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팔도건축기행]흙으로 빚은 조형 '자립하는 건축'
세계적 건축가 김석철, 이타미 준 설계
벽돌 쌓기 방식 '검이불루 화이불치' 백제美 구현
거북선 모양 지붕, 자연·지형 건축으로 일체감


■ 지형에 순응, 두 거장의 명작 공존=온양민속박물관은 우리나라 1세대 아동도서 전문 출판사인 계몽사의 창업주 구정 김원대 선생이 1978년에 세웠다. 대한민국 최초의 사립박물관이다. 7만2,727㎡의 너른 대지에 본관과 구정아트센터, 해태상과 무인석 등 다양한 석상이 아름드리 나무와 조화를 이룬 뜰 등으로 구성됐다. 지형에 순응한 형태의 온양민속박물관 본관과 구정아트센터는 공통적으로 벽돌을 기본 오브제로 사용했다.
온양민속박물관 본관은 2016년 타계한 건축가 김석철이 설계했다. 온양민속박물관의 설립자인 김원대 이사장이 30대인 김석철의 건축설계 역량을 높게 평가해 맡긴 것으로 알려졌다. 김석철은 우리나라 건축계의 두 거장 김중업·김수근 선생에게서 배웠다. 스승의 세계에 갇히지 않고 독자적인 건축세계를 개척했다. 서울 서초동 예술의전당, 베네치아 비엔날레 한국관이 그의 건축 작품이다. 제1회 한국건축문화대상, 아시안건축상 금상, 베네치아 비엔날레 특별상과 이탈리아 정부 국가문화훈장 등을 받았다.





■ 백제 무령왕릉 닮은 민속박물관 본관=건축은 배경과 어우러져 완성미를 더한다. 건축물을 만나러 가는 길의 여정에도 건축가의 숨은 배려가 깃들어 있다. 6만 4800㎡ 규모의 온양민속박물관 본관은 정문 매표소와 조금 떨어졌다. 정문에 들어서 걸어 들어가면 본관 건물이 시야에서 점차 사라진다. 태극 문양으로 휘어진, 깊은 숲속의 산책길 같은 언덕길을 따라 서서히 올라가다 보면 어느 순간 본관 건물이 확연히 도드라진다. 자연에서 찾아낸 비례와 균형으로 한국인의 정신을 담으려 한 건축가의 설계의지가 전해진다. 김석철의 온양민속박물관 설계에 참여했던 건축가 이상해는 "주변을 관망하거나 즐기며 걷게 하는 한국건축의 특별한 기법"이라고 설명했다.

■ 벽돌 시그니처·이순신과 인연 구정아트센터=구정아트센터는 이타미 준이 한국에 설계한 첫 건축물이다. 2011년 작고한 부친 이타미 준과 함께 설계작업도 했던 건축가 유이화는 아버지와 잘 알고 지낸 온양민속박물관 초대관장인 김홍식 박사의 부탁으로 부친이 설계를 맡게 됐다고 회고했다.
구정아트센터도 시그니처는 흙과 돌, 그리고 벽돌이다. 서른 넘어서야 한국 땅을 밟은 이타미 준은 시골집의 흙벽돌에서 조형의 원점을 발견했다. 풍부하고 질 좋은 아산의 황토로 주민들과 벽돌을 만들어 구정아트센터의 재료로 사용했다. 터를 일구며 나온 돌과 주변 돌들로 돌담을 조성했다. 내부는 충청도 전통가옥구조인 ㅁ자형을 본 따 설계했다. 건물 구조 자체는 아산이 사랑하고 아산에 영면한 이순신 장군의 거북선 모습을 본 떠 유선형의 거북선 모양으로 만들었다.
11m가 넘는 천장고와 종으로 횡으로 겹겹이 교차하며 철제 지붕을 떠 받드는 목재를 보노라면 거대한 목선 안에 있는 착각을 들게 한다. 세로 형태의 가늘고 긴 벽창, 실내의 흰색과 흙벽돌의 어우러짐은 흡사 성당 같은 종교 건축의 경건한 분위기도 선사한다.
"중요한 것은 그 곳의 지형과 '바람의 노래'가 들려주는 언어를 듣는 일"이라거나 "감동을 주는 건축물은 사람의 온기와 자연의 생명력을 밑바탕으로 했을 때 가능한 것"이라는 이타미 준의 건축철학과 집념으로 구정아트센터는 자체가 고유한 예술품으로 탄생했다. 건축을 공부하는 후학들에게는 빼놓을 수 없는 답사처다. 이타미 준 스스로도 '흙으로 빚은' 구정아트센터에 대해 "엄격히 자연과 풍토성으로부터 일대의 건축 외관을 얻어내어 그 풍경에 융합"시킨 '자립하는 건축'이라고 평가했다.
구정아트센터는 중앙홀(612㎡)과 두 개의 전시실(437㎡)이 양 옆으로 이뤄졌다. 예술공연과 전시를 비롯한 문화행사 공간으로 쓰인다. 중앙 좌우대칭의 원통형 공간을 제외하고는 탁 트인 실내 구조로 울림이 좋아 합창단 연습이나 녹음장소로도 활용된다. 동일한 건축물도 때로는 변화하며 색다른 감흥의 기회를 제공한다. 온양민속박물관의 김병권 학예연구원은 구정아트센터의 아름다운 풍경으로 "장대비가 쏟아질 때면 철제 지붕과 실내가 공명해 소리가 대단하고 간혹 야간 전시에 조명을 연출하면 특별한 풍경이 펼쳐진다"고 말했다.
대전일보=윤평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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