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타그램은 음악 매거진의 미래일까? [콘텐츠의 순간들]

김윤하 2025. 6. 13. 0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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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스타그램 음악 매거진은 이미 대세다. 음악 팬들의 커뮤니티이자 미디어, 광고판의 역할도 겸한다. 전통적 음악 매거진의 사멸과 맞물린 현상이다.
5월27일 ‘AoB Presents’ 공연 시리즈로 KT&G 상상마당에서 뮤지션 고고학이 공연을 하고 있다. ⓒAoB 인스타그램 갈무리

인스타그램 매거진이 대세라는 건 이미 좀 지난 이야기다. 지난해 7월, 인스타 매거진을 대표하는 〈아이즈매거진〉의 아이즈와 〈엘르〉 〈코스모폴리탄〉 〈하퍼스 바자〉 〈에스콰이어〉 등을 발행하는 HLL중앙이 손을 잡고 ‘아이즈중앙’을 설립한다는 소식은 이 흐름의 정점이었다. 인스타 매거진의 장점은 무엇이든 빠르게 전달하는 특유의 가벼움과 속도감이다. ‘더 짧게, 더 빠르게’를 원하는 지금 소비자들의 욕망과 정확히 맞아떨어지면서 눈부신 시너지 효과를 누렸다.

텍스트보다 사진이 중심인 인스타그램 특성상 초기에는 트렌드나 이슈, 패션 정보를 전달하는 매거진이 먼저 성장했다. 지금은 분야를 막론하고 개인의 취향이 인스타 매거진의 인기를 이끈다. 한창 유행이라는 ‘텍스트힙’을 상징하듯 시를 추천해주는 ‘포엠 매거진(@poemmag)’, ‘상상이 현실로 창조되는 과정에 대한 모든 이야기’를 모토로 내세운 ‘아워익스프레소(@ourexpresso)’ 같은 매거진을 보자. 얼핏 봐서는 이런 내용들로 어떻게 매거진을 채울까 하는 의구심이 들지만, 취향을 중심으로 완성한 뾰족한 캐치프레이즈에 공감하는 이들의 뜨거운 반응이 ‘좋아요’와 댓글에 빼곡하다.

어딘가 익숙하다 싶다면 크게 틀리지 않는다. 공감을 기반으로 한 취향의 연대로 몸집을 불린 건 유튜브의 인기 플레이리스트 채널이 조금 앞선 사례다. 당시 이 새로운 문화에 익숙하지 않은 이들이 가장 낯설게 여긴 건 다름 아닌 댓글창이었다. 플레이리스트를 찾는 이들은 단지 음악을 듣기 위해 그곳에 오는 게 아니었다. 음악은 거들 뿐, 영상 아래 직접 자신의 이야기를 댓글로 달아 다른 이용자들과 교감하는 사용자들의 모습은 지금까지 본 적 없는 새로운 공간으로 뻗어 나가는 콘텐츠의 가지였다. 그야말로 예기치 않은 교감의 연대, 확장된 취향의 아카이브였다. 어디까지나 ‘나’를 중심에 둔, 주입식보다는 상호작용이 활발한 콘텐츠에 훨씬 쉽게 마음을 기울이는 새로운 세대의 등장이었다.

컴필레이션 앨범 발표까지

인스타그램 음악 매거진 역시 그러한 시대의 변화 아래 태어났다. ‘인스타 대세론’이 돌기 시작한 1~2년 전부터 폭발적으로 증가한 채널은 어느새 국내 음악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로 확고히 자리 잡았다. 특히 음악 매거진의 경우 다른 장르에 비해 큐레이션과 아카이빙에 집중하는 콘텐츠가 많다는 특징이 있다. 생각해보면 세월이 아무리 흐르고 매체가 바뀌어도 음악 마니아들 사이에서 제일 인기 있는 건 변함없이 명반이나 명곡 소개였다. 여기에 음악계 최신 소식이나 유행하는 밈(meme)을 인스타그램 형식에 맞춰 소개하는 형태의 채널이 빠르게 늘어났다.

