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만에 꿀잠 자” 접경지 주민들, 北소음 지옥 벗어났다

“1년 만에 꿀잠 잤습니다.”
지난 11일 오후 2시부터 우리 군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전면 중지하자, 북한도 대남방송을 멈췄다. 경기·인천 접경 지역 주민들은 12일 “오랜만에 소음이 사라졌다”며 환영하고 있다.
북한과 맞닿은 경기 파주시 대성동은 전날 오후 1시까지 북측의 대남 방송이 쩌렁쩌렁하게 들렸다고 한다. 특히 저녁에는 북·장구 소리 등을 비롯해 비명 소리 같은 기괴한 소음이 북쪽에서 넘어왔다. 이 소리 탓에 마을 주민들은 1년 가까이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
파주시 관계자는 “군내면 통일촌 등 접경 지역에선 어제부터 대남 방송 음량이 평소보다 작아졌다가, 오늘 아침부터는 잠잠해졌다고 한다”고 했다. 한 지역주민은 “소리가 잦아들면서 오랜만에 편하게 잠을 이뤘다”고 말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남 방송 소음으로 고통받던 인천 강화군 접경 지역 주민들도 모처럼 편한 밤을 보냈다.
송해면 당산리에 거주하는 안미희(38)씨는 본지에 “어젯밤은 (북쪽에서) 음악 소리가 살짝 들려오긴 했는데, 들녘에서 우는 개구리 소리에 묻혀 안 느껴졌다”며 “문을 열어놨는데도, 잠을 자는 데 전혀 지장이 없었다”고 했다. 그는 “약을 먹지 않으면 잠이 들지 않았는데, 모처럼 꿀잠을 잤다”고 했다. 안씨의 집은 북한 개풍군에서 불과 1.8㎞ 정도 떨어져 있다.
이곳 주민들 역시 밤마다 사이렌 소리, ‘끼익’ 하는 쇠 긁는 소리 등 북한 대남 방송 소음으로 고통받았다고 한다. 이 소음은 보통 오후 11시쯤부터 다음 날 동이 틀 때까지 계속됐다. 지난달만 해도 야간에 들리는 소음은 80데시벨(dB)이 넘었다. 보통 60데시벨이 넘으면 수면 장애가 시작되고, 80데시벨을 넘으면 청력 장애가 시작된다.

그러나 전날 오후 우리 정부가 대북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자, 북한도 소음 방송을 음악 소리로 바꾸고, 음량도 크게 줄였다고 한다.
강화군 주민 이경성(66)씨는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해 낮에 졸기도 하고, 생활을 제대로 할 수 없었는데, 어제는 소음 방송이 없어 편하게 잘 잘 수 있었다”며 “더는 주민들이 이런 고통을 받지 않도록 정부가 나서줬으면 좋겠다”고 했다.
앞서 경기 파주·김포·연천을 비롯해 인천 강화군 등 접경지에서는 북한의 기괴한 확성기 소음이 밤낮을 가리지 않고 1년 가까이 이어지면서 각종 민원이 쏟아졌다.
강화군에서는 대남 방송 소음으로 숙박업을 비롯한 지역 관광 산업도 큰 타격을 입은 것으로 파악했다. 또 일부 농가에서는 염소가 사산하거나 닭의 산란에 이상이 생겼다는 민원도 제기됐다.
김포시가 지난해 11월 월곶면 성동리와 하성면 시암·후평리 접경지 주민 102명을 대상으로 정신 건강 검사를 진행한 결과, 2명은 ‘고위험군’, 27명은 ‘관심군’ 등으로 진단됐다. 대부분 70~80대인 주민들은 이 검사에서 수면 장애, 스트레스, 불안 증세 등을 보인 것으로 파악됐다.
합참은 12일 “오늘 북한의 대남 소음 방송이 청취된 지역은 없다”고 밝혔다. 이재명 대통령 지시에 따라 우리 군의 대북 확성기 방송이 11일 오후 2시를 기해 전면 중지됐는데, 북한도 이에 화답했다는 해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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