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나미 작가 '개에게 배운다' 출간…“개는 음식이 아니다, 공존의 진리를 묻다”

곽성일 기자 2025. 6. 12. 1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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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학자에서 구조활동가로…3000마리 유기견과 함께한 13년의 기록, 생명관 전환 촉구
개에게배운다 표지
종교학자로서 30년간 구도의 길을 걸어온 김나미 작가가 돌연 개들의 세계로 들어섰다. 그리고 거기서 진리를 만났다. 『개에게 배운다』(판미동 刊)는 스탠퍼드대와 한신대에서 종교학을 연구하고 가르치던 저자가 유기견 보호소를 설립하고 3,000마리의 개들과 함께한 13년간의 삶의 기록이자, 인간과 비인간 동물 사이에 놓인 공존의 가능성을 묻는 질문이다.

책은 단순한 반려견 에세이가 아니다. 개농장, 거리, 도살장에서 가까스로 살아남은 개들 ? 우리가 종종 외면하는 '잡종', '대형견'이라 불리는 존재들 ? 과의 만남을 통해 저자는 인간 중심적 세계관의 틀을 부순다. 가마솥에서 구사일생으로 살아난 밀키, 뒷다리를 쓰지 못한 채 강물에 떠내려가던 보디, 좁은 철창 속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먹던 형제 폴로와 스트라이커, 뼈만 앙상했던 산투. 이들은 단지 보호받아야 할 대상이 아니라, 고통 속에서도 기쁨을 잃지 않고 이타심을 실천하는 존재들이다. 저자는 말한다. "그 손을 내민 순간들이, 오히려 내 영혼을 구원한 시간이었다."

『개에게 배운다』는 또한 동물보호 현장에서의 치열한 활동 기록이기도 하다. 2012년, 저자는 태국에서 지체장애견 보디를 만난 일을 계기로 삶의 방향을 전환한다. 이후 '세이브코리언독스'를 창립하고 김포에 보호소를 열어 매년 수백 마리의 개를 구조하고 입양 보냈다. 특히 진도믹스와 도사견처럼 국내 입양이 어려운 개들을 해외로 보내는 데 앞장섰으며, 부천시와 함께한 '개고기 없는 도시' 프로젝트를 전국으로 확장해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냈다.

개식용 금지법이 시행을 앞둔 지금, 저자의 목소리는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그는 단순한 법 제정 이상으로, "생명을 바라보는 시각"의 전환을 강조한다. 책 말미에는 동물복지 선진국으로 나아가기 위한 현실적 제안 ? 동물학대자 재소유 금지, 지자체 감독관제 도입, 개식용 산업 종사자에 대한 대안 마련 ? 이 담겨 있다.

미국 유학 시절 '개 먹는 나라'에서 왔다는 편견에 맞섰던 그는 이제 한국 사회의 인식 전환을 이끄는 증언자가 됐다. 우리가 종종 가장 낮게 두는 존재에게서, 사실은 가장 높은 진실을 배울 수 있음을 이 책은 조용히 그러나 단호하게 증명한다.

"개는 음식이 아니다."

이 말은 이제 윤리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의 미래에 관한 선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