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현철의 뉴스 솎아내기] `긱` 넘어 `스폿 워크`가 뜬다

강현철 2025. 6. 11.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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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철 논설실장

일본 도쿄 시부야의 한 편의점. 출입구엔 구인을 위한 QR코드가 붙어 있다. 일반 시민들이 휴대전화를 갖다 대면 "클릭 몇 번이면 3시간 매장 근무에 지원할 수 있고, 퇴근 즉시 정산도 완료된다"라는 문구가 뜬다. 이른 바 '스폿 워커'(Spot Worker)를 모집하는 광고다. 일본 최대 편의점 체인인 패밀리마트는 2023년부터 정규직 채용 대신 단기 근무 인력을 스폿 워크 앱으로 연결하는 방식을 도입했다. 현재는 전국 3만개 매장 중 1만개 이상이 이 방식으로 인력을 구한다. 심지어 30분 단위 단기 근무 인력도 모집한다. 패밀리마트는 실시간 평가시스템을 도입해 고용의 '질'도 관리하고 있다.

일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스폿 워크'(Spot Work)가 뜨고 있다. 일본의 세븐일레븐과 패밀리마트는 2023년부터 '타이미'(Timee)와 같은 스폿 워크 플랫폼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스폿 워크는 필요에 따라 즉각적으로 채용하는 초단기 근무 형태로, 단기 아르바이트나 파트타임보다 더 짧게 하루 수시간, 주 1~2회 단위로 계속고용에 관계없이 일하는 방식이다. 본업을 갖고 있으면서 부업으로 하는 초단기 아르바이트 형태의 잡이다. 일하는 시간을 30분 단위로 세분화해 효율성을 극대화한 게 특징이다. 예를 들어 점심 시간에 갑자기 손님이 몰리거나 직원의 병가로 공백을 메워야 하는 상황에서 활용 가능하다.

긱 워크(Gig Work)나 단기 아르바이트와 유사하지만, 현장 중심의 물류·제조·유통·병원·호텔 등 업종에서 발생하는 '당일·초단시간' 인력 수요를 빠르게 충족시켜 준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스폿 워크 서비스는 플랫폼 기반 실시간 중개, 30분 단위 업무, 당일 보상시스템으로, 플랫폼이 근로자에게 보수를 선지급한 후 고용주에게 정산을 받는 '대체지불'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이런 구조는 즉각적인 만족을 추구하는 MZ세대, 프리터족, 외국인 유학생 등에게 강력한 장점을 제공한다. 일본에선 스폿 워크는 고용 계약 없이 플랫폼을 통한 도급 형태의 일로, 초단기 아르바이트는 시간·일 단위의 고용 계약 형태의 일로 구분하기도 한다.

KB경영연구소에 따르면 스폿 워크는 플랫폼의 발전과 궤를 같이 해 2010년대 후반부터 미국·유럽·아시아 등지에서 빠르게 확산되기 시작했으며,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전통적인 고용 형태가 흔들리면서 본격적으로 자리잡았다.

미국의 경우 주 36시간 미만 초단기 근로자 비중이 2024년 31%를 차지하며 지난 10년간 2배 가까이 늘었다. 우버·도어대시(DoorDash)·인스타카트(Insatacart) 등 수요 기반 인력 매칭 플랫폼이 330개에 달하고, 스냅시트(Snapsheet)·시프트긱(Shiftgig) 등 초단기 일자리 중개 플랫폼도 빠르게 성장 중이다. 유럽은 영국·독일·프랑스 등 주요 국에서 플렉스잡스(Flexjobs)·스태퍼(Staffer) 등 초단기 일자리 중개 플랫폼이 활성화되고 있다. 유럽연합(EU)과 각국 정부는 스폿 워크 확산에 맞춰 초단기·비정형 근로자 보호를 위해 2024년 '플랫폼 근로자 보호 지침'도 채택했다. 일본의 경우 지난해 9월 기준 타이미, 셰어풀(Sharefull) 등 4개 스폿 워크 중개 플랫폼의 가입자 수는 2500만명을 넘어섰다. 일본 최대 스폿워크 플랫폼인 타이미는 증시 상장에도 성공한 상태다. 우리나라도 주 15시간 미만 취업자수는 2024년 182만명으로, '급구' 등 초단기 일자리 중개 플랫폼 성장했다.

이처럼 스폿 워크 시장이 급속히 커진 것은 △디지털 플랫폼의 확산 △유휴 인력의 노동시장 참여 증가 △노동시장 구조 변화와 정부 정책 △기업의 인건비 효율화 노력 △근로자의 유연한 근로 선호 △직무 평가 시스템 고도화 등이 배경이다. 스폿 워크의 확산은 기업들의 인력 운용 방식에 큰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전통적인 노동시장에서 소외된 고령자·경력 단절 여성 등 유휴 인력의 재진입 경로가 확대되고, 기존 고용 구조에서 벗어난 비정형 고용 확대 흐름도 가속화시킨다.

스폿 워크는 양면을 가진다. 인적자원의 탄력적 활용을 통해 노동시장의 효율성이 향상된다는 게 긍정적 측면이라면 소득의 불안정성이 높아진다는 건 부정적 측면이다. 기업 입장에선 검증된 인력을 수요에 맞춰 신속하게 매칭해주는 B2B(기업 대 기업) 중심의 온디맨드 인력 중개 플랫폼을 통해 채용하고 별도의 면접이나 이력서 제출 없이 곧바로 업무에 투입 가능하다는 이점이 있다. 전통적 채용 방식 대비 인력 확보 시간이 평균 4시간 이내로 단축되고, 인건비의 최적화와 유연한 인력 운영이 가능하다. 근로자는 원하는 시간에 일하면서 일과 삶의 균형을 추구하고 한번에 여러 일을 병행하는 멀티잡을 통한 소득 다각화가 가능하다. 초단기·비정형 근무라도 장기 종사자는 상해보험이나 건강검진 등 복지 혜택을 제공받을 수 있다.

KB경영연구소의 진영리 연구원은 "많은 사람이 한 가지 직업에 얽매이지 않고 여러 일을 병행하는 포트폴리오 커리어를 추구하게 되면서, 기업들도 필요한 인력을 수시로 외부에서 조달하는 오픈 탤런트 채용 생태계가 구축될 가능성이 높다"며 "이는 노동시장이 더 유연화돼 한 개인이 여러 조직에서 동시에 또는 순차적으로 일하는 근무 형태가 보편화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근로자들의 평판 관리, 경력인증시스템 등의 중요성이 갈수록 높아지면서 플랫폼 상에서 개인의 근무 이력이 일종의 이력서나 평판자본으로 작용하는 문화가 정착될 가능성이 존재한다"고 전했다.

강현철 논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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