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북대화 시동 건 트럼프 …'첫회담 7주년' 맞아 김정은에 러브콜
트럼프, 중간선거 급한불
우크라 종전·가자문제 등
이렇다할 외교 성과 못내
金과 친분 내세워 접촉 타진
김정은, 일단 간보기 모드
7년간 핵·미사일 고도화 끝내
러와 군사밀착으로 자신감도
北 '핵 절대포기 안한다' 공언
핵보유국 지위 인정 요구할듯

지금부터 꼭 7년 전인 2018년 6월 12일. 싱가포르 센토사섬 카펠라 호텔에서 도널드 트럼프 당시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처음 만났다. 1차 미·북 정상회담에서 도출된 공동 성명에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위한 노력'이 담겼다. 시작은 화려했지만 미·북 협상은 용두사미가 됐다. 2019년 2월 베트남 하노이 2차 회담이 '노딜'로 끝나면서 양국 대화는 끊기고 말았다.
재집권에 성공한 트럼프 대통령은 싱가포르 회담 7주년에 즈음해 다시 북한과의 '톱다운(top-down)' 대화에 나설 용의를 공개적으로 밝혔다.
백악관은 11일(현지시간) '북한이 트럼프 대통령의 친서 수령을 거부했다'는 미국 대북매체 NK뉴스 보도를 부인하지 않았다. 미국이 이미 물밑에서 대북 접촉을 시도하고 있다는 점을 에둘러 인정했다는 의미로 읽힌다. 캐럴라인 레빗 백악관 대변인은 한발 나아가 "(트럼프) 대통령은 김정은과 서신 교환에 여전히 수용적(receptive·열려 있다)"이라며 "그는 첫 임기 때 싱가포르에서 이뤄진 진전을 보길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내년 11월 중간선거 이전에 내놓을 외교적 업적이 필요한 상황이다. 대선 캠페인 때 공언했던 러시아·우크라이나 종전, 가자지구 분쟁 해결, 이란과 핵협상 등이 잇달아 벽에 부딪혔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개인적 우호 관계가 있는 김 위원장에게 손을 내밀어 활로를 찾을 필요가 있다는 얘기다.
트럼프 대통령은 재집권 초반부터 김 위원장과의 개인적 친분을 강조하고 북한을 여러 차례 "핵보유국(nuclear power)"이라고 지칭하며 유화적 제스처를 취했다.
정구연 강원대 교수는 "내년에 미국에는 중간선거가 있다"며 "트럼프 대통령으로서는 성과가 있어야 선거를 치를 수 있는데, 내부적으로는 LA 사태가 터졌고 외부적으론 우크라이나와 중동 상황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북한 카드를 만지작거리는 것"이라고 분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집권 1기 동안 김 위원장과 27통에 이르는 친서를 주고받았다. 북한도 트럼프 대통령 재집권 이후 그를 직접 비난하지 않으며 대화 가능성을 닫지 않고 있다. 다만 조 바이든 행정부 시기 멈췄던 미·북 대화가 트럼프 대통령의 바람대로 조기에 재개될지는 불투명하다.
무엇보다 이제는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의 결렬 요인인 평양 인근 강선제강소 등 '제2의 핵시설'을 넘어서는 쟁점·현안이 더욱 많이 쌓인 형세다.
미·북 양측이 주고받을 카드 역시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보다 훨씬 무거워졌다. 북한은 2021년 제8차 노동당대회를 계기로 △무기급 핵물질 △전략·전술 핵탄두 △장거리탄도미사일(ICBM) 등 핵 능력을 질적·양적으로 고도화했다. 이어 김 위원장이 직접 나서 '핵 포기 절대 불가' 입장을 밝히며 비핵화 선택지를 스스로 지웠다. 북한은 미·북 대화가 재개되더라도 '핵보유국' 인정을 전제로 한 핵 동결·군축과 대북제재 해제·완화를 맞바꾸려 할 공산이 크다.
미·북 대화를 둘러싼 국제정세도 불투명하다. 북한은 러시아에 대규모 병력을 보내 북·러 군사동맹을 복원하며 경제·군사적 실익을 취하는 데 주력하고 있다. 북한으로서는 현시점에서 확실한 뒷배이자 혈맹인 러시아를 두고 성과가 불분명한 미·북 대화로 대외정책의 판을 옮길 필요성이 크지 않다.
남성욱 고려대 교수는 서신 거부설과 관련해 "김 위원장은 트럼프 1기 때 '빈손 노딜'이었다는 점을 떠올리고 똑같은 시나리오라면 (대화를) 하지 않는다고 생각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정 교수는 "북한은 궁극적으로는 미국과 대화하고 싶어 하지만 현재는 러시아와 협력하면서 미국과 당장 대화할 유인이 적다"고 평가했다.
다만 북한이 당장 미·북 대화에 응하지 않더라도 향후 정세 변화에 따라 워싱턴에 손을 내밀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는 관측도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이 임기 내에 눈에 띄는 성과를 내기 위해 북한에 핵무기 동결·군축과 미국에 직접적인 위협이 되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역량만 제거하는 '나쁜 거래'에 나설 수 있다는 예상도 있다. 이렇게 되면 북한은 전술핵 역량을 유지하고, 한국의 안보 불안이 지속될 수밖에 없다.
[워싱턴 최승진 특파원 / 서울 김성훈 기자 / 김상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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