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에 답하다] 늙어가는 한국 `잠재성장률 3%` 회복 어떻게?
국내 기관들도 줄하향… "2040년 0%"
저출생·고령화가 경제 기초 체력 저해
AI·재생에너지 등 혁신산업 투자 부족
신산업 개척·기술혁신이 3% 회복 열쇠



성장률 높이려면
'잠재성장률 3% 회복' 이재명 대통령이 주요 경제 목표로 내세운 대선 공약 중 하나다. 이 대통령은 3% 성장 전략으로 인공지능(AI) 등 신산업 투자와 산업 구조 혁신 등을 강조했다. 구체적으로 AI 등 국가 첨단전략산업에 100조원을 투자하고, 산업 생태계 뒷받침을 위해 첨단전략산업기금을 설치하겠다는 내용이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가파른 하락세에 2040년에는 0%대까지 떨어질 것이란 우려섞인 전망이 나왔다. 잠재성장률 하락은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증가세 둔화가 주된 원인으로 꼽힌다. 결국, 3% 잠재성장률 회복은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감소를 어떻게 보완할지, 경제 구조개혁을 통해 노동력과 자본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활용할지(총요소생산성) 여부가 관건이다. 단기적으로 경직된 임금체계 개선, 노동시간 규제 완화 등 총요소생산성을 높이는 데 주력하고, 장기적으로 노동시장 유연화 등 경제 구조개혁에 매진하면서 신산업이란 새 먹거리 발굴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잠재성장률이 무엇이길래
잠재성장률은 한 나라의 경제가 보유하고 있는 자본, 노동 등 모든 생산 요소를 사용해 물가상승을 유발하지 않으면서도 최대한 이룰 수 있는 성장을 말한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경제연구실장은 "경제의 모든 자원이라 하면 노동이나 자본, 기술 이런 건데 자원을 가용할 때 과열이 되면 경제 성장률이 확 올라가게 된다"며 "과열은 물가를 기준으로 보는데 물가가 너무 높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가 모든 자원을 가용해 한국 경제가 도달할 수 있는 경제 성장률이 잠재성장률이고, 이는 5년, 10년 이렇게 길게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잠재성장률은 곧 우리 경제의 기초 체력인 셈이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잠재성장률이 지속적으로 하락해 0%대로 주저앉을 수 있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여기 저기서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내년 한국의 잠재성장률을 1.98%로 올해 성장률 전망치(2.02%)보다 0.04%포인트(p) 내려 잡았다.
OECD에 따르면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외환위기가 발생하던 1997년 6.74%를 기록한 뒤 하락하기 시작했다. 1998∼2003년 5%대에 머물렀고, 2004∼2008년에는 4%대로 내려갔다. 이후,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며 2009년 3.75%로 3%대에 진입했고, 하향세를 보이다 2017년 3.0%로 마감했다. 이어 2018년 2.85%에서 2023년 2.23%까지 하락했고, 지난해(2.08%)와 올해(2.02%) 2%대에 턱걸이 한 뒤 내년(1.98%)에는 1%대로 내려갈 것으로 예상됐다. OECD를 비롯, 국내 기관들도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을 1%대로 낮춰 잡고 있다.
앞서 국회예산정책처는 지난 3월 우리의 잠재성장률을 1.9%로 하향 조정했다. 이어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이달 초 2025∼2030년 잠재성장률을 1.5%로 제시했다. 이후 잠재성장률이 계속 하락해 2040년에는 0% 수준으로 역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KDI는 보고서 '잠재성장률 전망과 정책적 시사점'을 통해 "올해 잠재성장률은 1%대 후반으로 추정되며, 2040년대 후반에는 0% 내외까지 하락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15년 후 우리나라 잠재성장률이 0%대로 하락할 것이란 암울한 전망이다. 우리 경제를 지탱할 기초 체력이 점점 더 약화되고 있다는 의미다.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다른 OECD 회원국과 비교해도 하락 폭이 큰 것으로 나타났다. 2017∼2026년 10년간 한국의 잠재성장률은 3.00%에서 1.98%로 1.02%p 떨어졌다. 하락 폭만 보면 잠재성장률이 공개된 37개국 중 7번째로 크다.
프랑스나 이탈리아, 스페인 등 잠재성장률이 상승한 국가들과 달리 한국은 신흥국 수준으로 가파르게 하락하고 있다는 점에서 우려된다. 급기야 한국의 잠재성장률 하락세가 주요 선진국에 비해 과도하다는 경고마저 나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미국과 영국, 호주 등 일부 선진국의 경우 1인당 GDP가 일정 수준을 넘은 이후 잠재성장률 하락세가 지속되지 않고 완만해지거나 멈추는 경우가 관찰됐다.
