억울한 ‘빠가사리’를 아시나요 [달곰한 우리말]

2025. 6. 12.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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욕설과 외계어가 날뛰는 세상.

'빠가사리'는 메기처럼 머리가 위아래로 납작하게 생긴 민물고기다.

빠가사리의 '빠가'는 이 물고기와 관련된 의성어에서 온 말이다.

빠가사리는 가슴지느러미를 마찰시켜 소리를 낸다는데 가만히 들어보면 '빠각빠각'이나 '끼기긱', 때론 '자갈자갈'로도 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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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욕설과 외계어가 날뛰는 세상. 두런두런 이야기하듯 곱고 바른 우리말을 알리려 합니다. 우리말 이야기에서 따뜻한 위로를 받는 행복한 시간이 되길 바랍니다.
빠가사리. 환경부 제공

‘빠가사리’는 메기처럼 머리가 위아래로 납작하게 생긴 민물고기다. 꼭 전문 낚시꾼이 아니더라도, 어죽이나 민물매운탕을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잘 알만한 물고기 이름이다. 그것은 ‘빠가’와 ‘사리’로 분석되는데 이때의 ‘빠가’가 일본어 ‘바카(=바보)’와 비슷하다고, 일본계 외래어라는 오해를 종종 받는다. 심지어 일본어라서 ‘동자개’에게 표준어 자리를 내주었다는 억울한(?) 이야기까지 전해진다. 사실이 아니다.

빠가사리의 ‘빠가’는 이 물고기와 관련된 의성어에서 온 말이다. 빠가사리는 가슴지느러미를 마찰시켜 소리를 낸다는데 가만히 들어보면 ‘빠각빠각’이나 ‘끼기긱’, 때론 ‘자갈자갈’로도 들린다. 틀림없이 ‘빠각빠각’이 우리의 ‘빠가’가 되었고 ‘끼기긱’은 일본어 ‘기기’, 그리고 ‘자갈자갈’은 ‘빠가’의 또 다른 이름 ‘자가’가 되었을 터이다. 표준어 ‘동자개’는 바로, 이 ‘자가’를 품은 단어다.

‘빠가-사리’와 동일한 낱말 구성을 가진 ‘자가사리’란 민물고기도 있다. 동자개에 비해 크기가 작고 색깔도 조금 달라 불그스름하다. 하지만 머리가 위아래로 납작하고 입가에 일정 수의 긴 수염을 가졌다는 점에서 모양이 유사하다(둘 다 메기목). 비슷하면 명칭이 섞인다. 그래서 이 물고기 이름에도 ‘자가’가 쓰였다. 결국 ‘자가’가, 동자개와 자가사리를 모두 가리키는 단어가 되었다.

‘동자개’는 이러한 중의성을 해소하는 차원에서 생겨난 어형이다. ‘크다’를 뜻하는 접두사 ‘동-’을 ‘자가’에 붙여 상대적으로 작은 ‘자가(사리)’와 구분되게 했다. 또 어명으로는 ‘고등에(=고등어)’처럼 끝에 ‘-이’를 첨가한 형태가 흔히 나타나므로 이와 같은 변화를 겪어 ‘동자개’가 출현했다. 그 결과는 ‘동자개’와 ‘빠가사리’의 공존, 두 어사 중에 ‘동자개’가 표준어로 선택되었다.

표준어 선정의 제1원칙은 서울. 서울말이 우선적으로 표준어 자격을 갖는다. 국어사전에서 ‘동자개’만 서울말로 인정, ‘빠가사리’는 ‘동자개’의 강원도 방언으로 풀이되었다.

그런데 민물고기 명칭을 군 단위로 샅샅이 조사·보고한 '쉽게 찾는 내 고향 민물고기'(최기철)는 다른 사실을 알려준다. 이 책에 따르면 ‘빠가사리’는 서울을 포함해 거의 전국(제주도 제외)에서 쓰여 ‘동자개’보다 사용 지역이 오히려 더 넓다. ‘빠가사리’가 표준어로 인정받아야 하는 이유다. 표준어 선정에 앞서 방언 조사가 반드시 필요함을 ‘빠가사리’는 잘 보여준다.

정승철 서울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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