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 6개월 예금 금리가 2년짜리보다 높네

유소연 기자 2025. 6. 13. 0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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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은행 장·단기 예금 금리 역전
일러스트=김현국

직장인 이모(53)씨는 작년 이맘때 가입한 연 3.9% 1년짜리 정기예금의 만기가 돌아왔다. 이씨는 당장 쓸 돈은 아니어서 1년 이상 돈을 정기예금으로 다시 묶으려고 했지만, 이리저리 금리를 알아보다 결국 6개월 만기 예금에 돈을 넣었다. 오히려 6개월짜리 예금 금리를 더 쳐주거나, 1년이나 6개월짜리나 금리가 같았기 때문이다. 이씨는 “금리가 더 떨어질지도 몰라 지금 금리로 최대한 길게 돈을 묶고 싶었는데 6개월 만기보다 금리가 높은 1년 이상 만기 예금을 찾기 어려웠다”며 “돈을 맡기는 사람 입장에서는 오래 돈이 묶이는 게 더 손해인데 왜 길게 맡길수록 은행에서 이자를 낮게 쳐주는지 의아하다”고 했다.

이씨가 겪은 일처럼 최근 일부 은행에서 6개월 만기 정기예금 금리가 1년 만기 금리보다 높아지는 장단기 예금 금리 역전 현상이 일어나고 있다. 역전까지는 아니더라도 6개월과 1년 만기 금리가 같은 은행들도 다수 보인다.

통상 은행은 만기가 길어질수록 예금 이자를 더 얹어준다. 1년 이상의 장기 예금이 은행 자금을 운용할 때 더 안정적이기 때문이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작년 5월 은행의 1년 만기 신규 정기예금 금리 평균은 연 3.61%, 6개월 미만 만기는 연 3.45%로 집계되는 등 대부분 기간에서 만기가 길수록 예금 금리가 높다. 그러나 최근 이례적으로 장단기 예금 금리 역전 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은행들이 금리 하락기에 장기적인 금리 하락 리스크(위험)를 고객에게 떠넘기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개월 예금 금리가 1년짜리보다 높아

12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산업은행의 ‘KDB정기예금’은 1년 만기 금리가 연 2.6%인데, 6개월 만기가 연 2.65%로 0.05%포인트가 높았다. 경남은행 정기예금 역시 1년짜리가 연 2%, 6개월짜리가 연 2.05%로 돈을 짧게 묶어두는데도 금리가 0.05%포인트 더 높았다.

그래픽=김현국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은행을 봐도 같은 경향이다. 5대 은행 모두 돈을 훨씬 더 길게 묶어두는 2년 만기 예금 금리가 1년이나 6개월짜리 예금보다 금리가 같거나 낮았다. 5대 은행의 6개월 만기 예금 평균 금리는 연 2.52%인 반면, 2년 만기 예금 평균 금리는 연 2.45%로 집계됐다. 이런 상황이니 고객으로서는 돈을 길게 맡길 유인이 없어지는 셈이다. 6개월짜리 단기 예금 가입을 유도하는 금리 정책이다.

은행권에서 만기가 짧은 예금 금리가 만기가 긴 상품보다 높아지는 상황은 이례적이다. 금리 인하기에 향후 기준금리가 더 내려갈 것으로 보고 은행들이 1년 이상 묶는 돈에 대해 금리를 더 낮게 매긴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한국은행은 지난해 10월부터 금리 인하를 단행, 기존 연 3.5%였던 기준금리를 현재 연 2.5% 수준까지 내렸다. 이창용 한은 총재가 이날도 “앞으로 금리 정책은 인하 기조를 유지하겠다”고 한 만큼 연내에 추가적인 기준금리 인하가 있을 전망이다.

◇금리 인하 위험 고객에게 전가

보기 드문 장단기 예금 금리 역전 배경을 두고 은행들이 예금 만기를 분산하기 위한 전략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1년 만기 예금 상품이 중심이지만 시장 금리가 앞으로 더 낮아질 가능성도 있어서 무리해서 예금을 늘리고 있지는 않다”며 “금리 인하 폭이나 시기가 확실하지는 않기 때문에 예금 만기 시점을 다양하게 구성해 위험을 분산시키는 면도 있다”고 했다. 금리 하락을 예상하고 그에 따른 불확실성을 분산하는 전략이라는 것이다. 은행으로서는 예금 이자를 지급할 부담을 더는 효과도 있다.

◇다른 투자처 찾아 떠나기도

하지만 이런 은행 전략에 대해 금리 하락 리스크(위험)를 고객에게 전가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명예교수는 “장기 금리를 높게 주면 앞으로 금리가 더 떨어졌을 때 은행으로서는 손해를 볼 수 있으니 벌써 금리를 낮게 주고 있다”며 “금리 인하기 위험을 금리에 녹여서 예금자에게 떠넘기는 행태”라고 했다.

금융 소비자들은 돈을 짧게 굴리면서 관망하는 분위기다. 우선 은행 정기예금에서 급속도로 돈을 빼고 있다. 5대 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지난달 말 922조4722억원으로 지난해 말(927조916억원)보다 4조6194억원 줄어들었다.

예금 외에 다른 투자처를 찾아 떠나기도 한다. 현재 업비트·빗썸·코인원 등 주요 가상 자산 거래소 예치금 이자율은 연 2%대 초반이다. 은행 정기예금보다는 금리가 소폭 낮지만 만기 없이 자유롭게 입출금이 가능하며, 가상 자산 투자에도 활용할 수 있어 최근엔 아예 목돈을 넣어두는 경우가 많다. 원금은 보장하지 않지만 은행 예금보다 높은 연 3%대 이자를 주는 증권사 발행어음에 돈을 묶어두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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