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쇼츠’가 관중을 만든다…프로야구, 자체 영상으로 팬심 잡다
구단이 영상 올리면 팬들 ‘쇼츠’ 유통
1020 호기심 끌어 관중 유입 효과 커
한화 이글스TV 구독자 44만명 ‘최다’
KBO도 경기 주요장면 실시간 업로드

한화 이글스 팬들은 승리한 날에는 새벽까지 잠을 잘 수가 없다. 한화 자체 제작 유튜브 콘텐츠인 ‘킹착취재’가 이글스TV에 올라오기를 기다린다. ‘킹착취재’는 경기 진행 때 선수들의 더그아웃 안팎의 모습을 담은 영상으로 경기가 끝난 뒤 빠르면 3~4시간 안에 볼 수 있다.
다른 구단과 달리 선수단 모습을 담은 영상이 빨리 업로드 되는 이유는 한화 구단이 직접 이글스TV 콘텐츠를 제작하기 때문이다. 나머지 9개 구단은 영상 촬영, 제작, 편집을 외주사에 맡기지만 한화는 야구단 소속 정규 직원들이 만든다. 외주사에 영상 제작을 맡길 경우 새벽 업로드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수도권 A구단 마케팅 관계자는 “수훈 선수 소감 등은 곧바로 올릴 수 있지만 경기 중 더그아웃 안팎의 모습은 외주사에서 곧바로 편집한다고 해도 다음날 담당 직원이 확인을 따로 해야 하므로 시간이 걸릴 수밖에 없다”고 했다.

12일 오후 3시 현재 이글스TV 구독자 수는 44만2000명. 10개 구단 중 가장 많다. 기아(KIA) 타이거즈(갸TV·35만2000명), 롯데 자이언츠(자이언츠TV·33만1000명)가 그 뒤를 잇는다. 전세계 야구단을 놓고 비교하면, 일본 요미우리 자이언츠가 70만9000명, 한신 타이거즈가 56만6000명에 이른다. 미국 메이저리그(MLB)는 사무국이 통합해서 경기 영상을 올리는데, 유튜브 구독자 수만 637만명이다.
프로야구 각 구단 자체 채널의 성장 배경에는 티빙이 2024~2026년 KBO리그 유무선 중계권 사업을 따내면서 경기 영상 활용을 허용(40초 미만)해준 게 크다. 이전에는 중계권을 가지고 있던 네이버 등 포털 컨소시엄이 경기 영상을 활용한 2차 저작물 제작을 금하면서 야구 팬들은 물론 KBO, 구단까지도 경기 영상을 사용할 수가 없었다. 자체 카메라로 경기 중 더그아웃 모습은 찍을 수 있었으나 그라운드 모습은 전혀 담을 수 없던 이유다. 하지만 작년부터 그라운드 경기 모습까지 찍을 수 있게 되면서 영상이 아주 풍부해졌다. 팬들 또한 다양한 ‘밈’(온라인 유행 콘텐츠)과 ‘쇼츠’(짧은 영상) 및 ‘움짤’ 제작에 자유을 얻으면서 야구장 안팎의 재미있는 영상이 온라인 상에 넘쳐나게 됐다.
수도권 B구단 단장은 “유튜브 영상이 다양해지면서 1020 세대의 관심이 높아졌고 이것이 관중 증가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서 “쇼츠 등이 새 관중 유입에 많은 도움을 주고 있다”고 했다. A구단 마케팅 관계자 또한 “1020 세대에게는 동영상 플랫폼이 소통의 창구다. 영상 콘텐츠로 야구를 접하고 야구장을 처음 찾는 이들이 늘었다”고 했다. 한화 구단 영상 관계자도 “티빙이 경기 영상 활용을 허용하면서 코퀄의 콘텐츠 제작이 가능해졌다. 최근에는 선수들도 적극적으로 참여한다”고 밝혔다.
KBO는 작년까지 외주사 두 곳에 영상 제작을 맡겼었다. 하지만 올해는 촬영, 제작, 편집 인원을 새롭게 뽑아서 신규 부서를 만들었고, 팀장 포함 4명이 크보라이브 등 오리지널 콘텐츠를 생산해내고 있다. KBO 유튜브 구독자 수는 2023년 말 9만8000명에 그쳤으나, 2024년 말 26만명을 돌파했고, 현재는 33만명에 육박하고 있다. 5개 구장 경기 주요 장면이 실시간으로 올라오기 때문에 팬들에게 인기가 많다.

구단 유튜브 채널은 자체 광고와 재생수에 따른 광고료를 수입원으로 한다. 광고의 경우 오프라인 구장 광고를 팔 때 패키지로 판매하기도 하고, 채널 자체로 광고 문의가 들어오기도 한다. 한화의 경우 시즌 동안 3~4개의 광고를 집행하는데, 구단 기존 광고주들과 산업이나 상품이 중복되면 피한다고 한다. 모그룹 산업과 겹치는 부분도 피해야 하므로 자체 광고 수입은 극히 제한적이라고 할 수 있다.
사실 외주사에 콘텐츠 제작을 맡긴 경우 제작비 때문에 구단 수입은 거의 없는 편이다. 하지만 한화의 경우는 작년을 기점으로 반등했다. 한화 영상 관계자는 “작년 한 해만 영상 조회 수가 최초로 1억을 넘었다. 올해는 1억5000을 넘을 것 같다”면서 구체적인 수치는 밝히지 않았으나 “인건비 등 제작비를 넘어서는 유의미한 숫자의 수입이 나오고 있다”고 했다.
한화 구단의 성공 사례를 보면서 몇몇 구단들도 콘텐츠 자체 제작을 고민 중이다. 하지만 영상 팀 정규 채용에 대한 부담이 있어서 쉽게 결정을 내리지는 못하고 있다. A구단 마케팅 관계자는 “일관성, 지속성을 보면 계속 외주사에 영상을 맡길 수는 없을 것 같다”면서 “한화가 롤모델이 될 수 있을 것 같다. 하지만 야구 인기가 얼마나 지속될 지 모르는 상황이라서 정규직 채용은 고민해볼 지점”이라고 했다. B구단 단장 또한 “외주사를 썼을 때 계속 비용이 증가하는 면은 있다. 하지만 자체 인력을 운용하려면 전문가를 스카우트해야 하는데 수지 타산을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비수도권 C구단 단장은 “아직까지 영상은 팬서비스 차원에서만 바라보고 있다. 제작을 외주에 맡기더라도 가이드는 구단이 하기 때문에 앞으로도 큰 문제는 없을 것 같다”고 했다.
1000만 관중 시대에 팬들의 호기심은 더 커졌고, 구단 자체 채널이 어느 정도 이를 상쇄시켜주는 역할을 하고 있다. 팬 서비스로 시작했으나 새로운 수입 창출원으로서의 가능성도 엿보인다. 기존 미디어와의 충돌성을 우려하는 시선도 있으나 아직은 상생 관계에 있다. B구단 단장은 “이제 야구는 스포츠라고만 하기에는 비즈니스적 측면이 커졌다. 영상도 이런 측면에서 바라봐야 할 것 같다”고 했다.
김양희 기자 whizzer4@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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