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의 일상화 [뉴스룸에서]

이대혁 2025. 6. 13. 0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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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 3년은 '비정상의 일상화'로 요약된다.

외려 '비정상의 정상화'로 포장됐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비정상의 정상화는 '비정상적 상태가 너무 자주 반복돼 그것이 되레 정상적이라고 인식되는 상태', 딱 그것이었다.

비정상이 일상이던 정부에선 한 번도 오르지 못한 고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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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3년 '비정상의 일상화'
궤도 이탈한 국정 부지기수
코스피 2900, 정상화의 시작
불법 계엄 선포 이튿날인 지난해 12월 4일 새벽 서울 여의도 국회 본청 앞에서 진입을 시도하는 군인들과 시민들이 충돌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 3년은 '비정상의 일상화'였지만, 그 정점은 바로 불법 계엄이다. 고영권 기자

윤석열 정부 3년은 ‘비정상의 일상화’로 요약된다. 마치 왕정으로 퇴행했던 기간이었다. 권력을 잡자마자 집무실의 용산 이전을 단행해 막대한 혈세를 제 지갑처럼 썼다. 20억 원이 넘는 관저 공사는 ‘여사’와 관련이 있던 미자격 업체가 수의계약으로 받아갔다. 500만 원짜리 캣타워, 2,000만 원짜리 히노키 욕조, ‘퍼스트 도그스(first dogs)’가 즐겼을 조경용 수영장 등이 세금으로 마련됐다. 공관, 관저 공사가 끝날 때까지 청와대를 이용하라는 요구는 무시했다. 단 하루도 청와대에 있지 않겠다는 고집은 무속 탓이라는 의혹을 샀다. 실제 여사 주변의 천공과 건진법사(추후 명태균까지)가 입길에 올랐다. 문재인 정부의 확장 재정을 비판하면서 호화 관저를 짓고, 권력 정점과 국정 주변에 무속이 아른거리는 게 어찌 정상적이겠는가.

비정상은 내내 이어졌다. 해외순방 때 명품숍에 들락거리는 모습이 포착돼 분노를 샀던 여사는 앞서 300만 원짜리 조그만 파우치를 거리낌 없이 받은 사실도 공개됐다. 그럼에도 국가권익위원회는 처벌 규정이 없다며 여사에게 죄를 묻지 않았다. 이를 신고하지 않은 공직자 남편에게도 직무 관련성이 없다는 이유로 면죄부를 줬다. “국회의원과 고위 공직자의 배우자들은 모두 300만 원짜리 가방 정도는 받아도 되는가?”라는 강훈식 당시 더불어민주당 의원(현 대통령비서실장)의 물음에 권익위원장은 “호의적인 선물이라고 판단될 경우…”라는 박절하지 못한 기준을 내세웠다. 이 기준, 정상적인가.

동맹국 대통령과 의회를 향해 비속어를 뱉은 게 들통났지만 아니라 우기고, 숙취 탓인지 제시간에 출근하지 않으면서 가짜 차량을 먼저 보낸 위장 출근 의혹은 어떤가. 여사의 주가조작 혐의 황제 조사, 원인 제공자의 강서구청장 보궐선거 재출마, 해병대 채 상병 죽음·이태원 참사 진실 규명 축소·은폐, 부부의 공천 개입 의혹 등 3년 국정은 무수히 정상 궤도를 이탈했다.

윤석열 전 대통령에 대한 경찰 특별수사단의 2차 출석 요구일인 12일 오전 윤 전 대통령이 소환 통보에 응하지 않은 채 반바지 차림으로 경호원들과 서울 서초구 아크로비스타 상가를 활보하고 있다. 남동균 인턴기자

불법 계엄은 비정상의 정점이었다. 고꾸라지는 경제, 민생고는 아랑곳 않고 오직 부부의 권력 유지·연장만을 위해 저지른 내란이었다. 이를 거대 야당의 횡포를 알리는 계몽령이라 호도하고, 모든 책임을 부하들에게 전가하는 내란 우두머리 피고인이 구속기간 산정법의 예외를 유일하게 적용 받아 버젓이 돌아다니고 있는 현실이 과연 정상적인가.

외려 ‘비정상의 정상화’로 포장됐다. 자신이 세운 기준에 맞지 않는 것을 ‘비정상’으로 몰고, 그 기준에 맞추는 것을 ‘정상화’라고 강제했다. 이의를 제기하는 야당, 노조, 언론엔 반국가세력이라는 꼬리표를 붙였다. 불법 계엄은 그렇게 잉태됐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비정상의 정상화는 ‘비정상적 상태가 너무 자주 반복돼 그것이 되레 정상적이라고 인식되는 상태’, 딱 그것이었다. 그래서 위험했고, 그렇게 나라는 혼란에 빠졌다. 우리 사회는 이를 탄핵으로 바로잡았다.

이재명 대통령이 4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제21대 대통령 취임선서식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이재명 정부가 들어섰다. "벼랑 끝에 몰린 민생을 되살리고, 성장을 회복해 모두가 행복한 내일을 만들어갈 시간"이라는 취임사에 공감한다. 미리 움직이는 주식시장에서 코스피는 새 정부 출범 5거래일 만에 2,900 시대를 열었다. 비정상이 일상이던 정부에선 한 번도 오르지 못한 고지다. 가장 시급한 화두인 경제 회복을 위한 국정 정상화의 신호탄이자, 정상의 일상화 시작점이길 기대한다.

이대혁 경제부장 selected@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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