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역린’은 건들지 않기로 ‘휴전’…美·中 분쟁 봉합될까
(시사저널=오유진 기자)

무역분쟁을 벌이던 미국과 중국이 합의점을 찾았다. 11일(현지 시각) 런던 협상에서 희토류 수출 통제와 유학생 비자 문제에 대한 프레임워크(기본 틀)를 도출하면서다. 지난 5월12일 스위스에서 합의한 관세 협상의 실행 방안이 나온 셈이다. 그러나 이번 합의안을 두고 '종전'이 아닌, '휴전'에 그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온다. 미국의 반도체 수출규제 관련 조치가 불명확한 데다 희토류 수출 허가도 단 6개월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향후 양국의 협상 이행 여부가 미·중 무역분쟁의 방향을 결정지을 것으로 보인다.
11일(현지 시각)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SNS를 통해 "중국과의 합의가 완료됐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나의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미·중 양국이 합의안을 도출했음을 밝혔다. 12일 중국 상무부도 "양국이 솔직하고 심도 있게 경제무역에 관한 의견을 교환했다"며 "지난달 스위스 회담 결과를 공고히 하기 위한 조치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고 밝혔다.
이번 협상은 지난 9~10일 영국 런던에서 개최된 양국의 제2차 무역 협상을 통해 도출됐다. 미국과 중국은 앞선 지난달 10~11일 스위스 제네바에서 1차 고위급 회담을 열어 파격적인 관세 합의안을 내놓았다. 90일간 상대국에 부과하는 관세율을 각각 115%p씩 인하하고, 각종 비관세조치를 완화키로 하면서다. 그러나 이후 양측이 서로 합의를 위반했다고 주장하면서 갈등이 고조됐다. 미·중 관계가 교착 상태에 빠진 가운데 지난 5일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약 90분간 통화하면서 2차 협상을 열게 됐다.
美, 희토류 공급 우려 일부 해소
양국은 이번 협상에서 각자의 취약점을 보완하는 데 집중했다. 우선 미국은 아킬레스건인 희토류 문제를 해결하는 데 성공했다.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으나, 트럼프 대통령의 발언에 비추어 볼 때 중국산 희토류와 희토류 함유 자석 수출이 재개될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은 지난 4월 중국이 희토류 원소 7종 수출을 제한하면서, 자동차 공장 등 제조업계 전반에 큰 타격을 입은 상태다. 뉴욕타임스(NYT)는 "중국의 희토류 수출 제한 조치로 포드 자동차 공장 한 곳이 일시 폐쇄됐고, 타 기업들도 문을 닫을 위기에 처했었다"며 "이번 협상이 체결됨에 따라 희토류 공급에 대한 우려가 다소 해소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중국은 미국 내 유학생 비자 문제를 협상 테이블에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이 지난달 중국인 유학생을 향해 "핵심 기술 분야에서 자국 기술을 유출하고 있다"며 비자 취소 등 강경한 조치를 예고했기 때문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SNS에서 "우리 대학과 대학을 이용하는 중국 학생들과 관련해 합의한 사항을 중국에 제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와 더불어 중국은 항공기 엔진 부품, 에탄 등 일부 제품의 대중 수출 제한까지도 완화를 요구했다. 첨단 반도체 수출해제 조치의 경우 구체적인 사안이 공개되지는 않았으나, 협상 테이블에 올라 일부 해제를 논의한 것으로 전해진다.

中, 희토류 무기로 협상 테이블 우위 올라
양국이 핵심 의제를 각각 달성한 가운데, 이번 협상의 승기는 중국이 거머쥐었다는 평가가 우세하다. 미국이 가까스로 희토류 수출 물꼬를 텄지만,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 삼아 언제든 수출을 제한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뒀기 때문이다. 11일(현지 시각)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은 이번 협상에서 미국 기업에 대한 희토류 수출 라이센스 유효기간을 6개월로 제한했다. WSJ은 "중국은 향후 협상에서 전략적 협상력을 강화하기 위해 희토류 통제권을 유지하려 한다"며 "미국이 압박을 가할 경우 언제든 수출을 중단할 수 있다는 신호"라고 해석했다.
중국이 희토류를 무기로 기술 수출 통제라는 미국의 불가침 영역을 테이블에 올리기도 했다. 미국은 트럼프 1기 행정부 때부터 반도체·인공지능(AI) 등 자국 기술의 유출을 막기 위해 각종 수출 통제 조치를 이어왔다. 그러나 미국이 기술 수출 통제를 이번 협상 테이블에 올리면서 이같은 기조가 사실상 바뀌었다는 분석이 나온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은 미국이 수출 통제와 무역 협상을 연계하도록 끌어냈는데, 이는 중국이 오랫동안 요청했던바"라며 "이런 변화의 중심에는 높은 중국산 희토류 의존도가 있다"고 분석했다.
웬디 커틀러 아시아소사이어티 부회장도 NYT 인터뷰에서 "미국이 희토류 수출 제한을 해지하면서 엄청난 대가를 치른 것 같다"며 "미국이 기술 통제 등 국가 안보와 관련된 조치를 협상 테이블에 올리지 않는 오랜 관습을 뒤집음으로써 중국에 되돌릴 수 없는 기회를 열어줬다"고 평가했다.
협상 결과에 대한 반응도 엇갈려
협상 결과에 대한 양국 반응은 정반대다. 이날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과의 협상이 끝났다. 양국 관계가 최고다!"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반면 중국 관영매체인 신화통신은 "양측이 '원칙적인' 문제에 합의했다"며 "이번 논의는 전문적이고, 합리적이며, 심도 있고, 솔직했다"는 다소 원론적인 답변을 내놓았다. NYT는 이에 대해 "중국 언론은 상당한 의견 불일치가 있을 때 '솔직하다'는 표현을 자주 사용한다"며 양국 협상이 원활히 진행되지 않았을 것으로 내다봤다.
관건은 양국의 협상 이행 여부다. 협상안을 바탕으로 프레임워크가 마련된 가운데, 세부 계획을 구성하는 과정에서 또다시 협상이 틀어질 가능성도 크기 때문이다. 미국과 중국 모두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 양국에 요구한 협의 사항을 어긴 선례도 있다. 이번 협상안이 아직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의 승인을 받지 않았단 점도 불확실성이 커지는 배경이다.
한편, 이날 미국 증시는 무역 협상이 타결됐음에도 불구하고 일제히 하락했다. 11일(현지 시각) 뉴욕 증시에서 다우존스30산업평균지수는 전일보다 1.10포인트 내린 4만2865.77에 장을 마쳤다. 스탠다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 나스닥종합지수도 각각 0.27%, 0.50% 하락해 약세로 마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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