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사 된 베컴… 영국선 어떤 사람이 작위를 받나

김보경 기자 2025. 6. 12. 01: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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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왕실 최고 수준 영예
전 축구선수 데이비드 베컴. /로이터 연합뉴스

2002 한일 월드컵에서 주장으로 잉글랜드팀을 이끌었던 축구의 전설 데이비드 베컴(50)이 영국 최고 수준의 영예인 기사 작위와 함께 ‘경(卿·Sir)’의 칭호를 받는다. BBC 스포츠 등 영국 매체들은 “베컴이 14일 열리는 찰스 3세 국왕의 생일 기념행사에서 기사 작위를 받을 것”이라고 최근 보도했다.

영국 왕실은 각 분야에서 뚜렷한 업적을 남긴 사람들에게 총 다섯 등급으로 나뉘는 대영제국 훈장을 수여하는데, 이 중 훈격 1·2등급의 훈장에 기사 작위가 함께 주어진다. 수훈자에게는 ‘경’의 칭호가 붙는다. 베컴은 2003년 4등급에 해당하는 ‘장교 훈장’을 받았다. 뉴욕타임스는 “기사 작위를 받는 과정에서 흔히 받는 첫 훈장”이라고 했다. 22년 만에 기사 작위가 수반되는 상위 훈장을 받게 되는 것이다.

그래픽=양진경

1992년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프로에 데뷔한 베컴은 A매치 115경기에 출전하며 영국 축구를 이끌었다. 잉글랜드·스페인·미국·프랑스 4국 리그에서 우승컵을 거머쥔 최초의 영국 선수라는 타이틀도 따냈다. 강력하면서도 정교한 오른발 프리킥이 장기였다. 영화 ‘러브 액추얼리’에는 총리(휴 그랜트)가 영국의 역사·문화적 자산을 열거하며 “우리에겐 셰익스피어, 처칠, 비틀스, 숀 코너리, 해리 포터, 데이비드 베컴의 오른발이 있고, 베컴의 왼발도 있다”고 연설하는 장면이 나온다. 영국에서 베컴의 위상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다.

실력만큼 출중한 외모로 여러 광고에 출연하고, 2005년부터 20년간 유니세프 홍보 대사로 활동하며 국제적으로도 널리 알려졌다. 2012년 런던 올림픽 유치에 앞장섰고 성화도 봉송했다. 이런 경력을 바탕으로 기사 작위 후보자로 꾸준히 거론돼 왔다. BBC 스포츠는 “축구 경력으로 인정받고 영국 사회에 공헌한 점을 볼 때 베컴은 자격이 충분하다”고 평가했다.

영국 왕실은 “국가적인 차원에서 자신의 분야에 상당한 공헌을 한 사람에게 기사 작위를 수여한다”고 설명한다. 기사(騎士)라는 호칭이 말해주듯 과거에는 주로 군인에게 주어지는 작위였다. 1917년 조지 1세 국왕이 제1차 세계대전의 비(非)전투원을 기리는 대영제국 훈장을 제정하면서 분야가 확대돼 예술가, 과학자, 교장 선생님, 기업인 등이 기사 작위를 받았다. 비틀스 멤버 폴 매카트니와 링고 스타, 뮤지컬 ‘오페라의 유령’ ‘캣츠’ 등을 제작한 앤드루 로이드 웨버 등이 기사 작위를 받았다. 영화 007 시리즈에서 정보기관 국장 ‘M’을 연기한 주디 덴치처럼 작위를 받은 여성은 ‘데임(Dame·여성 기사)’ 칭호를 받는다.

왕족이나 고위 공직자 등에게 주어지는 다른 종류의 훈장과 함께 기사 작위를 받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베컴처럼 업적이 뚜렷한 민간인은 대개 대영제국 훈장과 함께 작위를 받는다. 수훈 후보자는 총리·장관 또는 일반 시민들의 추천으로 정한다. 영국 세무 및 관세청(HMRC)에서 추천서를 검토해 후보자를 선정하고, 수여 대상자는 내각 소속 명예위원회에서 결정한다. 자신을 ‘셀프 추천’할 수는 없다. 키어 스타머 현 총리는 검찰총장직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 공로로 2014년 기사 작위를 받았다.

기사 작위는 최고의 영예로 여겨지지만, 왕실에서 수락 의사를 묻는 서한을 발송했을 때 거절할 수도 있다. ‘찰리와 초콜릿 공장’의 작가 로알드 달과 ‘해리 포터’ 시리즈 작가 조앤 롤링 등 인사들이 서훈을 거부했다. 가수 데이비드 보위도 “무엇을 위한 것인지 잘 모르겠다”는 이유로 기사 작위를 포함한 대영제국 훈장을 두 차례 거절했다.

외국인도 명예 기사 작위·훈장을 받을 수 있다. 미국 영화 감독 스티븐 스필버그는 영국 영화 산업에 기여한 공로로, 배우 앤젤리나 졸리는 성폭력 근절에 힘쓴 공로로 명예 작위를 받았다. 스페인 오페라 가수 플라시도 도밍고, 미국 마이크로소프트 창업자 빌 게이츠 등 문화·산업계 인사들도 명예 작위를 받았다.

명예 기사 작위를 받은 한국인은 이명박 정부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한승수 전 의원, 김상만 전 동아일보 회장, 강영훈 전 국무총리 등 세 명이다. 외국인의 경우 ‘경’이나 ‘데임’ 호칭은 주어지지 않고 대신 훈장의 종류를 이름과 병기한다. 2023년에는 걸그룹 블랙핑크가 작위가 수반되지 않는 5등급 명예 대영제국 훈장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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