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새 주인 찾는 홈플러스…메리츠 손에 달린 운명?
메리츠, 담보권 행사하나…“수십 개 매장 폐점 의미” 반발
(시사저널=허인회 기자)

홈플러스가 기업회생 절차(법정관리)에 돌입한 지 100일이 넘은 가운데 인수합병(M&A)을 통한 새 주인 찾기에 나설 전망이다. 홈플러스의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나면서 '회생계획 인가 전 M&A'로 방향을 튼 것이다. M&A 작업이 순조롭게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이 담보권을 행사할 경우 홈플러스의 존립 자체가 위협받을 수 있어 매각 진행조차 하지 못할 수 있어서다. 홈플러스의 앞날이 메리츠금융의 결정에 달려있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회생절차 조사위원인 삼일회계법인은 이날 법원에 홈플러스 자산 실태, 부채 현황, 영업실적, 현금 흐름 등을 토대로 기업 가치 등을 담은 조사보고서를 제출했다. 조사보고서에는 홈플러스의 청산가치가 계속기업가치보다 높다는 내용이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삼일회계법인은 아울러 홈플러스 본사에서 채권단을 상대로 '조사보고서 설명회'도 개최했다.
삼일회계법인의 조사 결과, 홈플러스가 사업을 계속 영위하며 창출할 수 있는 계속기업가치는 약 2조5000억원으로 평가됐다. 계속기업가치는 향후 10년간 영업을 통해 벌어들이는 잉여현금흐름의 현재가치를 의미한다. 반면 기업 활동을 중단하고 자산을 처분했을 때 얻을 수 있는 청산가치는 3조7000억원으로 산정됐다. 이런 결과가 나온 이유는 자산(6조8000억원)이 부채(2조9000억원)보다 약 4조원가량 많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그동안 홈플러스는 자가 보유 점포의 가치를 더한 부동산 자산이 4조7000억원이고, 부채는 메리츠 계열 3개사에서 빌린 1조2000억원을 포함해 2조원대여서 계속기업가치가 커 기업회생에 성공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보여 왔다. 하지만 조사위원의 결과는 정반대로 나왔다. 통상적으로 법원은 계속기업가치가 청산가치보다 클 경우 회생의 실익이 있다고 판단한다.
조사 결과 청산가치가 더 높게 나오면서 기업회생 관리인은 오는 13일 조사위원의 권고로 법원에 인가 전 M&A를 신청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기업회생 관리인은 홈플러스 공동대표인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과 조주연 대표가 맡고 있다.
홈플러스는 "인가 전 M&A가 성공적으로 진행되면 인수 자금 형태로 유입되는 신규 자금을 통해 채권단은 조기에 채권을 회수할 수 있다"며 "영업 지속을 통해 직원들의 고용안정은 물론 협력사도 안정을 되찾는 등 모든 부분에서 빠르게 정상화가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홈플러스가 법원에 인가 전 M&A 진행 허가를 신청하고 법원이 이를 허가하면 M&A 절차가 시작된다. 법원이 인가 전 M&A를 승인할 경우, 내달 10일로 예정된 회생계획안 제출 시기는 M&A 완료 후로 미뤄진다. 회생계획안에는 신규 인수자의 회생계획이 반영된다.
홈플러스가 인가 전 M&A를 추진하면서 티몬의 행보를 걷게 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대규모 미정산 사태를 일으킨 티몬과 위메프(티메프)에 대해 EY한영회계법인은 청산가치가 더 크다고 결론 내린 바 있다. 이에 M&A를 추진한 티몬의 경우 신선식품 새벽 배송 전문기업 오아시스가 최종 인수자로 선정된 상태다. 현재 오아시스는 법원에 회생계획안 제출을 위해 채권단과 막바지 협상 중이다.

담보권 보유한 메리츠의 선택은?
업계에선 법원이 M&A 승인 전에 채권단의 의견을 청취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의 결정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메리츠증권 등 메리츠금융 3사는 홈플러스 점포를 담보로 1조2000억원 규모의 자금을 빌려줬다.
현재 메리츠금융 측은 담보권 행사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홈플러스에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한 만큼 담보권을 실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오종원 메리츠금융 최고리스크책임자(CRO)는 지난달 14일 1분기 실적 컨퍼런스콜에서 "현재 1조2000억원 채권에 4조8000억원 규모 부동산 담보가 확보돼 있어 회생 계획과 무관하게 안정적으로 해소 가능하다"고 밝히기도 했다. 60여 개의 점포 처분을 통해 원리금은 물론 이자 회수에도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담보권을 실행할 경우 사회적 파장은 물론 M&A 추진 과정에서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란 전망이다. 점포 폐쇄로 인한 대량 실직과 협력업체들의 피해가 우려되기 때문이다. 여론이 악화될 경우 인수자가 선뜻 나서기 쉽지 않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지난 5일 마트산업노조 등 홈플러스 사태 해결 공동대책위원회도 입장문을 내고 "메리츠금융의 담보권 실행은 수십 개 매장의 폐점을 의미하는 것으로 불이 붙은 홈플러스에 휘발유를 들이붓는 격"이라면서 "MBK파트너스 김병주(회장)의 '먹튀' 청산 시나리오를 메리츠금융이 대신해 주는 공범 행위"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회생절차가 시작된 지금, 메리츠가 해야 할 일은 회생계획을 지켜보고 노동자와 사회, 지역경제를 고려한 진정한 상생 방안에 동참하는 것"이라며 담보권 실행 계획을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당초 메리츠금융은 홈플러스가 오는 7월 회생계획안을 제출하면, 이 내용을 토대로 담보권 실행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홈플러스가 인가 전 M&A를 추진하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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