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김정은의 등장 ‘세계평화의섬 제주는 어디로’
‘글로벌 교류허브’로 역할 재설계

2005년 노무현 정부가 제주를 세계평화의 섬으로 지정하면서 내건 기대는 동북아 평화 정착을 위한 논의의 장이었다.
제주가 평화도시라는 브랜드를 활용해 지방외교에 주도적으로 나서라는 취지였다. 지역에서도 제주가 평화를 내세운 국제자유도시가 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컸다.
그사이 국제평화재단이 설립되고 제주평화연구원과 제주국제평화센터가 잇따라 들어서면서 전담 조직이 만들어졌다. 제주특별법 개정으로 통한 법제화도 이뤄졌다.
현행 제주특별법 제235조에 명시된 세계평화의 섬 지정사업은 국제평화기구 및 연구소 유치, 국제평화와 협력 관련 국제회의의 유치, 남북교류와 협력, 평화이념 확산 등이다.
평화와 번영을 위한 제주포럼을 정례화하고 유엔훈련연구기구(UNITAR) 국제훈련센터(제주국제연수센터)를 유치하는 등 나름 성과를 거두었다.

국제 정세는 미국과 중국의 전략경쟁과 신냉전으로 재편됐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이 장기화되고 대만해협의 정세 불안정성도 높아지고 있다.
남북 관계는 윤석열 정부를 거치면서 단절의 관계로 악화됐다. 정부는 9.19 군사합의를 파기했고 북한은 남한을 향해 동족이 아닌 '적대적인 두 국가 관계'라고 천명했다.
대외 환경의 변화 속에서 한반도와 동북아 평화 실천도 동력이 약해졌다. 대신 이념과 가치가 대립하는 현 글로벌 상황에서 '평화 가치'에 대한 중요성이 커졌다.
전쟁 위협과 함께 전 세계적으로 기후위기와 인공지능(AI)을 포함한 4차 산업혁명이 부각되면서 보다 확장된 개념의 평화 실천이 절실해졌다.
미국와 유럽에서는 이미 글로컬시대에 맞춰 지방외교에 공을 들이고 있다. 각 지방자치단체도 도시경쟁력을 내세워 평화와 환경, 기후위기를 주제로 한 외교를 강화하고 있다.
제주는 천혜의 자연환경과 동북아시아의 교두보라는 지정학적 위치를 갖추고 있다. 일본, 러시아, 중국, 대만, 북한에 둘러싸여 있고 남중국해와 대만해협, 북극항로와도 연결된다.

이에 제주의 특성과 가치를 반영하는 글로벌 교류허브 조성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평화 가치를 내세워 국제교류와 비즈니스를 수행하는 평화도시로의 전환이다.
이를 위해서는 글로벌 교류허브를 전담할 기구가 설립돼야 한다. 관 주도에서 벗어나 행정과 민간, 기업이 원활한 협업체계를 구축하는 것이 중요하다.
중앙정부의 규제 완화나 권한 이양을 위한 법제화도 필요하다. 제주특별법에 전담 기구 설치 근거를 마련하고 조례를 통해 설립과 운영에 대한 내용을 구체화 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평화도시의 방향과 역할을 명확히 하고 브랜드 파워를 키워야 한다. 제주의 가치와 매력을 국제사회에 선보이기 위한 지역사회의 합치된 노력도 뒤따라야 한다.
고경민 제주국제평화센터장은 "세계평화의섬 지정 후 20년이 지나면서 국내외 여건과 시대적 기류가 바뀌었다"며 "비전과 추진체계 등에 대한 새로운 구상이 필요해졌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속 가능한 세계평화의 섬 제주를 위한 미래상을 고민해야 한다"며 "국제교류 정체성과 평화 가치에 대한 제주만의 지방외교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