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악관 트럼프 쇼' 성공적으로 버틴 정상들 비결은 [세계는 왜?]

이정혁 2025. 6. 13.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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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보도되는 국제 뉴스를 읽다 보면 사건의 배경이나 해당 국가의 역사 등을 알지 못해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그래서인지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TV쇼 같다.

아파르트헤이트 당시 백인 정권과의 협상을 주도했던 경험 덕에 트럼프 대통령의 '흔들기'에도 버틸 수 있었다는 평이 나온다.

기분파인 트럼프 대통령 성향을 역이용해 '백악관 무대'에서 캐나다의 입장을 확실히 보여준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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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잖음' 무기로 트럼프 상대한 라마포사
'트럼프 띄운 직후 면전에 요구' 카니 총리
편집자주
매일 보도되는 국제 뉴스를 읽다 보면 사건의 배경이나 해당 국가의 역사 등을 알지 못해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5월 9일부터 격주 금요일에 만날 수 있는 '세계는 왜'는 그런 궁금증을 쉬운 언어로 명쾌하게 풀어주는 소화제 같은 연재물입니다.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지난 2월 28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언쟁을 벌이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2016년 당선 직전까지 미국 NBC방송의 리얼리티쇼 '어프렌티스'의 진행자로 명성을 쌓았다. 그래서인지 트럼프 대통령의 정상회담은 TV쇼 같다. 방송을 준비할 때처럼 상대방을 당황시킬 시나리오를 준비해 유리한 고지를 선점해 두는 것이다.

이 전술에 휘말린 대표적 인물은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다. 젤렌스키 대통령은 지난 2월 28일 미국 백악관을 찾았다. 그러나 그는 기자회견 내내 "왜 양복을 입지 않았느냐" "예의가 없다" 등 무례한 발언을 들어야 했고, JD 밴스 미 부통령과의 언쟁 끝에 당초 예정된 광물협정 서명조차 마치지 못한 채 자리를 박차고 나왔다. 이후 젤렌스키 대통령은 관계 회복을 위해 갖은 노력을 기울여야 했고, 두 달 뒤 더 불리해진 조건의 광물 협정에 서명해야 했다.

반면 시릴 라마포사 남아프리카 공화국 대통령은 비교적 잘 대처한 사례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이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가짜 영상과 사진을 들이대며 '백인 학살' 주장을 했지만 언성을 높이지 않고 상황을 설명하는 데 주력했다. '1,000명이 넘는 백인이 살해당했다'는 황당한 주장에도 "어디서 저런 일이 벌어졌는지 알려달라"고 되물으며 침착함을 유지했다. 아파르트헤이트 당시 백인 정권과의 협상을 주도했던 경험 덕에 트럼프 대통령의 '흔들기'에도 버틸 수 있었다는 평이 나온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가 지난달 6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의 정상회담 직후 미국 워싱턴의 주미 캐나다대사관을 찾아 연설하고 있다. 워싱턴=AFP 연합뉴스

마크 카니 캐나다 총리는 TV에 중계되는 백악관 회견을 역이용했다. 그는 총선을 치른 일주일 뒤인 지난달 6일 미국 워싱턴을 찾았다. 직전 총선 내내 트럼프 대통령에게 각을 세운 것과는 달리 회담 시작 후에는 트럼프 대통령 띄우기에 나섰다. 그는 트럼프 대통령을 "미국의 노동자, 안보, 국경의 재앙을 종식하고 세계 안보와 경제에 집중하는 혁신적인 대통령"이라고 추켜세웠다.

트럼프 대통령 기분이 좋아진 틈을 타 그는 "부동산에 대해 아시다시피, 매물이 아닌 곳도 있다"며 "(캐나다는) 판매용이 아니다. 절대로 팔지 않을 것"이라고 못 박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절대라고는 하지 말아 달라"고 말했지만 더 이상 따지고 들지 않았다. 기분파인 트럼프 대통령 성향을 역이용해 '백악관 무대'에서 캐나다의 입장을 확실히 보여준 셈이다.

이정혁 기자 dinne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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