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원치 않아"... '두 국가 해법' 폐기?
美 대사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하려면
서안지구 아니라 주변국에서 땅 내놔야"

마이크 허커비 주이스라엘 미국 대사가 그간 이스라엘-팔레스타인 갈등의 근본 해결 방안으로 미국이 20년 이상 지지해 왔던 '두 국가 해법(Two-State Solution)'을 사실상 포기한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놔 파장이 일고 있다.
허커비 대사는 10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과의 인터뷰에서 미국은 더 이상 '팔레스타인 독립국가'를 지지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는 "문화를 뒤바꿀 만한 중요한 일이 일어나지 않는 한 (팔레스타인 독립국가 건설은) 있을 수 없다"며 "아마 우리가 살아있는 동안은 그런 일이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두 국가 해법이 여전히 미국 정책의 목표인지에 대한 질문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고 단언했다.
허커비 대사는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을 위해서는 이슬람 국가들이 땅을 내놔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그는 같은 날 BBC 인터뷰에서 "이슬람 국가들은 이스라엘이 통제하는 영토의 644배를 거느리고 있다"며 "팔레스타인 국가 건설에 대한 열망이 있다면, 이를 유치하고 싶어 하는 국가가 한 곳 정도는 있을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두 국가 해법은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이 각각 독립된 국가로 공존하는 방식으로 평화를 모색하자는 주장이다. 2000년대 들어 조지 W 부시 행정부가 공식적으로 두 국가 해법을 미국 외교정책의 목표로 천명했고, 이 기조는 버락 오바마 행정부로 이어졌다. 트럼프 1기 행정부의 경우 친이스라엘 정책을 펴긴 했지만 '트럼프 평화계획' 안에 두 국가 해법을 포함시키는 등 기존의 추세를 따르는 모습을 보였다. 이번 허커비 대사의 발언이 상당한 충격으로 다가오는 이유다. 영국 가디언은 이 발언에 대해 "미국의 중동 외교 초석을 지금까지 중 가장 명백하게 포기하는 행위"라고 분석했다.
다만 태미 브루스 미 국무부 대변인은 허커비 대사의 발언이 미국 정부의 정책 변화를 의미하느냐는 질문에 논평을 거부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전했다. 브루스 대변인은 "정책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과 백악관의 사안"이라면서 "허커비 대사는 본인 스스로를 대변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아칸소주 주지사 출신 허커비 대사는 강경하고 독실한 보수 기독교인으로서 확고한 친이스라엘 노선을 고수해 왔다. 2008년 대선 당시 공화당 경선에 나섰던 그는 "팔레스타인인이라는 것은 없다"고 말해 논란을 낳았고, 2017년엔 서안지구를 방문해 "이스라엘이 이곳에 대한 소유권을 가지고 있다"고 발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1월 대선 승리 직후 그를 주이스라엘 대사에 지명했다.
칼레드 엘긴디 조지타운대 현대아랍연구센터 연구원은 가디언에 "트럼프 2기 행정부는 물리적, 정치적으로 팔레스타인 말살에 전념하고 있다"며 "첫 임기 때부터 이미 그런 징후가 나타났는데, 이제는 명목상으로라도 지지하던 '팔레스타인 국가'라는 구실을 버렸다"고 지적했다.
곽주현 기자 zoo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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