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 1년만에 중지… 李대통령 직접 지시
“상호 신뢰회복 물꼬트기 선제 조치”
‘중단’ 아닌 ‘중지’ 표현… 北호응 촉구
軍, 고정식 확성기 철거하진 않아

● 李, 확성기 방송 중지 직접 지시

정부는 윤석열 정부 때인 지난해 6월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열고 문재인 정부에서 중단했던 확성기 방송을 6년 만에 재개하기로 결정했다. 북한이 대북전단 살포를 비판하며 오물풍선을 살포하자 정부가 9·19남북군사합의 효력 정지와 함께 북한을 겨냥한 심리전 수단을 꺼내 든 것. 이후 군은 매일 최대 30km까지 방송이 전달되는 확성기를 통해 한국의 발전상과 ‘김씨 일가 3대 세습’ 및 북한 인권 실태 비판, K팝 등 대북 심리전 방송(자유의 소리)을 송출해 왔다.
이재명 정부는 출범 직후부터 확성기 방송 중단과 방식 등을 검토해 왔다. 당초 외교안보 주요 인선이 완료된 뒤 NSC를 통해 방송 중지를 결정하는 방안 등이 고려됐지만 취임 일주일 만에 직접 이 대통령이 속도감 있게 공약을 이행한 것. 이에 앞서 이틀 전인 9일엔 대통령실 지침을 받아 통일부가 ‘표현의 자유’ 존중을 앞세워 소극적으로 대응해 왔던 민간단체의 대북전단 살포에 대해 중단을 요청했다.
강 대변인은 “북한의 소음 방송으로 인해 피해를 겪어 온 접경지 주민들의 고통을 덜기 위한 실질적인 조치”라는 점도 강조했다. 북한은 정부가 확성기 방송 재개 결정을 내린 지 한 달여 뒤인 지난해 7월부터 대남 확성기로 기계음 등 소음을 송출하고 있다. 대통령실은 또 최근 북한의 중대한 도발이 없었고, 확성기 방송 재개의 계기가 된 북한의 오물풍선 살포가 지난해 11월 이후 중단된 상황 등도 고려했다.
● 文정부 때와 달리 “北과 사전 협의 없어”
대통령실 관계자는 이날 확성기 방송 중지를 결정하는 과정과 관련해 “북한과 사전 협의는 없었다”고 밝혔다. 앞서 문재인 정부 시절이던 2018년 남북은 4·27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판문점 선언’을 이행하기 위해 그해 5월 같은 날 확성기를 철거한 바 있다. 대통령실은 이날 확성기 방송 ‘중단’이 아닌 일시적 조치를 내포하는 ‘중지’ 표현을 쓰면서 북한의 호응을 촉구했다. 군 당국도 이날 방송은 중지했지만 전 전선에 걸쳐 설치돼 있던 고정식 확성기를 철거하진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북한의 대남 방송 중단 등 호응 조치가 이어질 경우 남북 관계 개선을 위한 후속 신뢰 구축 조치를 본격 검토할 것으로 전해졌다. 이미 이 대통령은 대선 과정에서 대북전단 및 확성기 방송 중단 외에도 2023년 4월 이후 단절된 남북 연락 채널 복원과 전방 일대 군사훈련 중단 등을 담은 9·19합의 복원을 공약한 상황이다. 강 대변인은 “국민 안전과 한반도 평화라는 두 가지 원칙을 중심에 두고 관련 사안들을 신중하게 조치해 나갈 것”이라고 했다.
다만 대북전단 중단 요청과 확성기 방송 중지 등 선제적 조치에 북한이 호응하지 않을 경우 정부의 남북 관계 구상이 시작부터 꼬일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조한범 통일연구원 석좌연구위원은 “전략적 인내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정부 입장에선 난감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대북 저자세 논란 등 여론 분열의 우려도 있다”고 전했다.
이날 휴전선 일대 파주 대성동 마을에서 기계음 등 북한의 대남 방송이 중단됐다는 증언이 나왔지만 정부 소식통은 “북한의 대남 방송은 지역별로 가동 시간이 제각각”이라며 “우리 확성기 방송 중단과 관계없이 지속되고 있다”고 전했다.
신규진 기자 newjin@donga.com
손효주 기자 hjs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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