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더’ 된 이강인... 달라진 플레이, 뼈 있는 인터뷰 보니
드리블 줄이고 패스 주력, 흐름 살려내
“우리는 한 팀”… 홍 감독 논란에도 입장 밝혀
‘막내형’에서 존경받는 선배로

손흥민·김민재가 빠진 한국 축구에 리더는 이강인이었다. 이라크와 쿠웨이트를 상대했던 지난 북중미 월드컵 예선 2연전에서 축구 대표팀은 이강인을 중심으로 움직였다. 주장 손흥민(33·토트넘)은 발 부상으로 쿠웨이트전에서 1경기 15분 뛴 게 전부. 수비 핵심 김민재(29·바이에른 뮌헨)는 아킬레스건염으로 아예 오지도 못했다.
공백이 큰 구조에서도 홍명보 감독은 이강인(24·파리 생제르맹)이 마음껏 조율할 수 있도록 전술을 짰다. 쿠웨이트전에는 2000년대생 6명 등 이강인과 또래 선수들을 대거 선발로 내세웠다. 이강인은 이에 화답하듯 2경기 1골 1도움을 기록하면서 이라크전(2대0), 쿠웨이트전(4대0) 완승을 이끌었다. 쿠웨이트전 경기 최우수 선수(MVP)는 이강인이었다.

플레이 스타일도 변화가 있었다. 그 전까지 이강인은 주로 화려한 드리블을 고집하면서 돌파를 자주 시도했다. 반면 이번 2연전에선 간결한 패스로 공격 흐름을 살리는 데 집중했다. 0-0으로 지지부진하던 이라크전 후반, 수비가 몰려오는 상황에서 이강인은 드리블 대신 곧장 왼쪽 김진규에게 공을 내주며 선제골에 결정적 장면을 제공했다. 쿠웨이트전에서도 개인 기량에 의존하기보단 양 측면을 넓게 활용한 패스로 공격수들을 살렸다. 동료에 대한 신뢰, 그리고 그 안에서 발휘되는 창의력. 이강인의 장점이 빛난 2연전이었다.

경기장 밖에서도 달라졌다. 이전까지 그는 경기 후 인터뷰에 소극적인 편이었다. 지난해 아시안컵 때 손흥민과 벌인 주먹다짐 사건 이후 약 3개월간은 믹스트존(공동 취재 구역)에서 질문을 피했다. 되도록 말을 짧게 했고 팀에 대한 언급은 삼갔다. 그런데 쿠웨이트전이 끝난 지난 10일엔 경기 뒤 “파리 생제르맹에서 챔피언스리그를 치르며 느낀 게 많다”며 “1년 동안 하나 된 팀으로 최선을 다하면 월드컵 우승도 불가능하지 않다”고 말했다. 팀 리더들이 자주 강조하는 ‘원 팀’ 정신을 꺼냈다. 이어 기자회견에서도 외부 비판에 목소리를 냈다. 홍명보 감독은 지난해부터 선임 절차가 불투명하다는 이유로 논란에 시달려 왔다. 이에 대해 이강인은 “감독님과 축구협회를 향해 지나친 비판을 하는 분들이 있다”며 “우리는 축구협회 소속 선수이고, 감독님은 우리의 ‘보스’다. 그런 비판은 결국 선수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 긍정적인 면도 함께 봐주셨으면 한다. 그래야 월드컵에서 더 좋은 결과를 낼 수 있다”고 말했다. 묻지 않았는데도 적극적으로 민감한 사안에 의견을 밝혔다. 이전과 확실히 달라진 태도. 팀의 중심으로 설 각오가 되어 있는 모습이었다.
이강인은 과거 국제축구연맹(FIFA) U-20 월드컵에서 준우승을 이끌며 ‘막내형’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18세로 나이는 상대적으로 어렸지만, 전술적으로나 심리적으로 두 살 위 형들을 이끌 만큼 든든한 구심점이었다. 이제 A 대표팀에서도 ‘막내형’이 아니라 후배들 방향을 잡아주는 중간 선배 역할을 자청한다. 세 살 어린 배준호(21·스토크시티)는 “강인이 형은 후배들에게 큰 영감을 주는 선배다. 항상 모범을 보이고, 형을 따라다니며 배우는 게 많다”고 말했다. 어쨌든 한국 축구가 앞으로 그를 중심으로 재편될 가능성이 높다는 걸 암시하는 대목이다.
이강인은 곧 미국으로 향한다. 소속팀에 합류해 15일부터 미국 전역에서 펼쳐지는 FIFA 클럽 월드컵에 출전한다. 심경은 복잡하다. 팀 내 입지가 단단하지 않은 만큼 이적설이 계속 나오는 탓이다. 지난 시즌 이탈리아 세리에A 우승팀 나폴리와 협상이 진전되고 있다는 보도도 있다. 이강인은 “기사로만 듣고 있다”며 “어느 팀이든 최선을 다해 도움이 되는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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