인스타그램 음악 매거진 ‘AoB 밴드 붐은 온다’는 음악 미디어로 거듭나고 있다. ⓒAoB 인스타그램 갈무리

그 가운데 단순한 정보 전달을 넘어서 눈에 띄는 성장을 보여주는 채널도 속속 등장했다. ‘AoB 밴드 붐은 온다(@ageofband, 이하 밴붐온)’가 그 대표적 사례다. 음악 팬들 사이에 돌던 유행어를 그대로 채널명으로 쓴 데서도 알 수 있듯, 시작은 여느 인스타 매거진처럼 가벼웠다. 2023년 12월 문을 연 이 채널은 운영 초기만 해도 막 불붙기 시작한 ‘밴드 붐’을 둘러싼 각종 유행을 재구성해 올리는 데 초점을 맞췄다. 흡사한 콘텐츠를 올리는 대동소이한 채널들 가운데 특별히 빛나는 센스가 발군이었다. 팔로어가 늘기 시작하며 단순한 밈 콘텐츠 이외에도 음반 발매나 공연 등의 정보는 물론 실리카겔, 아도이, 이승윤, 이이언, 한로로 등 지금 음악 신을 대표한다고 해도 좋을 아티스트 인터뷰가 속속 늘어갔다. 한때 단순한 팬 계정처럼 보이던 채널은 어엿한 음악 미디어로서 꼴을 갖춰나갔다.

‘밴붐온’의 활약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았다. 2025년 1월에는 주목할 만한 신인 밴드 음악을 모은 첫 컴필레이션 앨범 〈돌연변이〉를 발표했고, 서울 홍대 인근 KT&G 상상마당과의 협업을 통해 오리지널 공연 시리즈 ‘AoB Presents’를 론칭하기도 했다. 2024년 밴드 버전 이상형 월드컵 ‘밴붐컵’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고, 이를 업그레이드한 2025 AoB 토너먼트 ‘브레이크아웃(Breakout)’도 진행 중이다. 밴붐온 정도로 활동 범위를 확장한 건 아니지만 국내외를 아우르는 발 빠른 소식 전달로 탄탄한 팬층을 확보한 ‘레코드 매거진(@record_mag)’, 역시 나라와 시대를 막론하고 음악을 테마로 한 인터뷰·에세이·플레이리스트 등 다양한 콘텐츠를 제작하고 있는 ‘어제오늘내일(@ystrdy.tdy.tmrrw)’ 역시 음악 마니아와 업계가 주목하는 인스타 음악 매거진이다.

이 가운데 ‘밴붐온’과 ‘레코드 매거진’은 운영을 시작한 지 아직 2년도 채 안 된 신생 채널이라는 점에서 새삼 놀랍다. 이렇게 무서울 정도로 빠른 성장 속도를 ‘인스타 매거진 대세론’만으로 분석하는 건 다소 아쉽다. 특히 음악 분야의 경우, 21세기 들어 꾸준히 성장한 산업 크기에 비해 그것을 다룰 만한 지면이나 공간이 턱없이 부족했다는 점에 주목하고 싶다. 2025년 현재, 재즈나 클래식 등 일부 장르 음악을 제외하면 한국에서 정기적으로 발간되는 음악 전문 매거진은 없다시피 하다. 1990년대 PC통신을 중심으로 형성된 누리꾼 음악 담론이나 2000년대 인터넷의 발달과 더불어 반짝 유행한 ‘웹 매거진’ 유행도 떠난 지 한참이다. 진지한 음악 이야기가 오갈 만한 공간은 한동안 진공상태에 놓인 채 멜론이나 지니, 벅스 등 일부 음악 플랫폼의 피처 콘텐츠를 통해서만 근근이 명맥을 이어갔다. 이런 가운데 등장한 인스타 음악 매거진은 순식간에 음악 팬들이 모이는 공간이자 미디어, 때로는 광고판의 역할까지 하게 되었다.

새로운 시대가 열렸다는 놀라움과 함께 한편에서는 우려된다는 지적도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보통 1인이 운영하는 경우가 많은 인스타 매거진의 특성상 채널 성장 속도에 맞는 명분이나 공신력을 갖추기가 쉽지 않다. 채널이 커지면 영향력도 커지고 그에 따르는 책임도 함께 커져야 마땅하나, 개인이 운영하는 계정에 어디까지 책임을 물어야 할지 그 누구도 적절한 답을 내놓기 어렵다. 나아가 일부 인기 뮤지션에 집중되거나 속보 전달에 급급한 콘텐츠가 범람해 피로도도 높다. 여러모로 소란스러운 가운데 변화는 이미 시작되었다. 이 새로운 파도를 어떻게 유연하게 타 넘을지, 채널 운영자는 물론 업계 관계자, 팬들까지 머리를 맞대고 함께 이야기해봐야 할 때다.

김윤하 (대중음악 평론가)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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