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문화칼럼함께하는세상] 갈등과 갈등 해소
2025. 6. 11. 22:59

‘갈등’은 영어로 conflict라고 한다. 이 단어의 라틴어 어원은 콘플리게레(confligere)이다. 여기서 con-은 ‘같이’라는 뜻이고 fligere는 ‘부딪히다’라는 뜻이다. 따라서 이 말은 ‘뭔가가 맞부딪힌다’는 것을 가리키던 말이다. 영어 conflict는 15세기 초, 이 동사의 과거분사 콘플릭투스(conflictus)에서 나왔다. 한편 갈등의 한자 어원은 훨씬 더 흥미롭다. 갈(葛)은 칡나무를 말하고, 등(藤)은 등나무를 말한다. 그런데 칡나무는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감아 올라가고, 등나무는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감아 올라간다. 이 둘이 따로 있으면 별문제가 없지만 함께 있으면 서로를 뱅뱅 감아 떼놓기가 무척 어렵다.
갈등은 개인이나 집단 간에 목표나 이해관계가 달라 서로 적대시하거나 충돌하는 것을 말한다. 오늘날 우리는 역사상 그 어느 때보다도 많은 갈등을 겪으며 살고 있다. 이런 갈등은 정치, 경제, 사회, 문화 모든 영역에서 일어날 수 있다. 정치 영역의 갈등은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사이에서 찾아볼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에 가입하고자 하고 러시아는 이에 반대한다. 그래서 몇 년째 전쟁을 벌이고 있는 것이다. 경제 영역의 갈등은 트럼프의 등장 이후 미국과 세계 각국이 벌이는 관세 전쟁이 그 대표적 예이다. 남반구와 북반구의 경제적 불균형도 많은 갈등의 원인이 되고 있다. 사회 영역의 갈등은 요즈음 한국에서 벌어지는 세대 갈등을 그 예로 들 수 있다. 기성세대는 후진국이나 개발도상국 사람들이고 신세대는 선진국 사람들이라 이 두 세대는 서로를 잘 이해하지 못한다. 문화 영역의 갈등은 우리가 특별한 관심을 가지고 살펴보는 갈등이다. 알다시피 한국에는 점점 많은 외국인이 들어오고 이들의 문화와 한국인의 문화가 달라 상호문화갈등은 점점 빈번해지고 있다. 스텔라 팅투메이는 이 갈등을 “서로 다른 문화적 배경을 가진 사람들 간에, 가치, 규범, 기대, 목표 또는 결과에 대한 인식되거나 실재하는 불일치로 인해 발생하는 의사소통 상황”이라고 정의한다.

상호문화교육은 갈등을 자연스럽고 정상적이고 해결에 이르는 기회로 본다. 갈등이 이런 기회가 되려면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원칙을 지켜야 한다. 첫 번째 원칙은 갈등을 무조건 회피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갈등은 정상적이고, 뭔가 긍정적인 것을 만들어 내는 기회로 여겨져야 한다. 사람들은 이 갈등을 통해서 협상하는 능력을 길러야 한다. 두 번째 원칙은 사람과 문제를 분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갈등 상황에서는 강한 감정의 폭발, 의사소통의 단절 등이 빈번히 일어난다. 이런 것들은 그 자체로 다루어져야지 어느 한쪽의 양보로 무마되어서는 안 된다. ‘죄는 미워해도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말의 의미를 잘 새겨야 한다. 세 번째 원칙은 입장이 아니라 이익에 초점을 맞추라는 것이다. 즉 무엇을 원하느냐보다는 그것을 왜 원하느냐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상반된 입장 뒤에는 양립 가능한 공동의 이익이 많을 수 있다. 네 번째 원칙은 양쪽이 모두 승자가 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라는 것이다. 서로에게 빨리 결정하라고 재촉하기보다는 가능한 해결책이 무엇인지를 함께 살펴보아야 한다. 단 하나의 대답보다는 여러 가지 가능성을 찾아보고 서둘러 판단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이런 원칙들에 기반한 많은 갈등 해소 모형이 있다. 한 가지 강조할 것은 갈등 해소 모형들은 거기에 관련된 모든 사람이 이 과정에 참여할 수 있고 또 기꺼이 참여하려고 할 때 비로소 작동한다는 것이다. 만약 사람들이 갈등 해소 능력을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하면 이 과정을 도와줄 중재자를 찾아야 한다. 하지만 이상적인 것은 사람들이 이 능력을 길러 자신이 겪는 갈등을 스스로 해결하도록 하는 것이다.
장한업 이화여대 다문화·상호문화협동과정 주임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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