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5˚C] 개인정보 자경단이 된 이유

인현우 2025. 6. 1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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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36.5℃는 한국일보 중견 기자들이 너무 뜨겁지도 너무 차갑지도 않게, 사람의 온기로 써 내려가는 세상 이야기입니다.
유튜브에서 시청 기록을 남기지 않기로 설정하면 유튜브는 이용자에게 영상을 추천하지 않는다. 유튜브 애플리케이션 화면 캡처

대부분의 숙박업체에 스마트TV가 장착된 지금, 방송 대신 유튜브를 TV로 보는 건 흔한 일이다. 어느 날도 호텔 방에 들어가자마자 TV를 켜고 유튜브부터 눌렀다. 우연히 발견한 것은 이미 로그인된 남의 계정. 직전에 숙박한 인물은 일본인. 총격 게임 '발로란트' 대회 경기를 즐겨 보고, 일본의 유명 버추얼 유튜버(가상 아바타를 연기하는 유튜버) 방송을 가끔 본다는 건 추천 내역만으로 금방 알 수 있었다. 더 나쁜 마음을 먹었다면 계정 주인이 보고 '좋아요'를 누른 영상도 볼 수 있을 터였다. 곧바로 로그아웃한 후, 내 계정으로 로그인하겠다는 생각을 버린 채 '게스트' 상태로 보려던 채널을 검색했다.

남의 계정을 들여다보게 된 건 누구의 잘못일까. 일차적으론 TV의 사용 상태를 '리셋'하지 않은 호텔 탓을 할 수 있겠지만 결국 책임은 개인에게 귀결되곤 한다. 정부의 '개인정보 보호 수칙 10가지'를 찾아 보니 "금융거래는 PC방에서 이용하지 않기"가 있다. 오늘날 많은 금융거래를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으로 한다는 점을 생각하면, 이 항목은 "남의 TV에서 유튜브 꼭 로그아웃하기"로 바꿔야 할 듯하다.

스마트폰과 플랫폼,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시대, 일명 '웹 2.0' 시대에 이용자는 많은 정보를 여러 기술기업에 제공하고 그 대가로 '맞춤형 서비스'를 빠르게 받고 있다. 동시에 SNS에 올린 사진 하나, 지도 앱에서 검색한 위치정보 하나, 메신저에서 남긴 글 하나가 투명하게 기록으로 남는다. 유명인은 '두꺼운 손가락'으로 잘못 눌렀을지도 모르는 '좋아요' 하나 때문에 곤욕을 치르기도 한다. 그렇다고 SNS를 비공개로 돌리자니, '소셜 네트워킹'이라는 본질과 아무 상관없는 서비스를 혼자만 쳐다보는 신세가 된다.

4월부터 불거진 SK텔레콤 개인정보 유출 사태 이전에도 통신사와 포털, SNS와 금융사에서 크고 작은 개인정보 유출 사건이 있었다. 벌금은 부과되지만 개인정보를 잃은 개인이 배상을 받는 것은 거의 불가능한 게 현실이다. 정보 유출로 인한 '피해'를 증명하기는 어렵다는 이유다. 기업을 이용자 앞에 엎드리게 만드는 시간은 '유출' 직후뿐이었다.

개인정보 유출과 남용 전에는 개인정보 제공 동의가 있다. 오늘날 그 동의는 지나치게 쉽고, 무엇을 어디에 제공했는지 제대로 알아보기도 힘들다. 공포 속에서도 할 수 있는 건 유럽연합(EU)의 개인정보보호법(GDPR)이 허용한 조그만 권능을 신경질적으로 쓰는 것 정도다. 한때 '수락'을 눌렀던 것에 '거절'을 연타하고, 믿음 안 가는 서비스는 할 수 있는 한 멀리 하고, 내 계정으로 남긴 '인터넷 쓰레기'를 찾아 지우다 보면 마음은 편해진다. 아주 약간.

인현우 기자 inhyw@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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