년 2차 행복주택 계약 결과 서울 전체 당첨자 878명 중 계약 비율은 69.0%(605명)이고 강남3구의 신혼부부 우선·일반공급 당첨자는 이보다 높은 83.3%의 계약률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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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H공사가 공고한 합격선을 보면 이 단지들의 신혼부부 우선공급 당첨자는 모두 해당 자치구에 장기 거주했다. 서초 대표 고급 아파트 래미안 원베일리의 신혼부부 합격선은 우선 1순위 6점이고 서초구로 전입일은 1991년 8월21일이다. 디에이치 아너힐즈와 디에이치자이 개포도 각각 1995년 2월22일, 1996년 6월13일이었다. 송파구 거여 리본타운은 1992년 11월24일 전입자부터 당첨됐다.
신혼부부 대상 유형임을 감안하면 대부분은 출생부터 해당 지역에 거주해온 것으로 추정된다. 모집공고에 따르면 신혼부부 유형의 우선공급 1순위는 행복주택이 소재한 자치구가 거주지인 자로 ▲거주지와 거주 기간 ▲주택청약종합저축 납입 횟수 등 배점 기준에 따라 각각 3점·1점의 배점이 가능하다. 즉 가장 유리한 경우는 우선공급 1순위에 해당되며 배점이 6점일 때다.
공고에는 서울시에 3년 이상 거주하면 '거주 기간' 항목에서 최고점인 3점을 받을 수 있다고 명시됐다. 하지만 실제 당첨자들은 1990년대에 해당 자치구로 전입해 30년 이상 거주한 이들로, 장기 거주자일수록 유리한 구조로 나타났다. 원래 강남에 거주하던 고소득 가구의 자녀들이 대거 청약에 나선 것도 영향을 미쳤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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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1월부터 개정 시행된 '공공주택특별법 시행규칙'에 따라 올해 행복주택 입주자 모집공고에는 우선공급 시 '2세 미만 자녀가 있는 자'를 먼저 선정한다. 서울시 관계자는 "해당 자치구 장기 거주자에게 우선공급 기회가 집중되는 현상이 완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서울시가 제시한 우선공급 입주자 선정 순서는 '2세 미만 자녀가 있는 자→순위(해당 자치구 거주자→타 자치구 거주자)→배점→거주 기간→추첨' 순으로 진행돼 여전히 지역 차별 요소가 남아 있다.
SH공사 관계자는 "우선공급 배점과 자치구 거주 기간 가점을 적용하는 구조로 거주 기간이 아예 배제됐다고 하기는 어렵다"면서 "다만 2세 미만 자녀가 있는 우선공급 신청자 수가 서류 심사 대상자와 당첨자 수를 초과할 경우 무작위 추첨을 진행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당첨자들이 1990년대생인 것은 우연일 수 있지만 선정 기준에 따라 거주 기간이 길면 유리한 측면은 있다"고 덧붙였다.
정책 전문가들은 실제 신청자의 직장 위치나 생활권 등 실제 거주 여건을 반영해 입주자를 선정하는 방식이 새롭게 도입돼야 한다고 제언한다.
임재만 세종대 공공정책대학원 부동산학과 교수는 "공공주택에 거주해야 하는 저임금 노동자 중에 근무지가 자주 바뀌는 경우가 많아서, 거주지를 기준으로 일률 적용하면 실제 수요에는 대응하지 못할 수 있다"며 "거주지 기준의 완전 폐지는 신청자가 서울 등 특정 지역으로 몰리는 부작용이 우려되는 만큼 우선순위를 지정하되 유연한 기준 적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화랑 기자 hrlee@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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