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는 꼭 살아라, 병아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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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번 소개한 암탉 복분이의 병아리 네 마리를 야생동물과 추위에 모두 잃었다.
나리에게 먹이를 뿌려주면 꼬꼬 하며 병아리에게 먹을 것을 챙겨줬다.
며칠 뒤, 알을 까고 나온 병아리 한 마리를 더 넣었다.
병아리들을 눈앞에서 또 잃을 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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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탉들이 품은 알에서 생명이 태어났다… 지키기 쉽지 않았다

지난번 소개한 암탉 복분이의 병아리 네 마리를 야생동물과 추위에 모두 잃었다. 닭들은 실연에도 불구하고 아무렇지 않게 또다시 생명을 잉태한다. 이번엔 암탉 나리가 알을 품었다. 알은 총 10개였다. 달걀 하나당 매직펜으로 번호를 써서, 그 자리에 다른 닭이 낳은 알을 매일같이 골라냈다. 그렇게 시간이 지나 세 마리가 태어났다. 검고 하얀 털이 보송보송하게 나 있는 병아리다. 하루이틀 나리가 병아리를 어떻게 돌보는지 지켜보기로 했다. 나리에게 먹이를 뿌려주면 꼬꼬 하며 병아리에게 먹을 것을 챙겨줬다.
며칠 뒤, 한 마리가 종적을 감췄다. 외부에서 어떤 동물도 들어오지 못하게 항상 막아뒀는데도 이런 일이 일어났다. 병아리 흔적이라도 찾기 위해 여기저기 뒤졌지만 찾을 수 없었다. 그때, 산란장 밑에서 얼굴을 내미는 쥐와 눈이 마주쳤다. 네 녀석이 범인이구나! 이대로 안 되겠다 싶어 두 마리를 얼른 집으로 데려왔다. 자기 새끼를 데려가려 하자 나리는 깃을 세우며 덤빌 태세를 갖췄지만, 병아리를 살리려면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급하게 노란 플라스틱 농산물 상자에 신문지를 깔고 병아리를 뒀다. 병아리들은 어안이 벙벙한 듯, 자신이 낼 수 있는 가장 큰 소리로 삐악삐악하며 울부짖었다. ‘엄마한테 보내줘!’라고 소리 지르는 것 같았다. 병아리가 좋아하는 밀웜(갈색거저리 유충)을 마구마구 넣어주고, 달걀을 삶아 넣어줬다. 삶은 달걀은 병아리에게 필수 영양소다. 삐악삐악 목청껏 소리 높여 울던 병아리들이 일순간 조용해졌다. 병아리들은 상자 안에서 종일 신문을 긁으며 놀았다. 엄마보다 먹을 것이 더 좋았을까. 며칠 뒤, 알을 까고 나온 병아리 한 마리를 더 넣었다.
병아리들은 그 좁은 상자에 적응하는가 싶더니 이젠 날아서 상자를 넘어오기 시작했다. 우체국에서 제일 큰 상자 두 개를 붙여 집을 만들었다. 높고 넓은 집이 완성됐다.
계속 상자 안에만 있는 병아리들이 안쓰러워 밭일할 겸, 병아리를 밭에 풀어줬다. 처음엔 병아리를 밭에 풀어놓은 채 양파밭 풀을 맸다. 한 번 매고, 한 번 보고, 두 번 매고, 또 보고. 물가에 내놓은 아이를 걱정하듯 농사일에 집중할 수 없었다. 밭매는 쪽 앞에 병아리를 두고 일했다. 병아리들은 어떤 상황인지도 모르고 그 좁은 밭에서 신나게 놀았다.
그러다 병아리들의 소리가 커져 바라보니, 멀리서 고양이가 천천히 발을 디디며 다가오고 있었다. 깜짝 놀라 고함을 질러 고양이를 내쫓았다. 병아리들을 눈앞에서 또 잃을 뻔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고민 끝에 커다란 플라스틱 농산물 상자 하나를 가져와 병아리에게 씌워주고, 그 위에 돌을 얹었다. 이제야 좀 안심된다. 병아리들은 자신이 상자에 씌워진 걸 아는지 모르는지, 신나게 흙을 긁으며 자그마한 벌레를 쪼아 먹고, 소화를 돕기 위해 작은 돌을 주워 먹기도 했다. 따뜻한 햇볕에 자기 몸을 눕히고 흙목욕을 즐겼다. 누가 가르쳐주지 않았는데도 병아리들은 자기 살길을 잘 알고 있었다.
글·사진 박기완 글 짓는 농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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