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태원참사 피해자 전 직원 앞에 특정한 KBS...치유휴직 한도 제한 지적도

노지민 기자 2025. 6. 11. 17: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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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영방송이자 재난방송주관방송사인 KBS가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를 전 직원이 알 수 있도록 공개하고, 관련 특별법에 규정된 피해자 치유휴직 기간을 임의로 축소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A씨는 10·29이태원참사피해구제심의위원회 심의에 따라 지난 4월 이태원 참사 피해자로 인정됐고, 같은 달 29일 특별법인 '이태원참사진상규명법'에 명시된 치유휴직을 위해 KBS에 휴직원을 제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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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참사 피해자로 인정된 A씨, 인권위·특조위에 KBS 차별 진정
언론노조 KBS본부 "경영진 인권감수성, 이다지도 엉망진창인가"

[미디어오늘 노지민 기자]

▲KBS 사옥. 사진=노지민 기자

공영방송이자 재난방송주관방송사인 KBS가 10·29 이태원 참사 피해자를 전 직원이 알 수 있도록 공개하고, 관련 특별법에 규정된 피해자 치유휴직 한도를 사실상 제한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KBS 직원 A씨는 지난 4~5일 국가인권위원회와 10·29 이태원참사특별조사위원회에 KBS 차별 행위에 대한 조사를 진정했다.

A씨는 10·29이태원참사피해구제심의위원회 심의에 따라 지난 4월 이태원 참사 피해자로 인정됐고, 같은 달 29일 특별법인 '이태원참사진상규명법'에 명시된 치유휴직을 위해 KBS에 휴직원을 제출했다.

이후 KBS는 지난달 15일 KBS 전 직원이 볼 수 있는 박장범 사장 명의의 인사발령문을 통해 A씨의 사번과 성명, 직급, 현직, 발령일자(6월30일) 등을 명시한 휴직 발령을 알렸다. 발령사항 칸에는 '10·29 이태원참사 피해자 권리보장과 진상규명 및 재발방지를 위한 특별법 제60조 제1항에 의거 휴직'이라고 기재했다. 모든 사원이 볼 수 있는 방식으로 참사 피해자 신상과 피해에 따른 인사 정보를 특정한 것이다.

KBS가 특별법이 보장하는 최대 휴직 기간을 제한했다는 지적도 있다. KBS는 A씨가 신청한 2개월 휴직을 승인하면서 '보수를 제외하고 사규상 가족돌봄휴직에 준해 대우'한다고 통보했다. 이태원참사진상규명법상 치유휴직은 최대 6개월, 가족돌봄휴직은 최대 4개월이기에 사실상 휴직 기간을 연장할 기회를 박탈 당한 것이라고 A씨 측은 전했다.

또한 법·사규상 근거 없이 '복직원 사전 제출'을 강요했다는 것이 A씨 측 입장이다. 특별법 시행령은 치유휴직 신청자가 개시 예정일을 바꾸거나, 기간을 연장·단축하거나, 이를 철회하는 경우 7일 전까지 변경신청서를 사업주에 제출하도록 밝히고 있다. KBS 인사규정의 경우 휴직자는 휴직 기간이 만료되거나 그 사유가 소멸된 날로부터 30일 이내에 복직원을, 휴직기간 만료일 2주 전까지 증빙 서류를 제출하도록 규정한다.

이번 사안과 관련해 A씨는 “재난방송주관방송사인 KBS가 앞장서서 이태원참사 피해자들을 보호하고 지원하는데 모범이 되어야 함에도, 이런 차별이 사내에서 벌어지는 것이 너무 안타깝고, 다른 회사 이태원참사 피해자 근로자들에게도 이런 상황이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에 진정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박장범 KBS 사장. 사진=KBS

KBS 사내에서도 비판이 나온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는 11일 <왜 KBS 경영진의 인권 감수성은 이다지도 엉망진창인가> 제목의 성명에서 “사측은 민감한 개인정보일 수 있는 내용을 공개하면서 당사자들에게 사전에 설명하지도 않았고 동의를 받지도 않았다. 이는 명백한 헌법 제17조 및 개인정보보호법 제23조 위반”이라며 “당사자는 원하지 않는 민감정보 공개로 참사 피해에 더해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입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어서 KBS본부는 피해자 진정에 따른 조사 결과 이전에 “사측은 당사자에게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할 것”이라며 “이와 더불어 이번 인권 침해 사태가 어떻게 발생하게 됐는지, 그 경위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재발방지 대책 마련을 요구한다. 참사의 아픔을 함께 나누지는 못할 망정, 오히려 상처를 덧내는 일은 없어야 하지 않겠는가. 사측은 진심어린 사과와 철저한 조사, 재발방지를 약속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질의에 답하지 않은 KBS는 11일 보도 이후, 특별법보다 최장 휴직기간이 짧은 사규를 적용했다는 지적에 “사실이 아니다. A씨의 퇴직금 산정에 불리함이 없게 근속기간을 인정해주는 가족돌봄휴직의 조건을 준용해준 것”이라고 했다. '복직원 사전 제출'은 강요가 아니라 절차를 안내한 것이라고 했다. A씨를 이태원 참사 피해자로 특정한 인사발령문을 썼다는 지적에는 “KBS의 발령문은 그 발령을 통해 여러 유관부서의 업무가 진행되므로 근거를 명확히 하는 것이 필요하고 다른 휴직들도 그 근거조항을 명시하여 공개적으로 발령을 내고 있다”라고 했다.

관련해 A씨 측은 “이태원참사진상규명법 시행령 제27조에 따라 정부는 KBS에 고용유지급여도 지급하게 된다. 문서에 휴직기간에 대한 별도 표기나 설명이 없다면 휴직기간을 제한하는 것으로 밖에 이해할 수 없으며 이는 회사의 귀책사유”라고 했다. 인사발령문에 근거를 명확히 해야 한다는 사측을 향해선 “이런 인식에 문제가 더 있다고 보인다. 유관부서와 업무 진행의 원활함은 종사자의 휴직기간으로 인한 업무 공백을 알리는 것이지 그 이유를 명확히 알려야 한다면 개인정보보호는 앞으로도 무력해지게 된다”고 했다.

한편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9일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 및 피해자 지원을 강조했다고 강유정 대통령실 대변인이 밝힌 바 있다. KBS가 이태원참사진상규명법에 반해 피해자를 차별했다는 진정이 제기된 만큼 관련 조사·조치가 조속히 이뤄질지도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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