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조지 [말글살이]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문밖에서 갑자기 '부스럭' 소리가 나면 그 소리의 주인이 사람일지 고양이일지 우렁각시일지 넘겨짚게 된다.
하지만 그게 어디서 온 말인지는 오리무중.
'삼가다'란 말보다 '삼가하다'라는 말을 쓰는 것도 그래서이다.
'원고 매조졌어?'라는 말보다 '매조지했어?'가 더 자연스럽게 들린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김진해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문밖에서 갑자기 ‘부스럭’ 소리가 나면 그 소리의 주인이 사람일지 고양이일지 우렁각시일지 넘겨짚게 된다. 말도 미지의 별에서 온 듯한 말을 만나면, 사람들은 이것이 뭔 말인지 궁금해서 온갖 감각과 지식을 동원하여 이리 굴리고 저리 굴려서 이해하려고 한다.
‘매조지’는 발음으로만 보면 ‘메시지, 매니지, 마사지’와 비슷하여 영어처럼 들리지만, 분명한 한국어. 하지만 그게 어디서 온 말인지는 오리무중. ‘매다’의 ‘매’와 ‘조지다’의 ‘조지’가 합쳐진 건지, ‘맺다’의 ‘맺’에 ‘오지’가 붙은 건지, 아니면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진 건지 흐릿하다.
게다가 ‘빨래-하다, 노래-하다’처럼 명사를 동사로 바꾸기 위해서는 ‘-하다’를 붙이는데, ‘매조지’는 ‘가물-가물다’ ‘누비-누비다’ ‘신-신다’처럼 명사에 곧바로 ‘-다’를 붙여 ‘매조지다’로 쓰니, 밉상이다. ‘삼가다’란 말보다 ‘삼가하다’라는 말을 쓰는 것도 그래서이다. ‘출입을 삼가 주세요’보다 ‘삼가해 주세요’라는 말을 더 자주 듣는다. ‘매조지다’가 생소하여 ‘매조지하다’라고 쓰는 사람이 많다. ‘원고 매조졌어?’라는 말보다 ‘매조지했어?’가 더 자연스럽게 들린다. 일을 야무지게 마무리할 때 쓰는 말이지만, 이 또한 확실하지 않아 흐리멍덩하게 끝나는 상황에 써도 뭐라 할 사람이 없다.
모든 정권은 때가 되면 물러나 깔끔하게 임기를 ‘매조지하게’ 되는데, 보궐선거로 들어선 새 정부에 남아 있는 윤석열 정부의 국무위원들은 당분간 어정쩡한 나날을 보내겠다. 거부권을 행사하는 모습만 보았는데, 특검법을 의결하는 현장을 처음으로 ‘직관’(직접 관람)하는 영광을 누렸다. 어제는 반대, 오늘은 찬성. 얄궂은 매조지다.
Copyright © 한겨레신문사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242명 탄 인도 여객기 주택가 추락…“주민들 포함, 시신 204구 발견”
- “영업방해 될까봐” 업추비 숨기던 이복현 금감원에, 법원 “내역 공개하라”
- [속보] ‘내란 특검’ 조은석, ‘김건희 특검’ 민중기, ‘채상병 특검’ 이명현
- 박정훈 “시민 한 사람, 군인 한 사람이 12·3 계엄 막아”
- 윤석열 ‘반바지 산책’…경찰 소환 무시하고 아크로비스타 활보
- 이 대통령, 이태원 참사 현장·홍수통제소 방문…“내 가족 일처럼 대비해야”
- “윤석열 대면조사 반드시 필요”…경찰, 3차 소환 통보 ‘최후통첩’
- ‘실용외교’ 내세운 이 대통령, G7 이어 나토도 참석할까
- 태안화력 노동자 사망 직전까지 원청에 카톡 보고…“원청 지시 증거”
- 알래스카 KF-16 전투기 파손 사고, ‘조종 실수’로 발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