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어컨 바람에 으슬으슬" 냉방병 아닌 '이 감염병'?… 예방법은?
기온이 오르며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자 에어컨 사용도 늘고 있다. 더위는 피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오랜 시간 에어컨 바람을 쐬면 흔히 '냉방병'이라고 생각되는 증상이 나타나기 쉽다. 단순히 감기라고도 생각할 수 있지만, 여름철 감염병인 '레지오넬라증'일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질병관리청 감염병 통계에 따르면 레지오넬라증 환자는 2021년 383건, 2022년 415건, 2023년 457건으로 3년 연속 증가했다. 연간 평균 8%씩 증가하는 추세로, 특히 에어컨, 냉각탑 등 냉방기 가동 시간이 증가하는 여름철에는 각별한 주의가 당부 된다.
호흡기내과 유우경 교수(인하대병원)와 '레지오넬라증''에 대해 자세히 짚어본다.

물속 세균이 공기 중으로∙∙∙ "다중이용시설 특히 주의해야"
레지오넬라증은 '레지오넬라 뉴모필라(Legionella pneumophila)'라는 세균에 의해 발생하는 감염병이다. 이 균은 하천, 호수, 토양 등 자연환경은 물론, 샤워기나 가습기, 냉각탑, 분수, 스파 등 인공적인 물 환경에서도 쉽게 번식한다.
특히 25~45도 사이의 따뜻한 물에서 잘 자라며, 물이 고이거나 수증기가 발생하는 환경에서는 더욱 활발히 증식한다. 수돗물이나 증류수에서도 수개월간 생존이 가능하며, 생활·의료시설의 물 기반 장비들은 균이 서식하기에 적합한 환경으로 꼽힌다.
이렇게 세균에 오염된 물이 수증기 형태로 공기 중에 퍼질 때, 이를 흡입하면 폐포까지 세균이 들어가 감염이 일어난다. 유우경 교수는 "공기 중으로 물방울이 분사되는 환경이라면 감염 위험이 있다"며 "병원 내 호흡기 장비, 스파, 온천, 워터파크 등 다중이용시설에서도 감염 사례가 보고된 만큼 사람이 많은 장소에서는 더욱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치명률 최대 80%∙∙증상에 따른 조기 진단 중요
레지오넬라증은 크게 폐렴형(Legionnaires' disease)과 독감형(Pontiac fever)으로 나뉜다.
폐렴형은 주로 면역력이 약한 고령자나 만성질환자에게서 발생하며, 단순한 폐렴을 넘어 호흡부전, 쇼크, 신부전 같은 중증 합병증으로 이어질 수 있다. 특히 감기나 일반 폐렴으로 오인되어 진단과 치료가 지연될 경우 치명률이 높아진다.
반면, 독감형은 건강한 사람도 감염될 수 있지만 대부분 2~5일 내 자연 회복되며 폐렴 증상은 나타나지 않는다.
레지오넬라증은 초기에 기침, 미열, 몸살처럼 감기와 유사한 증상이 나타나 진단이 쉽지 않다. 그러나 병이 진행되면 고열, 호흡곤란, 폐렴 증상으로 악화될 수 있고, 일부 환자에게는 설사, 복통, 두통, 근육통, 상대적 서맥(고열에도 불구하고 맥박이 느린 상태) 등 비전형적인 전신 증상이 동반되기도 한다.
유우경 교수는 "폐렴형은 일반 항생제에 반응하지 않는 경우도 있어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가 필수"라며, "치료가 늦어질 경우 치명률은 최대 40~80%까지 보고된 바 있다"고 경고했다.
"일반 항생제로 치료 어려워 맞춤 항생제 필수"
레지오넬라증은 일반적인 감기나 폐렴과 달리 특정한 항생제로만 치료가 가능하다. 대부분의 폐렴에서 흔히 쓰는 항생제로는 효과가 없기 때문에, 균이 세포 안으로 숨어 있는 특성을 고려한 맞춤형 항생제 치료가 필요하다.
치료는 주로 염증을 억제하고 몸속 깊은 조직까지 침투할 수 있는 항생제를 1~2주간 복용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면역력이 약한 사람이나 고령자의 경우에는 치료 기간을 늘리거나, 더 강한 항생제를 사용해야 할 수도 있다.
또한 일부 항생제는 고령자에게 근육이나 신경 부작용을 유발하거나, 신장 기능이 좋지 않은 사람에게는 용량 조절이 필요할 수 있어, 의료진의 세심한 판단이 중요하다.
치료 경과는 단순히 열이 내렸는지를 보는 것만으로는 부족하다. 흉부 엑스레이나 CT와 같은 영상 검사 결과, 그리고 환자의 전반적인 증상 호전 여부를 함께 살펴보며 치료 효과를 판단하게 된다.
회복 후 후유증도 주의해야… 기침, 피로감, 인지장애 등 수개월 지속
치료가 끝났다고 안심할 수는 없다. 중증 레지오넬라증을 앓은 일부 환자는 회복 후에도 기침, 피로감, 호흡곤란 등의 증상이 짧게는 수주에서 길게는 수개월간 지속되며, 폐기능이 완전히 회복되지 않은 경우 폐활량 감소, 운동 능력 저하 등의 불편함이 남을 수 있다.
이에 유우경 교수는 "일부 환자는 인지 기능 저하, 집중력 장애와 같은 신경학적 후유증을 겪기도 한다"며, 회복 후에도 꾸준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기적인 환경 위생 관리∙검사 필수∙∙∙ "균 검출 즉시 냉방기 사용 중단 해야"
레지오넬라증은 정기적인 환경 위생 관리만으로도 충분히 예방이 가능한 감염병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레지오넬라균이 증식하거나 에어로졸로 퍼지는 경로를 사전에 차단하는 것이다.
유우경 교수는 "냉각탑, 온수 시스템, 병원·요양시설 등 수계 환경은 반드시 정기적으로 청소와 소독을 시행해야 한다"며, 적절한 온도와 소독제 농도 유지가 균증식을 막는 핵심이라고 말했다. 레지오넬라균이 검출된 경우 즉시 사용을 중지하고, 청소 후 최소 48시간 이상 지난 뒤 재검사를 시행해야 한다.
일반 가정에서도 가습기, 샤워기, 정수기 등 물기반 기기를 매일 청소하고 사용 후에는 건조 상태를 유지해 균이 증식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보금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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