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초점] 보수의 성지 TK, 국민의힘에 경고

대선 참패 이후에도 보수 재건을 위한 '원팀'으로 뭉치기는커녕 패배 책임 공방 등 내부 분열이 여전하다. 차기 지도부 체제를 놓고 계파 간 충돌 조짐도 보인다.
대구경북(TK) 지지층과 당원들이 폭발했다. '정신들 못차리냐'며 아우성이다. 지역에서는 보수의 마지막 보루인 TK조차 국민의힘을 외면할 수 있다는 엄중한 경고도 나온다. TK에서 '국민의힘 해산' 여론이 생기는 이유다.
◆21대 대선, TK는 '묻지마 보수'
대선을 앞두고 국민의힘은 계엄·탄핵 국면 수습 방안을 둘러싼 내부의 첨예한 의견 대립을 외부로 여과 없이 표출했다. 아울러 대선후보 선출 방식을 둘러싼 주요 후보 간 반목, 친윤계 '쌍권(권영세 전 비상대책위원장·권성동 원내대표)' 지도부의 대선 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무리한 김문수 후보의 교체 시도 등이 악재로 작용했다. 본선에 돌입한 뒤에도 단일대오 형성에 실패, 보수색이 짙은 TK 유권자들에게 마저 피로감을 안겼다.
이런 상황에도 TK는 국민의힘에 여전히 표를 몰아줬다. 대구는 김문수 후보 67.62%, 이재명 대통령 23.22%, 경북은 김 후보 66.87%, 이 대통령 25.52%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이는 2022년 3월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와 초박빙 대결을 펼쳤던 이재명 대통령이 받아들였던 성적과 큰 차이가 없는 수치다. 당시 윤 후보가 대구에서 기록한 득표율은 75.14%, 이 대통령 득표율은 21.60%였다. 경북에서는 윤 후보 72.76%, 이 대통령 23.80%였다.
◆TK 당원들 "정신들 못차리나"
국민의힘은 선거 참패 이후 '책임, 반성, 변화로 답하겠습니다'는 표어를 내걸었다. 하지만 의원들이 반성과 당의 쇄신이라는 본질에 집중하기보다 당권에 따른 계파별 이해관계에 휘둘리며 대선 패배 일주일이 넘도록 차기 지도체제를 놓고 자중지란이다.
국민의힘은 지난 9일 국회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지도체제와 김용태 비상대책위원장의 거취 문제를 놓고 몇시간 동안 격론을 벌였지만 결론을 못내렸다.
김 위원장이 제시한 5가지 개혁 방안 가운데 '대선 후보 교체 당무감사'와 '탄핵 반대 당론 무효화'에 대해서도 의원들 다수가 강하게 반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와중에 더불어민주당이 당원인 대통령이 내란·외환 행위로 파면되고 형이 확정될 경우 정부가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하는 내용의 정당법 개정안을 발의한 가운데 특별검사와 동시에 정당 해산 절차에 돌입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당에 해바라기 사랑을 보내줬던 TK 당원들은 폭발 직전이다. 한 당원은 "나는 골수 당원이지만 진짜 못참겠다. 친윤 다들 탈당하고 친한도 물러가라. 정신들 못차리냐"고 분노했고 또 다른 당원은 "얘네들은 위기의식이 있긴 하나.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보다 더 심각하다. 잠도 안오고 죽을 것 같다"고 비판했다.
어떤 당원은 "비상계엄부터 시작해 탄핵, 소란스러웠던 경선, 대선 패배. 최근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던 국민의힘에는 미래가 없다"며 "국민의힘이라는 올드한 이름을 버리고 새로운 젊은 계층, 쳥년 계층으로 뭉친 통합보수당으로 거듭나야 한다"고 말했다.
◆"환골탈태 수준 혁신해야"
일부 당 내 의원들 사이에서는 '릴레이 반성문'이 나오고 있다. 대선 참패로 지도부 사퇴 의사를 밝힌 박수민 원내대변인은 비상계엄 이후 당 상황을 두고 "비상계엄 이후 벌어진 일련의 모든 사안에 너무도 깊이 죄송하다"며 반성문을 발표했다.
비대위원직 사퇴 의사를 밝힌 최형두 의원도 "비상계엄은 시대착오적이고 분명한 잘못이었다. 대통령이 계엄이라는 엄청난 오산과 오판을 결심하는 동안 여당 의원으로서 아무 역할도 하지 않았다"고 사과했다.
최수진 의원도 윤 전 대통령의 갑작스러운 계엄 발표와 국회 탄핵안 통과,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 대선 과정이 순식간에 진행된 점을 언급하며 "진정한 반성과 개혁은 실종됐다"고 평가했다.
전문가들은 이런 반성과 사과는 물론 친윤 세력 정리, 새로운 개혁 프로그램 추진 등으로 환골탈태 수준의 혁신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장우영 대구가톨릭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이익집단화 돼 있는 친윤들을 정리하고 '계엄이 잘못됐다. 청산하겠다'는 것을 당론으로 정해야 한다. 동조하지 못하는 단체는 딴살림 차려야 한다"며 "또 계엄에 대해 책임있는 친윤들은 당직에 대한 욕심을 가지지 말고 백의종군을 선언하고 친윤계가 대부분인 TK 의원들은 다음 총선에 출마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이번 전당대회에서 TK를 비롯한 강성 당원들이 실력행사를 해야 한다. 당원들이 스스로 변화하지 않은 친윤에 경고해야 한다"며 "당원들이 민심에 순응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채장수 경북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도 "국민의힘은 여전히 구세력 즉 친윤들의 장악력이 상당하다. 이들은 12.3 비상계엄에 대해 저항한 세력이 아니다"며 "이 저항세력에 대한 정리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이어 "개혁할 수 있는 당 자체 프로그램이 나와야 한다. 그래야 국민 동의를 얻거나 피드백을 받는다"며 "이 프로그램에 대해 동의하고 혁신을 이끌만한 세력이 형성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지역 정가 관계자는 "선거때만 되면 표만 구걸하고 변화하지 않은 정당을 TK 지지자들이 언제까지 지켜줄지는 의문"이라며 "이제까지 본 적 없는,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강력한 쇄신만이 국민의힘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했다.
이혜림 기자 lhl@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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