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금 주택’을 아시나요?… GH, 주택시장 패러다임 바꿀까 [오상도의 경기유랑]
20~30년 걸쳐 분할 취득…광교 240가구 규모
우여곡절 끝에 A17블록에 주택건설 가시화
도민 94%, ‘GH 지분적립형 주택’ 공급 확대해야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의 시초는 과거 이명박 정부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2008년 당시 대한주택공사가 오산 세교지구에서 전용면적 59㎡ 8000여 가구를 10년 분납임대방식으로 공급하면서 세간에 이름을 알렸다. 명칭은 ‘분납 임대주택’이었다. 하지만 주택경기 침체의 영향으로 1∼3순위 청약에선 평균 0.77대 1의 경쟁률을 보이며 흥행에 참패했다.
문재인 정부 들어서도 관심을 끌었다. 전세난을 진정시킬 해법을 찾던 정부는 서울시와 함께 20~30년간 분납이 가능한 지분적립형 주택의 공급계획을 검토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른바 ‘적금 주택’으로 불리는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의 강점은 주머니 가벼운 세대와 계층에 폭넓게 다가갈 수 있다는 것이다. 기초 자산이 부족한 젊은 세대가 15∼20%의 초기 분납금으로 새집을 마련할 수 있고, 취약 계층도 단계적으로 잔여 분납금을 내는 방식으로 내 집 구매가 가능하다. 재산세 등 보유세 부담에서도 한결 자유롭다.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이 경기도에 알려진 건 도시공학자이자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 출신 김세용 전 경기주택도시공사(GH) 사장의 역할이 컸다. 김동연 지사 때 임명된 그는 SH의 ‘연리지홈’을 토대로 공급을 추진했다. 김 전 사장은 떠났지만, 우여곡절 끝에 경기도에선 첫 지분적립형 주택 공급을 앞두게 됐다.
대상 지역은 광교 A17블록이다. GH는 지분적립형 주택 조성을 포함한 광교 A17블록의 사업자 모집 공고를 이달 11일 냈다.
광교 A17블록에는 모두 600가구가 조성되는데, 이 중 지분적립형 주택은 240가구 규모다. 모든 분양주택 공급은 내년 상반기로 예정돼있다.

그러나 도 집행부와 도의회 간 갈등으로 예산·사업 심의가 보류되면서 올해 4월에야 겨우 도의회의 문턱을 넘었다.
의미 역시 남다르다. 다양한 공급 방식을 적용하는 공공주택 분야에서 경기도는 이재명 지사(현 대통령) 시절, 중산층용 임대주택인 ‘기본주택’을 선보인 바 있다. 공공주택 시장에선 환매조건부 주택, 통합형 공공임대 등의 방식도 관심을 끌고 있다.
3기 신도시 공급이 본격화하기 전에 지분적립형 주택이 궤도에 오른다면, 시장에서 검증을 마치게 된다. 경기도가 전국 처음으로 실증하는 셈이다. 인근 수도권 지자체가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사업자 공모는 3기 신도시인 하남 교산 A1블록과 연계돼 진행된다. 교산 A1 블록에는 통합공공임대주택 723가구가 조성되는데, 국토교통부의 ‘고성능·고층화·표준화 PC 공동주택 기술 실증단지’ 400가구 이상이 건설될 예정이다. 다음 달 9일 사업 신청 확약서를 받아 8월쯤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면 사업은 8부 능선을 넘게 된다.
GH가 무주택 경기도민 800명을 대상으로 지분적립형 분양주택에 대해 설문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93.9%는 ‘공급 확대’에 찬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92.0%는 ‘정책 필요성’에 공감했고, 91.4%는 ‘실질적인 내 집 마련에 도움이 된다’고 답했다.
응답자들은 가장 큰 장점으로 ‘초기 자금 부담이 적고 자금을 나누어 마련한다는 점’을 꼽았다. 다만 희망 지분율과 취득 주기, 임차료 납부 방식 등에 대해선 연령, 혼인·자녀 유무, 소득 수준 등에 따라 선호가 다양하게 나타나 수요자 맞춤형 설계가 필요하다는 점을 입증했다.
이번 조사는 GH가 지분적립형 주택에 대한 공급계획 수립과 제도개선 방향을 검토하기 위해 한국리서치에 의뢰해 진행됐다. 도내 무주택 가구주 및 배우자 800명을 대상으로 연령별·권역별 비례할당 방식으로 실시됐다.

수원=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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