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귀식물 이식 강행’ 설악산케이블카 공사 일시 중지

박수혁 기자 2025. 6. 12.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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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블카반대설악권주민대책위원회가 지난해 6월 강원도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설악산케이블카 사업 중단을 촉구하는 모습. 박수혁 기자

설악산케이블카 설치사업을 추진 중인 양양군이 조건부 허가사항 이행계획서를 국가유산청에 제출하지 않고, 만병초·분비나무·눈측백 등 희귀식물 이식 공사를 강행하다 공사가 중지됐다.

국가유산청 명령으로 설악산케이블카 공사의 핵심 선행 절차인 희귀식물 이식 공사가 중단되면서, 지주 설치 등 후속 공사를 포함한 전체 사업의 차질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이기헌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일 “국가유산청이 지난 9일 양양군의 무단 공사 강행 사실을 확인하고 유선으로 공사 중단을 통보했으며, 11일에는 공문으로 ‘공사 등 행위 중지’를 요청했다”고 밝혔다. 이 같은 내용은 국가유산청이 이 의원에게 제출한 ‘설악산 오색삭도 설치사업 현상 변경 조건부 허가사항 이행 관련 보고’를 통해 확인됐다.

앞서 국가유산청(당시 문화재청)은 2023년 5월 설악산케이블카 설치사업에 대해 △무장애 탐방로 구간의 식생 훼손 최소화 △희귀식물의 현지 외 보전 방안 강구 △암석 보호 및 지주 안정성 확보 등을 조건으로 현상 변경을 허가한 바 있다.

그러나 양양군이 허가 절차상 공사에 앞서 선행해야 할 착수신고서 및 조건부 허가사항 이행계획을 국가유산청에 제출하지 않고 지난 9일 희귀식물 이식 공사를 시작했고, 뒤늦게 이 사실을 확인한 국가유산청이 양양군에 공사 중단을 요청했다.

국가유산청 예규 ‘자연유산 현상 변경 등 허가 절차에 관한 규정’ 16조를 보면, 국가유산청장은 허가사항의 이행 실태를 정기적으로 점검해야 한다. 또 점검 결과 허가 없이 사업을 시행하거나 허가 조건을 위반한 경우 해당 행위자를 고발하고, 원상회복 등 필요한 조처를 할 수 있다.

국가유산청은 이기헌 의원실 쪽에 “희귀식물 보전 방안은 물론 조건부 허가사항 전반에 대해 전문가 자문을 거쳐 철저히 검토할 예정이다. 조만간 현장 조사를 실시하고 이행 상황 점검 등 사후관리도 엄정히 진행하겠다”고 밝혔다.

이기헌 의원은 “최소한의 행정 절차조차 무시하고 공사를 강행한 양양군의 행태는 매우 무책임한 처사이며, 국가유산청의 공사 중지 명령은 당연한 조처다. 앞으로 조건부 허가사항 이행계획서에 대한 전문가 검토와 현장 점검 등 사후관리 절차가 철저히 이행되는지 국회에서도 면밀히 점검하겠다”고 말했다.

이런 소식이 알려지자 시민사회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은 논평을 통해 “이번 사태는 단순한 행정 실수를 넘어 지난 10여년간 사업자인 양양군이 이명박·박근혜·윤석열 정부 등 정치적 연줄에만 의존했을 뿐 정작 사업 수행에 필요한 기술적 준비는 전무했다는 명백한 증거”라고 비판했다.

또 “양양군의 총체적 무능과 부실이 빚은 예견된 참사로 생태적 가치가 높은 아고산대에서의 이식 불가 논란을 회피하기 위해 필수적인 사전 검증 절차를 건너뛰려 한 것이다. 정부 교체기의 혼란을 틈타 ‘알박기’식으로 설악산을 훼손하려는 저의가 명백하다”고 주장했다.

정인철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상황실장은 “정치적 논리와 토건 자본의 탐욕으로 얼룩진 설악산케이블카 사업의 타당성을 원점에서 재검토해야 한다. 특히 국가유산청의 문화재현상변경허가,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 국립공원공단의 공원사업시행허가 등 모두 ‘조건부’로 통과된 만큼 이행 여부를 원점에서 검증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양양군·강원도 관계자는 “정부에서는 그동안 내려진 허가사항에 대한 이행 여부를 종합적으로 점검하는 차원에서 이번 조처를 한 것으로 확인됐다. 관련 절차를 철저하게 이행하고 있어 공사 재개에는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한다. 국가유산청의 이행상항 점검에 적극적으로 협조해 빠른 시일 안에 공사가 재개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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