우리나라는 생산가능인구 기여도가 빠르게 축소되고 있지만 미국과 영국, 호주에서는 대체로 일정 수준에서 유지되고 있었다. 특히, 미국은 생산가능인구 증가세 지속과 생산성 향상이 성장잠재력을 뒷받침하고 있고, 자본의 기여도도 둔화 추세가 뚜렷하지 않은 모습이 관찰됐다.
한은은 "우리는 경제발전에 따른 자본 축적 둔화, 생산성 개선 정체와 함께 급속한 저출생·고령화에 따른 생산가능인구 증가세 둔화 등으로 잠재성장률이 하락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가파르게 내려앉는 이유
잠재성장률 하락의 주된 원인으로는 저출생·고령화 등 인구구조 변화가 꼽힌다. 우리나라는 잠재성장률이 마지막으로 3%를 찍었던 2017년을 기점으로 고령 인구가 유소년 인구를 앞지르는 구조로 전환됐다. 비슷한 시기 생산연령인구(15∼64세)도 감소세로 접어들며 노동시장도 빠르게 늙어갔다. 이웃나라 일본을 닮아가고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일본은 1990년대 버블 붕괴 시기부터 출산율 저하와 고령화로 노동 투입이 줄고 잠재성장률이 하락했다.
통계청 장래인구추계에 따르면 유소년 인구(0∼14세)는 1997년 1023만명에서 1999년 900만명대에 진입했고, 2006년 800만명대로 떨어졌다 2017년엔 672만명까지 줄었다. 이와 달리,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1997년 293만명에서 2009년 500만명대로 늘었고, 2017년에는 707만명까지 증가했다. 올해 기준으로 보면 고령인구(1051만명)가 유소년 인구(526만명)의 2배 가량 많은 셈이다.
우리의 산업 구조가 경직돼 있다는 점도 잠재성장률을 끌어내리는 요인으로 꼽힌다.
우리나라는 자동차, 철강, 석유화학, 조선, 반도체 등 소위 '5대 주력 산업' 중심으로 고도성장을 이뤘지만, 이들 산업은 이미 성숙기에 접어든 상태다.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를 위해 차세대 혁신 산업 발굴이 시급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하지만, 혁신 산업으로 꼽히는 AI, 바이오, 친환경 재생에너지 등의 투자가 여전히 더디고, 부족한 상황이다.
△3% 회복하려면
인구가 늙어가고, 생산가능인구가 줄어들고 있는 상황에서 총요소생산성을 끌어올리려면 기술 혁신에 답이 있다는 의견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저출생·고령화 극복만 외칠 것이 아니라 인구 감소 상황에 맞는 성장 정책이 필요해서다.
한은은 최근 보고서 '우리 경제의 빠른 기초체력 저하, 체질 개선이 필요하다'를 통해 "기업 투자환경 개선이나 혁신기업 육성을 통한 생산성 향상, 출산율 제고, 외국인력 활용 등을 통해 생산가능인구 감소에 적극적으로 대응하면 잠재성장률 하락세를 완화하거나 전환할 수 있다"며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과감한 구조개혁으로 기초체력을 다시 다져야 할 시점"이라고 제언했다.
전문가들도 0%대 예상되는 잠재성장률을 3%대로 회복하려면 10년 이상 장기적 관점에서 지속 가능한 산업과 노동시장 구조로 바꾸고, 기술 혁신을 통한 신사업 개척이 절실하다고 한목소리를 냈다.
정규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경제전망실장은 "인적자원을 유연하게 효율적으로 재배분할 수 있는 노동시장 여건을 조성해야 한다"며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노동력 감소를 완화하기 위해 일·가정 양립, 고령층 경제활동 촉진, 노동시장 개방을 위한 정책적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잠재성장률을 반등시킨 미국의 사례를 벤치마킹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주원 실장은 "미국이 글로벌 금융위기 때 잠재성장률이 2% 정도에서 최근 2.5%까지 올랐다. 미국도 노동력을 계속 키우기는 상당히 어렵고, 중남미에서 인력이 들어오기는 하지만 역시 한계가 있다"며 "미국이 주목한 거는 기술 혁신이었다. 기술 혁신이 되면 자본 투자도 따라 들어온다. 돈이 되니까 사람도 모인다. 노동이나 자본에 신경쓰기보다 정말 우리나라에 돈이 되는 시장이 생기는 게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결국, 잠재성장률 3% 회복은 이재명 정부가 공약한 AI 주도의 신산업 개척과 함께 우리나라만의 기술 혁신에 달려있다는 의미다.
주 실장은 "지금 AI가 핵심적인 성장 산업으로 부상하고 있고, 최근 신재생에너지와 같은 녹색(그린) 산업으로의 전환도 우리의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며 "특히, 한국만의 성장 동력으로 한류가 있는데 K-Pop, 드라마 등 한류의 부가가치와 콘텐츠 시장이 우리나라를 중심으로 열린다면 그것도 신성장 동력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원승일기자 won@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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