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조지 [말글살이]

한겨레 2025. 6. 12. 17: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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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밖에서 갑자기 '부스럭' 소리가 나면 그 소리의 주인이 사람일지 고양이일지 우렁각시일지 넘겨짚게 된다.

하지만 그게 어디서 온 말인지는 오리무중.

'삼가다'란 말보다 '삼가하다'라는 말을 쓰는 것도 그래서이다.

'원고 매조졌어?'라는 말보다 '매조지했어?'가 더 자연스럽게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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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pan style="color: #278f8e;">말글살이</span>
지난 5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윤석열 전 대통령 등에 의한 내란·외환 행위의 진상규명을 위한 특별검사 임명 등에 관한 법률안’(내란특검법)이 통과되고 있다. 윤운식 선임기자 yws@hani.co.kr

김진해 | 한겨레말글연구소 연구위원·경희대 교수

문밖에서 갑자기 ‘부스럭’ 소리가 나면 그 소리의 주인이 사람일지 고양이일지 우렁각시일지 넘겨짚게 된다. 말도 미지의 별에서 온 듯한 말을 만나면, 사람들은 이것이 뭔 말인지 궁금해서 온갖 감각과 지식을 동원하여 이리 굴리고 저리 굴려서 이해하려고 한다.

‘매조지’는 발음으로만 보면 ‘메시지, 매니지, 마사지’와 비슷하여 영어처럼 들리지만, 분명한 한국어. 하지만 그게 어디서 온 말인지는 오리무중. ‘매다’의 ‘매’와 ‘조지다’의 ‘조지’가 합쳐진 건지, ‘맺다’의 ‘맺’에 ‘오지’가 붙은 건지, 아니면 그냥 하늘에서 뚝 떨어진 건지 흐릿하다.

게다가 ‘빨래-하다, 노래-하다’처럼 명사를 동사로 바꾸기 위해서는 ‘-하다’를 붙이는데, ‘매조지’는 ‘가물-가물다’ ‘누비-누비다’ ‘신-신다’처럼 명사에 곧바로 ‘-다’를 붙여 ‘매조지다’로 쓰니, 밉상이다. ‘삼가다’란 말보다 ‘삼가하다’라는 말을 쓰는 것도 그래서이다. ‘출입을 삼가 주세요’보다 ‘삼가해 주세요’라는 말을 더 자주 듣는다. ‘매조지다’가 생소하여 ‘매조지하다’라고 쓰는 사람이 많다. ‘원고 매조졌어?’라는 말보다 ‘매조지했어?’가 더 자연스럽게 들린다. 일을 야무지게 마무리할 때 쓰는 말이지만, 이 또한 확실하지 않아 흐리멍덩하게 끝나는 상황에 써도 뭐라 할 사람이 없다.

모든 정권은 때가 되면 물러나 깔끔하게 임기를 ‘매조지하게’ 되는데, 보궐선거로 들어선 새 정부에 남아 있는 윤석열 정부의 국무위원들은 당분간 어정쩡한 나날을 보내겠다. 거부권을 행사하는 모습만 보았는데, 특검법을 의결하는 현장을 처음으로 ‘직관’(직접 관람)하는 영광을 누렸다. 어제는 반대, 오늘은 찬성. 얄궂은 매조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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