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년 5월 이유 없이 스러져간 영령들 편히 쉬길…”
동구 주남마을 위령비 일대서 열려
살풀이·풍선날리기 등으로 넋 위로
생존자 홍금숙씨 첫 참석 의미 더해

12일 오전 10시 광주 동구 주남마을 ‘위령비’ 앞에서 기역이 니은이 인권문화제 추진위원회와 지원2동 주민자치회의 주최·주관으로 ‘제12회 기역이 니은이 인권 문화제’가 열렸다.
기역이 니은이 인권 문화제는 1980년 5월23일 11공수여단이 광주-화순 간 15번 국도 위를 지나던 미니버스를 향해 총격을 가해 18명 중 15명을 사살한 후 살아남은 3명 중 2명을 야산에 끌고가 총살한 ‘주남마을 양민 학살 사건’의 희생자를 기리기 위해 지난 2014년부터 개최되고 있다.
매년 5월에 열렸지만, 올해는 ‘조기 대선’을 앞두고 공직선거법 상 기부행위에 저촉될 우려가 있어 선거가 끝난 후인 이날 개최됐다.
‘기역이 니은이’는 과거 주남마을의 옛 지명인 지한면 녹두밭 웃머리를 기억하자는 뜻인 ‘기억하라 녹두밭 웃머리’의 초성인 기역과 니은을 상징화해 이름 지어졌다.
이정선 광주시교육감과 임택 동구청장, 문선화 동구의회 의장, 주남마을 주민 등 50여명의 참석자들은 행사가 시작되기 전 마을회관 앞에 모여 노란 풍선을 각자의 손에 쥐고 줄을 섰다.
맨 앞줄에 선 참석자들은 ‘인권이 숨쉬는 주남마을’이라는 문구가 적힌 흰 천을 손에 들었다.
추모 행렬은 정광단 서구 양3동 동장이 문병란 시인의 시 ‘민주로에서’를 낭송한 후 출발했다.
운구 행렬을 연상케 한 이들이 마을 곳곳을 지나서 위령비 앞에 도착하자 ‘주남마을 양민 학살 사건’ 희생자 17명을 위로하는 살풀이춤 공연이 시작됐다.
공연이 끝난 후 참석자들은 쥐고 있던 노란 풍선을 위령비 주위에서 하늘로 날려보내며 애도의 마음을 표현했다.
이후에도 참석자들은 위령비 앞에서 헌화와 묵념으로 희생자들의 넋을 기렸다.
올해 행사에는 주남마을 학살 사건의 유일한 생존자인 홍금숙씨가 처음으로 참석해 의미를 더했다.
극심한 트라우마로 행사에 오지 못했다는 홍씨는 전날 병원에서 약을 처방받고 난 후 겨우 용기를 낼 수 있었다고 한다.
홍금숙씨는 “매번 행사마다 참여해 달라는 요청이 있었지만, 도저히 용기가 나질 않았다. 주남마을 인근 도로만 지나도 숨이 막히는 고통이 찾아왔기 때문”이라며 “그럼에도 잊지 않고 기억해 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전하고 싶어 용기를 냈다”고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이어 홍씨는 “트라우마에서 완전히 벗어날 수 없겠지만, 한 가지 소원이 있다면 아직까지 행방불명 상태인 이들의 시신이라도 찾아 넋을 달래주고 싶다”며 “위령비 인근이 과거 계엄군의 점령지였다는 사실을 사람들이 알고 기억할 수 있도록 시나 구에서 도움을 줬으면 한다”고 소원했다.
홍씨의 발언 후 참석자들은 빨강, 파랑, 초록, 노랑 등 형형색색의 물감을 이용해 민주·인권·평화의 글귀가 적힌 캔버스에 손도장을 찍었으며, 점심 식사 후엔 전통 놀이와 스탬프 투어 등 체험 활동을 했다./장은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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