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50만 재외동포가 ‘K-기술’ 수출의 든든한 교두보”

구자익 인천본부 기자 2025. 6. 11.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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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태 한국기술거래사회 부회장 “신뢰 기반의 기술거래 플랫폼 구축 위해 해외동포 모바일 신분증 도입해야”

(시사저널=구자익 인천본부 기자)

기술패권 경쟁이 치열한 시대다. 첨단기술을 보유한 국가가 글로벌 시장에서 우위를 선점한다. 실제로 우리나라는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조선, 원전 등의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갖고 있고,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국가로 성장했다. 최근엔 인공지능(AI) 기술이 글로벌 기술패권 경쟁의 중요한 부분으로 손꼽힌다. 이 때문에 제21대 대통령 선거에서 AI 산업에 100조~200조원을 투자하겠다는 공약도 나왔었다. 

기술은 거래를 통해 이전되기도 한다. 국내뿐만 아니라 글로벌 시장에서도 기술을 사고파는 거래가 성사된다. 이 과정에 '기술거래사'가 관여한다. 기술거래사는 기업이나 대학, 연구기관 등이 개발한 기술이 제대로 활용될 수 있도록 평가·중개·알선·계약·사업화 등을 지원하는 전문가다. 글로벌 시장에선 'K-기술 전도사'로 통한다.

'K-기술'은 이미 주요 수출 품목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K-기술이 수출되는 여정에 어려움이 적잖다. 기술거래사의 입장에선 글로벌 시장에 750만 명에 달하는 재외동포가 있는데도, 해외 현지 사정에 밝고 신뢰할 수 있는 한인 네트워크가 없다는 게 가장 큰 아쉬움이다. 김현태 한국기술거래사회 부회장으로부터 K-기술 수출의 현주소와 미래에 대해 들어봤다. 

김현태 한국기술거래사회 부회장 Ⓒ구자익 기자

기술거래사의 역할에 대해 설명해 달라.

"기술거래사는 기술과 시장을 연결하는 전문가다. 우수한 국내 기술을 발굴해 가치평가를 수행하고, 해외시장 수요를 파악해 최적의 매칭을 주선한다. 특히 기술이전 계약서 작성, 로열티 협상, 지식재산권 보호 등 복잡한 거래 과정을 체계적으로 관리한다. 단순한 중개를 넘어 기술의 현지화와 사업화 전략을 수립하고, 기술 수출 후에도 안정적인 정착을 지원하는 것이 핵심 역할이다."

어떤 기술들이 해외로 수출되는가.

"기술은 이미 주요 수출 품목이다. K-팝과 K-드라마에 이어 'K-기술'이 새로운 한류를 이끌고 있다. 반도체 설계기술, 배터리 기술, 친환경 에너지 기술, 스마트그리드 전력인프라 기술, 스마트시티 기술 등이 활발히 수출되고 있다. 연간 기술무역 규모는 200억 달러를 넘어섰다. 기술거래사는 기술 한류의 최전선에서 우리 기술의 우수성을 알리고 해외 진출을 돕는 '기술 한류 전도사'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K-기술의 해외시장 진출 현황에 대해 설명해 달라.

"미국과 중국이 가장 큰 시장이다. 최근에는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 중남미 지역으로 확대되고 있다. 미국에는 AI·바이오 기술, 중국에는 전기차 배터리와 디스플레이 기술, 베트남과 인도네시아에는 스마트그리드 및 스마트팩토리 기술이 수출됐다. 특히 아랍에미리트와 사우디아라비아에는 담수화 기술과 신재생에너지 기술이 성공적으로 진출했고, 유럽에서는 친환경 소재 기술이 주목받고 있다."

해외에서 성공적으로 사업화된 K-기술이 있는가.

"스마트팜 기술이 대표적이다. 베트남 농가의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키는 데 기여했다. 또 인도네시아 및 도미니카공화국에서는 폐플라스틱 재활용 기술이 현지 기업과 합작을 통해 폐플라스틱 처리시설 구축으로 이어졌다. 멕시코에서는 전기차 충전 인프라 기술이 정부 프로젝트에 채택돼 주요 도시에 설치가 진행 중이고, 중동 지역에서는 스마트시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사물인터넷 기반의 에너지 관리 기술 적용이 추진되고 있다. 이는 우리나라의 디지털 및 친환경 기술이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고 있음을 방증하는 사례다.

