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환경농업 선도농가] 친환경 쌀, 미질·밥맛 좋아 판로 ‘탄탄’ | 디지털농업

이진랑 2025. 6. 13.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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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농 벼농사 짓는 조중기 씨

이 기사는 성공 농업을 일구는 농업경영 전문지 월간 ‘디지털농업’6월호 기사입니다.

강원 철원의 조중기 씨는 친환경 벼농사 외길을 걸은 지 올해로 24년째다. 왕우렁이농법으로 유기농 쌀을 생산하고 다양한 판매처를 개척한 그는 벼농사로 연간 2억 5000만 원의 매출액을 올린다. 조씨를 만나 친환경 쌀농사로 높은 소득을 얻는 비결을 알아봤다.
농림축산식품부에 따르면 지난해 친환경 쌀 재배 면적은 3만 5000㏊로 2020년 4만 9000㏊ 이후 지속해서 감소하는 추세다. 이처럼 재배 면적이 줄어드는 것은 수익성 악화 때문이다. 친환경 벼는 농약과 화학비료를 사용할 수 없다. 이 때문에 일반 쌀 생산에 견줘 재배 과정에 많은 품이 들고 영농자재도 비싸 더 많은 생산 비용이 든다. 판로도 급식용과 친환경 매장 등으로 제한적이어서 친환경 농사가 어려운 실정이다. 게다가 친환경 쌀은 관행 방식으로 재배할 때보다 수확량도 적은 특성이 있어 농가의 부담이 크다.
강원 철원에서 친환경 벼농사와 고추·밤호박 등 밭농사를 짓는 조중기 씨.

이러한 어려운 여건에도 유기농 쌀을 생산해 안정적인 소득을 올리는 농업인이 있다. 강원 철원에서 친환경 벼농사를 짓고 고추·밤호박 등을 재배하는 조중기 씨(59·세하나농장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현재 그는 약 14.8㏊(4만 5000평) 규모의 유기농 쌀농사를 짓는다. 이로써 얻는 매출액은 연간 2억 5000만 원에 달한다.

볍씨 열탕소독…유기농 영양제로 튼튼한 모 길러
본격적인 모내기철을 앞두고 찾은 철원군 동승읍 오덕리 들녘. 이곳에 자리 잡은 1650㎡(500평) 규모의 벼 육묘장에서는 초록빛 모를 관리하는 조씨의 손길이 분주하다.

“한 해 벼농사의 절반은 육묘 관리에 달려 있어요. 안정적인 육묘를 위해서는 볍씨로 전염되는 병해충을 사전 예방하는 종자 소독과 발아 관리가 중요하죠. 유기재배 벼는 소독약 대신 열처리로 종자를 소독(열탕소독)하거나 유기농 살균제를 사용해야 해요.”

그의 친환경 벼농사는 열탕을 활용해 볍씨를 소독하는 것에서 시작된다. 뜨거운 물에 볍씨가 든 자루를 10분 정도 담갔다가 꺼내 찬물에 식히는 방식이다. 그의 설명에 따르면 이것만으로도 종자에 전염되는 키다릿병 등을 예방할 수 있다고 한다. 열탕소독한 볍씨는 유기농 벼 육묘용 상토를 사용한 모판에 파종해 적정 온도에서 40~45일간 길러 우량 모를 만든다.

유기농 영양제를 시비해 모가 튼튼하고 뿌리의 매트 형성이 좋다.

“소독한 볍씨를 모판에 파종한 다음에는 스프링클러로 물관리를 잘하는 게 중요해요. 파종 후 25일 정도 지나면 육묘 과정에서 비료 효과가 떨어지는 비절 현상이 나타나는데, 이때부터 모내기 전까지는 3일 간격으로 유기농 영양제를 투입해 튼튼한 모로 키웁니다.”

아울러 그는 왕우렁이농법으로 벼를 재배하는 경우 관행보다 10일 정도 모를 더 크게 키워 심어야 한다고 조언했다. 물에 잠긴 어린모를 우렁이가 갉아 먹는 피해가 발생할 수 있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왕우렁이로 잡초 방제하며 물관리 신경 써
친환경 벼농사는 그야말로 풀과의 전쟁인데 조씨는 대표적인 해결책이 왕우렁이농법이라고 했다. 비용 부담이 적어 제초에 드는 노동력을 크게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논마다 벼의 생육 환경과 상태가 달라 재배 과정에서는 우렁이 개체 수를 적절하게 조절하고 물관리를 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왕우렁이는 물이 깊은 곳으로 모여드는 습성이 있어 물이 얕으면 제초 효과가 떨어질 수 있어요. 또 온도가 낮으면 잘 활동하지 않기 때문에 철원 지역의 논에는 5월 15일 이후에 방사하는 것이 좋아요. 방사할 때는 치패(크기 10㎜ 이내)와 중패·성패(다 자란 것)를 골고루 섞어 투입하는 게 좋아요. 특히 제초 효과를 높이려면 물을 깊이 대기하면서 적정한 양의 왕우렁이를 넣는 것이 핵심입니다.”

