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투’ 운동 촉발시킨 할리우드 거물, 재심에서도 유죄 평결

전 세계 ‘미투(MeToo·나도 당했다)’ 운동을 촉발한 미국 영화 제작자 하비 와인스타인(73)이 11일 열린 재심에서 유죄 평결을 받았다. 지난해 그에 대한 유죄 판결이 뉴욕주 대법원에서 뒤집혔고 재심이 진행됐는데, 두 번째도 유죄를 받아든 것이다.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날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와인스타인의 성폭행 혐의 등에 대한 재판이 열렸다. 그는 총 세 명에게 성범죄를 저지른 혐의로 기소됐다. 이날 12명의 배심원단은 피해자 세 명 중 한 명에 대한 와인스타인의 범행을 인정하고 유죄 평결을 내렸다. 다른 한 명에 대해서는 무죄 평결을, 나머지 한 명에 대해서는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해 12일 다시 모여 논의하게 된다. NYT는 “한 건의 혐의에 대한 유죄 평결만으로도 이 영화 제작자에 대한 대중의 인식이 근본적으로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와인스타인은 미 영화 산업의 메카인 할리우드의 거물 제작자였다. 그의 말 한마디에 영화 내용과 출연진이 바뀔 정도로 업계를 좌지우지했다. 2017년 NYT의 보도를 통해 그가 30여 년간 유명 여배우는 물론 회사 여직원 등을 상대로 성범죄를 저질렀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그는 순식간에 추락했다. 그에게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는 여성만 80명을 넘었고, 앤젤리나 졸리, 귀네스 팰트로 등 유명 여배우들도 자신이 성범죄 피해자라고 폭로했다. 이로 인해 ‘미투 캠페인’이 형성됐고 이 운동은 정계·언론계·노동계 등으로 번져나갔다.

여배우 지망생과 TV 프로덕션 보조원을 성폭행한 혐의로 기소된 와인스타인은 2020년 뉴욕주 1심 재판에서 징역 23년형을 선고받았다. 와인스타인 측은 1심 과정에서 검찰이 기소에 포함되지 않은 여성 3명을 증인석에 세우고 와인스타인에게서 피해를 봤다고 주장하도록 둔 것에 대해 절차상 문제가 있다고 주장했다. 뉴욕주 항소법원은 이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2022년 진행된 재판에서 1심 판결을 유지했다. 그런데 작년 4월 뉴욕주 대법원은 “1심 법원이 심각한 오류를 저질렀다”며 사건을 뒤집고 새 재판을 받을 수 있게 했다. 검찰은 작년 9월 기존 재판에서 두 명이었던 피해자에 배우 겸 모델이었던 피해자를 더해 새 재판을 시작해 이날 결론이 나왔다.
와인스타인은 이 사건 외에도 캘리포니아에서 다른 성범죄 사건과 관련해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그는 2004∼2013년 베벌리힐스에서 여성 5명을 성폭행한 혐의로 캘리포니아에서도 2022년 징역 16년형을 선고받은 바 있다. 미 법조계에서는 와인스타인이 70세 이상의 고령이기 때문에 사실상 종신형을 선고받은 것과 다를 바 없다고 분석한다.
일각에서는 배심원들이 하비스타인의 혐의에 대해 의견 차이로 갈등을 보이는 점을 주목하기도 한다. 특히 결론을 내지 못한 세 건 중 한 건에 대해서는 배심원들끼리 몸싸움 직전까지 갔다는 보도도 있다. ABC는 “이 분할 판결(split verdict)은 일부 배심원들의 의견 불일치 때문”이라고 했다. NYT도 “재심 후 (결과가) 혼합된 유죄 평결이 나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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