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생각은] 시내버스 ‘파업 제한’ 찬반 논란…“시민 이동권 보장” vs “단체행동권 침해”

울산광역시와 경남 창원시가 시내버스 운송업을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하는 법 개정을 국회와 정부에 건의하겠다고 밝혔다. 필수공익사업이 되면 시내버스 노조가 파업을 하더라도 최소 운행률을 지켜야 하고 이를 어기면 형사 처벌을 받을 수 있다. 사실상 시내버스 파업을 제한하는 효과가 있는 제도다.
시내버스 필수공익사업 지정은 작년에도 서울시를 포함한 17개 시도가 정부에 요청했다가 무산된 바 있다. 지자체들은 준공영제를 통해 시내버스 업체의 적자를 메워주고 있기 때문에 시민 이동권이 보장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시내버스 노조는 헌법이 보장하는 단체행동권이 침해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자체 “세금 투입되는 시내버스, 시민 이동권 보장해야”
필수공익사업은 업무가 중단되면 시민의 일상생활이나 국민경제에 현저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분야를 말한다. 대중교통 수단 중에는 지하철, 철도 등이 여기에 포함된다.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노조법)이 관련 규정을 두고 있다.
시내버스도 1997년 노조법 제정 당시에는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돼 있었다. 이후 국제노동기구(ILO) 권고로 2001년부터 제외됐다. 당시 ILO는 필수공익사업 대상 업종을 “사업 중단으로 국민의 전체 또는 일부의 생명, 신체적 안전이나 건강을 위태롭게 할 수 있는 서비스”라고 했다.
지자체들 사이에서 시내버스를 다시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 것은 준공영제 도입 이후부터다. 시내버스 준공영제는 시민의 교통권 보장과 버스 노선 안정화를 목적으로, 버스회사의 적자 일부를 지자체가 지원해 주는 것이다. 이는 지난 2004년 서울을 시작으로, 울산, 창원 등 전국 10여개 지역으로 확산했다.
시내버스 준공영제를 도입한 지자체는 연간 수백억원에서 수천억원의 세금을 버스회사에 투입하고 있다. 서울은 작년 3200억원을 지원했고, 코로나19 시기에는 8000억원이 넘는 돈을 투입했다. 울산시도 해마다 1100억원 이상을 버스회사 적자 보전을 위해 지원하며, 창원시는 800억원 규모를 지급하고 있다.
지자체들은 이렇게 막대한 세금을 투입하고 파업으로 시내버스 운행이 중단되는 것은 준공영제 취지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지자체가 공공성을 이유로 세금을 투입하는 만큼 시민들을 위한 최소한의 이동권을 보장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자체들의 이런 요구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작년 파업을 겪은 서울시는 시도지사협의회를 통해 고용노동부에 시내버스를 필수공익사업에 포함해달라고 건의했지만 무산됐다. 당시 고용부는 지자체의 건의에 ‘수용 곤란’이라는 입장을 밝히며 “필수공익사업 지정 문제는 노사 간 의견차가 대립되기 때문에 신중히 검토돼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그런데도 울산, 창원 등의 지자체가 재차 건의에 나서겠다고 밝힌 것은 시민들의 불편이 크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이다. 창원에서는 지난 5월 28일부터 이달 2일까지 6일간 시내버스 파업이 이어졌다. 파업 당시 전체 시내버스의 95%인 669대의 운행이 중단됐다. 지난 7일 하루 파업한 울산 시내버스의 경우 전체 시내버스의 80%인 702대가 파업에 참여했다.
◇노조 “파업 실효성 없어져…노동자 권리 걸린 문제”
시내버스 노조는 이런 지자체들의 주장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헌법에 따라 근로자는 단결권, 단체교섭권, 단체행동권을 보장받는데, 이중 단체행동권이 제한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단체행동권은 노동자들이 임금 인상 등 권익 보호를 위해 행하는 파업, 태업 등이다.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된 지하철, 항공, 철도 등의 업종 노조는 노사 합의 등에 따라 파업을 해도 운행률을 90%쯤 유지한다. 이런 운행률을 지키지 않으면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받을 수 있다.

이에 전면파업을 하는 것과 비교해 파업의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노동계는 주장한다. 이런 이유를 들어 필수공익사업 지정 업종 노동계는 지정 해제를 요구하기도 한다.
한국노총 전국자동차노동조합연맹 관계자는 “필수공익사업 지정은 노동자들의 권리가 걸린 문제”라며 “특정 지자체의 입장만으로 추진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다”고 했다.
시내버스만 필수공익사업으로 재지정하는 게 형평성에 맞지 않는다는 의견도 있다. 과거 정부는 노조법 개정 당시 시내버스와 함께 은행 등도 필수공익사업에서 제외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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