논의 잡초를 제거하기 위해 왕우렁이를 투입하는 친환경 농법으로 유기농 쌀을 재배한다.

현재 그를 비롯한 철원친환경농업협회 소속 60여 농가는 경기 평택의 전문농장에서 왕우렁이를 공급받고 있다. 보통 왕우렁이는 10a(300평)에 5~6㎏을 투입하는데, 처음 친환경 벼를 키우는 논에는 8㎏ 정도를 방사하는 것이 좋다고 한다. 그는 친환경 벼농사는 유기질 비료 등을 사용하면서 밥맛이 좋은 고품질 쌀을 안정적으로 생산하는 것이 경쟁력이자 성공 비법이라고 강조했다.

“저는 모내기 전에 20㎏들이 완효성 유기질 비료를 10a당 10포대 정도 시비합니다. 그러면 속효성 비료를 쓰는 관행 농법과 달리 쌀 수확량은 다소 떨어질 수 있어요. 하지만 유기질 비료로 재배한 유기농 쌀은 미질과 식감이 일반 쌀보다 훨씬 좋아 값을 더 받을 수 있죠.”

밥맛·미질 좋은 쌀, 입소문 통해 고객 늘어
현재 그는 이 같은 친환경 농법으로 조생종 <오대벼>와 아밀로스 전분의 함량이 낮아 당뇨병 완화에 도움이 되는 기능성 쌀 <밀키퀸>과 <고시히카리>, 가바 찹쌀 등을 생산하고 있다. 이 가운데 밀키퀸 쌀은 ‘대한민국유기농 스타상품 경진대회’에 출품해 최고상인 대통령상을 받아 당당히 명품 쌀로 인정받았다.

“쌀 품질만큼은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자신이 있습니다. 밀키퀸과 오대쌀을 주문한 고객들은 차지고 씹는 식감이 좋아 ‘밥맛이 예술’이라고 호평해요. 특히 뽀얗게 우유 색깔이 나는 밀키퀸은 맛있는 쌀로 입소문이 나면서 직거래 주문 비중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요.”

그는 이처럼 소비자를 유혹하는 밥맛의 결정 요인을 벼 수확 후 품질 관리 기술이라고 설명하면서 적기 수확과 건조 관리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밥맛 좋은 유기농 ‘밀키퀸’은 입소문을 타고 직거래가 늘었다.

“벼는 이삭이 약 90% 이상 누런색으로 변했을 때가 수확 적기입니다. 수확한 벼는 건조 과정에서 미질에 영향을 줘요. 물벼의 수분을 적정하게 빼줘야 미질이 좋고 오래 보관할 수 있죠. 일반적으로 벼는 적정 수분 함량인 15~16%로 건조하면 적당한데, 오래 보관하려면 수분 함량이 15%가 되도록 말리는 게 좋아요. 또 원적외선 곡물건조기로 천천히 벼를 말리면 밥맛이 더 좋아져요.”

연간 약 100t의 벼를 수확하는 그는 이를 원적외선 곡물건조기에 적정 온도(45~46℃)로 말린 다음 한살림과 농협 등의 친환경 매장 등으로 출하해 안정적인 소득을 올리고 있다. 미질과 밥맛이 좋은 유기농 밀키퀸과 오대쌀은 입소문을 타고 최근 미슐랭 한식당과 고급 레스토랑 등에서도 많이 찾는다고 한다.

“유기농 쌀은 관행 농법으로 재배한 쌀보다 품질은 좋지만 생산량이 20% 정도 적어요. 이 때문에 친환경 벼 재배를 확대하려면 무엇보다 정책적 관심과 지원이 필요합니다. 올해는 친환경농업직불금 지급 단가가 최대 1㏊당 25만 원 오르고, 공공비축용 친환경 벼 매입 단가도 일반 벼 대비 5% 높아지는 만큼 더 많은 농민이 친환경농업에 관심을 가질 것으로 기대합니다.”

앞으로 그는 1인 가구 증가와 젊은 층의 간편식 선호 등 소비 트렌드에 맞춰 새로운 친환경 쌀 상품을 개발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그는 “친환경 쌀농사를 짓는 농부로서 자부심을 갖고 친환경농업의 가치를 소비자에게 적극 알려나가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글 이진랑 | 사진 현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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