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美 AI 행사에 800명이 한꺼번에…'아날로그 일본'이 변했다

최지희 2025. 6. 13. 0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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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사 개발자 100명이 모두 미국 샌디에이고에 왔습니다. 최신 인공지능(AI) 솔루션과 보안 기술을 현장에서 직접 보기 위해서요."

현장에서 만난 한 일본 정보기술(IT) 기업 관계자는 "AI와 보안 관련 업무를 하는 직원 50여 명이 모두 참가했다"며 "일본 기업 20곳 이상이 샌디에이고에까지 직원들을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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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배우자" 전세버스 행렬
기업이 끌고, 정부는 마중물
샌디에이고=최지희 테크&사이언스부 기자

“회사 개발자 100명이 모두 미국 샌디에이고에 왔습니다. 최신 인공지능(AI) 솔루션과 보안 기술을 현장에서 직접 보기 위해서요.”

12일 샌디에이고 컨벤션센터 앞은 아침 일찍부터 전세버스 행렬로 장관을 이뤘다. 글로벌 보안 전문 기업 시스코(CISCO)가 마련한 ‘시스코 라이브 2025’를 참관하기 위해 방문한 일본인 개발자들과 기업 관계자 800여 명이 버스에서 줄줄이 내리는 모습에선 비장함마저 풍겼다. 현장에서 만난 한 일본 정보기술(IT) 기업 관계자는 “AI와 보안 관련 업무를 하는 직원 50여 명이 모두 참가했다”며 “일본 기업 20곳 이상이 샌디에이고에까지 직원들을 보낸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기업의 열의에 시스코 본사 임원도 “불과 1년 전만 해도 일본인이 이렇게 많이 오지는 않았다”고 했다. 컨벤션센터 내부에서 영어 다음으로 많이 들리는 언어도 일본어다.

최근 일본은 미국 현지에서 이뤄지는 기술 발표 현장에 개발자를 대거 투입하고 있다. 특히 AI 관련 신기술이나 서비스가 공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현장에는 단 한 명이라도 직원을 보낼 만큼 AI 기술 참관에 적극적이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일본 기업의 AI 전문가는 “디지털 전환(DX)에서 ‘슬로 스타터’였던 일본은 이미 DX에서는 한국과 중국을 뛰어넘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며 “그럴수록 AI 전환(AX)으로 직행해 글로벌 시장 우위를 선점하려고 하는 것”이라고 했다. 도요타만 해도 지난달 그룹 차원에서의 AI 인재 육성을 발표하며 5개 계열사가 협력 체계를 구축한다고 발표했다.

일본은 첨단 기술 분야에선 늘 ‘갈라파고스’라는 비아냥을 샀다. 하지만 AX 부문에서만큼은 변화가 생겨나고 있다. 일본으로 유입되는 외국인직접투자(FDI)는 여전히 팬데믹 이전 수준에 미치지 못하지만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빅테크가 잇따라 일본 투자를 늘리고 있다. 오픈AI는 아시아 첫 지사를 일본에 세웠다.

일본 정부가 2023년 AI 육성을 외치며 투입하기로 한 예산은 2030년까지 1조엔(약 10조원)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제시한 ‘AI 100조원’과 비교하면 턱없이 적다. 대통령 임기 5년에 절반가량을 민간에서 충당한다고 가정해도 연간 10조원을 예산으로 충당하는 셈이다. 결국 중요한 건 정부가 얼마를 쓰는지가 아니라 얼마나 효과적으로 쓸 수 있는지다. 기업이 신명 나게 혁신하고 투자하도록 만드는 진짜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한다는 얘기다. 적어도 현재까지 일본은 기업이 끌고, 정부가 밀어주는 선순환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정부의 구호만 난무하는 AI 정책 속에 자칫 한국이 ‘AI 갈라파고스’로 전락하지 않을까, 두려움이 몰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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