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1000원 김밥과 100조 AI 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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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지하철역 입구에서 파는 1000원짜리 김밥이 인기였다.
밤새도록 싼 김밥을 알루미늄포일로 감싸 보온을 위해 스티로폼박스에 차곡차곡 담아 파는 식이었다.
어려워진 경제 상황으로 김밥천국과 같은 박리다매형 분식집의 1000원짜리 즉석 김밥이 인기를 끌었고, 지하철역 등지의 노점으로 확대됐다.
우리 경제를 위해 '창대한' AI도 '미약한' 김밥도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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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지하철역 입구에서 파는 1000원짜리 김밥이 인기였다. 밤새도록 싼 김밥을 알루미늄포일로 감싸 보온을 위해 스티로폼박스에 차곡차곡 담아 파는 식이었다. 아침 길을 재촉하는 직장인과 학생의 손에 들려있곤 했던 그 풍경은 어느새 종적을 감췄다. 대신 편의점 갖가지 김밥이 자리를 차지했다.
지하철 1000원짜리 김밥의 정확한 연원은 알 수 없다. 1997년 국제통화기금(IMF) 구제금융 시기쯤으로 기억한다. 어려워진 경제 상황으로 김밥천국과 같은 박리다매형 분식집의 1000원짜리 즉석 김밥이 인기를 끌었고, 지하철역 등지의 노점으로 확대됐다.
가격은 1000원 김밥의 가장 큰 매력이었다. 1000원짜리 한 장이면 끼니를 해결할 수 있어서다. 알루미늄포일과 스티로폼박스의 보온 효과로 편의점 김밥에서는 느낄 수 없는 온기도 있었다. 건네받은 따뜻한 김밥으로 허기를 달래며 구제금융과 글로벌 금융위기라는 험한 세월을 헤쳐왔다.
많은 이들이 김밥을 말아 팔며 희망을 품었다. 지하철 공익근무요원이나 단속원들에게 쫓겨 다니며 판 김밥은 적지 않은 이들이 일어서는 발판이 됐다. 영화 '라디오스타'(2006년)에서 한물간 스타를 떠나 가족에게 돌아온 매니저 박민수(안성기 분)가 지하철에서 김밥을 팔며 아내와 새로운 희망을 품었다.
'창대한' 미래를 위해 '미약한' 시작도 필요하다. 초등학교 4학년 때 외할머니로부터 선물 받은 병아리 10마리로 시작해 '치킨공화국'의 밑거름을 다졌던 김홍국 하림 회장의 이야기는 동화 같은 감동을 준다. 창업주 7명의 성이 서로 다른 것에서 이름을 붙인 '칠성사이다'는 한국전쟁 초반인 1950년 5월 등장해 우리들과 희로애락을 함께했다. 코카-콜라의 공세를 뚫은 토종 음료로 자리를 굳건히 지키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진짜 대한민국'을 건설하겠다며 회복·성장·행복을 3대 비전으로 제시했다. '진짜 성장'의 5대 전략 중 제1 과제로 인공지능(AI) 3대 강국 진입과 미래전략산업 육성을 강조했다. 글로벌 AI 패권 경쟁에서 밀려선 안 된다는 위기의식의 발로다. 후보 시절엔 'AI 기본사회'를 슬로건으로 100조원 투자 계획을 내놨다.
AI가 경제 성장론의 중심에 서 있고 '기술'이 미래 사회를 주도한다는 점은 상식이다. 반도체와 모바일로 대표되는 정보통신 혁명이 우리 경제의 체질을 바꿨다. 때문에 AI는 가장 중요한 미래 키워드다. 제1 공약인 만큼 AI 중심의 기술주도 성장에 드라이브가 걸릴 전망이다.
하지만 박민수와 같은 서민의 생각은 다를 수밖에 없다. AI가 당장 우리 생활에 미칠 영향을 대수롭지 않게 여긴다. AI로 인해 생겨날 일자리보다 사라질 일자리의 구멍이 훨씬 크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성장에는 그림자도 드리우기 마련이다. 경제 성장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5년간 210조원의 재정을 투입한다. 이중 일부는 회복력이 약한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지원한다. 대출 원금과 이자를 재조정하는 새출발지원기금 지원 대상을 넓히거나 배드뱅크를 설치하는 식이다.

박정웅 기자 parkjo@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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