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영화 어때] 팬들이 실사화에 바라는 모든 것,‘드래곤 길들이기’

안녕하세요. 조선일보 문화부 백수진 기자입니다. ‘그 영화 어때’ 134번째 레터는 6일 개봉한 드림웍스 영화 ‘드래곤 길들이기’입니다. 2010년부터 시작된 애니메이션 시리즈는 3편까지 제작돼 누적 매출 2조원을 돌파한 흥행작이죠. 이번엔 드림웍스의 첫 실사 영화로 만들어졌는데요. 그동안 원작을 배반하며 팬들에게 실망을 안긴 실사 영화가 많아서인지, 원작을 그대로 옮겼을 뿐인데도 실사화의 모범 사례라며 극찬을 받고 있습니다.
이 영화의 특별한 점은 애니메이션 3부작을 모두 연출한 딘 데블로이스 감독이 실사 영화의 각본과 연출을 그대로 맡았다는 것입니다. 기존에 나왔던 실사 영화는 애니메이션 감독이 아닌 다른 영화 감독을 붙여서 만드는 경우가 많았죠. 반면 ‘드래곤 길들이기’는 누구보다 작품의 세계관을 잘 알고 있고, 캐릭터 한 명 한 명에 애정이 깊은 데블로이스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원작을 존중하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원작에 대한 향수가 없어도, 사전 정보가 없어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영화이니 걱정 말고 보러 가셔도 좋습니다. 배경은 드래곤과 바이킹족이 수백 년 동안 전쟁 중인 버크 섬. 바이킹답지 못한 가녀린 체구와 유순한 성격으로 무시를 당하던 주인공 히컵(메이슨 템스)은 전설의 드래곤 투슬리스를 발견하게 됩니다. 히컵은 드래곤을 발견하면 죽여야 한다는 바이킹족의 불문율을 깨고 투슬리스와 친구가 되면서 인간과 드래곤이 공존하는 세상을 꿈꾸기 시작합니다.
웹툰이든 애니메이션이든, 실사화 작품에서 팬들이 기대하는 건 그리 특별한 것이 아닙니다. 자신이 좋아했던 캐릭터가 현실 어딘가에 살아 있는 것만 같은 감동을 느끼고 싶을 뿐이죠. 원작의 매력을 잃지 않으면서 현실감 있게 그려내는 것이 실사화의 핵심일 겁니다.

‘인어공주’의 귀여운 친구 플라운더가 실사 영화에서 수족관 속 물고기처럼 변해버렸을 때 그 배신감은 아직도 잊히지 않네요. 다행히 ‘드래곤 길들이기’의 투슬리스는 애니메이션의 디자인을 최대한 유지하면서 팬들을 설레게 하고 있습니다. 큰 눈, 짧고 둥근 주둥이를 그대로 살려 파충류임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귀엽고 사랑스러운 매력을 뽐냅니다. 거대한 몸집의 용이지만 강아지나 고양이 같은 행동으로 친근감을 더했습니다.

원작에 비해 업그레이드된 부분이 있다면, 역시 드래곤을 타고 광활한 창공을 누비는 비행 장면일 겁니다. 초반의 장면들은 전투기를 맨 몸으로 올라탄 것처럼 아찔하고, 둘의 교감이 이뤄지고난 뒤 장대한 자연 풍광 위를 자유롭게 활강할 때는 속이 뻥 뚫리는 해방감을 선사합니다. 아무래도 큰 스크린에서 봐야 짜릿한 속도감과 스릴 넘치는 액션을 제대로 즐기실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무엇보다 이 영화는 인간이 아닌 다른 종(種)과의 우정을 경이롭게 그려냅니다. 나와 다른 존재를 마주할 때, 본능적으로 갖게 되는 두려움이나 고정관념을 돌이켜보게 만들죠. 원작이 나온 지 15년이 지났는데도, 지금 이 시대에 유효한 메시지를 담고 있습니다. 스토리를 굳이 PC(정치적 올바름)에 맞춰 억지로 바꿀 필요가 없을 정도로, 시대를 앞서간 명작이 아니었나 싶네요. 그럼 오늘 뉴스레터는 여기서 줄이겠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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