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으로 가는 길, 평화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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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지난 30여 년간 유라시아와 인연을 맺으며 여섯 차례 대륙을 횡단을 마쳤다.
부산에서 시베리아를 지나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1만4000km를 모터바이크와 자동차로 달리며 이 길의 실체를 확인해왔다.
지금도 동해항이나 속초항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배를 타고 시베리아를 관통하면 1만4000km의 대륙 물류 루트가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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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국(탐험가·유라시아 대륙횡단 도로 기록자)
나는 지난 30여 년간 유라시아와 인연을 맺으며 여섯 차례 대륙을 횡단을 마쳤다. 부산에서 시베리아를 지나 네덜란드 로테르담까지 1만4000km를 모터바이크와 자동차로 달리며 이 길의 실체를 확인해왔다. 모험을 넘어, 대한민국의 새로운 생존 전략을 위한 기록이자 실증이었다.
유라시아 대륙횡단 도로는 유엔 ESCAP(아시아태평양 경제사회위원회)에서 주관하는 ‘아시안 하이웨이’ 6호선과 유엔 ECE(유럽 경제위원회)의 ‘유럽 E30’ 고속도로, 그리고 시베리아를 지나는 ‘러시아 연방도로’로 구성되어 있다. 전 구간 아스팔트로 포장된 이 길은 물류와 사람의 이동이 가능한 인프라다. 다만 유일한 단절 구간은 한반도의 남북 600km뿐이다.
지금도 동해항이나 속초항에서 블라디보스토크로 배를 타고 시베리아를 관통하면 1만4000km의 대륙 물류 루트가 완성된다. 이는 수에즈 운하를 거쳐 로테르담까지 2만1000km를 이동하는 해상 경로보다 무려 7000km가 짧다.
유럽에서 출발한 고부가가치 화물은 시베리아 도로망을 통해 부산으로 들어와 조립, 가공된 후 다시 아시아 전역으로 퍼져나갈 수 있다. 이는 단지 수출입을 위한 경로 확보가 아니다. 항만, 도로, 철도, 콘텐츠, 물류, 관광, 에너지, 정보통신이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새로운 산업 생태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핵심은 ‘길의 연결’이다. 남과 북의 길이 연결되면 한반도는 유라시아 대륙의 교차점이자 중심이 된다. 도로와 철도뿐 아니라 에너지와 데이터 흐름까지 하나의 네트워크로 확장된다. 이 연결은 단지 교통 인프라가 아니라 평화와 번영의 물적 기반이다.
북극해 항로 역시 주목할 만하다. 수에즈운하 대비 7000km가 짧아 물류비 절감이 가능하다. 지구온난화가 심화될수록 항로 개방 기간이 늘어나 부산, 울산, 동해가 세계 물류 중심지로 도약할 기회가 된다.
나는 이 길의 가능성을 데이터베이스화해왔다. 앞서 말했듯이 부산에서 출발해 시베리아를 거쳐 로테르담에 이르는 1만4000km 구간을 사진과 영상을 담아 문서화했다. 한국인의 일상이 대륙까지 확장될 수 있는 실제 경로를 증명한 셈이다.
남북한 모두 유엔 ESCAP에서 주관하는 아시안 하이웨이 프로젝트 회원국이다. 도로 연결은 국제 규범에도 부합하는 논리적 요청이다. 하지만 이 연결은 정치적 결단 없이는 이루어질 수 없다. 한반도의 북방과의 연결을 구체화하고, 이를 통해 남북 평화의 인프라를 현실화해야 한다.
신유라시아 시대가 열리고 있다. 대한민국은 대륙의 시작점을 넘어 새로운 부가가치와 물류, 평화와 협력의 중심으로 나아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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