주목받았던 K-기술의 해외 이전 사례를 소개해 달라.

"고려대학교 산학협력단이 해외에 기술을 이전한 사례가 있다. 고려대 산학협력단은 2023년 11월에 약 43만 달러 규모의 해외 기술이전 계약을 체결했다. 이는 국내 대학이 보유한 기술의 글로벌 시장 진출 가능성을 입증한 사례로 평가받는다. 한국기계연구원도 자율제조연구소 반도체장비연구센터에서 개발한 촉매산화기술 'CPOx'를 미국의 글로벌 엔지니어링 기업 'KBR'에 이전했다. 한국전력공사도 에너지 분야에서 해외진출을 확대하고 있다. 베트남과 중남미 지역에 마이크로그리드 시스템 및 스마트배전망 기술을 수출해 에너지 인프라의 디지털 전환과 분산형 에너지 관리 체계 구축에 기여하고 있다. 이런 사례들은 단순한 기술공급을 넘어 현지의 산업구조 개선과 지속가능한 성장 모델을 제공하는 데 기여하고, 향후 더 많은 국가와 기술협력 확대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평가를 받는다."

기술을 수출하는 과정에 어려운 점은 없나.

"현지 시장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고, 신뢰할 수 있는 인적 네트워크가 없다는 게 가장 큰 어려움이다. 특히 법률과 규제, 문화적 차이로 인한 진입 장벽이 높은데다 현지 파트너를 찾는 것도 쉽지 않고, 기술 유출 우려도 상존한다. 무엇보다 750만 재외동포라는 거대한 자산이 있음에도 체계적인 네트워크가 구축되지 않아 개별적으로 접촉해야 하는 비효율이 발생하고 있다."

재외동포가 기술 수출에 도움이 되는가.

"재외동포는 기술 수출의 든든한 교두보다. 현지 언어와 문화를 이해하고, 비즈니스 네트워크를 보유한 동포들은 해외시장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 실제로 실리콘밸리의 한인 엔지니어들이 국내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을 도왔고, 중국 국적 동포 기업인들이 합작투자를 주선한 사례가 많다. 특히 현지 주류사회에 진출한 동포 2~3세들은 K-기술을 수출하는 과정에서 연결고리 역할을 훌륭히 수행한다."

재외동포청에 한인 네트워크 구축을 건의해 봤나.

"조만간 구체적인 안을 제안할 계획이다. 최근 재외동포청이 금융결제원, 한국인터넷진흥원과 해외동포 인증 기술협약을 체결한 것은 매우 고무적이다. 여기에다 '기술거래 플랫폼'을 연계할 것을 제안하고 싶다. 모바일 신분증으로 인증된 동포들이 자신의 전문 분야와 현지 네트워크 정보를 등록하고, 기술 수요와 공급을 매칭하는 통합 플랫폼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서 신뢰 기반의 기술거래 생태계를 구축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모바일 신분증이 기술거래에 어떻게 활용될 수 있나.

"모바일 신분증은 단순한 신원확인을 넘어 '신뢰 기반 비즈니스 플랫폼'의 핵심 인프라다. 기술거래는 고도의 신뢰가 필요한 분야인데, 모바일 신분증으로 인증된 동포들 간에는 즉각적인 신뢰 관계가 형성된다. 또 블록체인 기반으로 거래 이력을 투명하게 관리하고, 스마트 계약으로 로열티 정산을 자동화할 수 있다. 특히 기술자료 열람 권한 관리와 비밀유지계약 체결, 지식재산권 보호 등에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어 안전하고 효율적인 기술거래가 가능해 진다."

'기술 한류'를 위한 한인 네트워크 구축에 조언을 한다면.

"750만 동포 중 실제 등록 목표를 700만으로 설정하고, 단계별 접근이 필요하다. 전력에너지, IT, 바이오, 공학 분야의 전문가들부터 시작해 점진적으로 확대해야 한다. 이를 위해 기술정보 우선 제공이나 비즈니스 매칭 기회, 국내 기업과 협업 프로젝트 참여권, 공적개발 원조사업 참여 등을 인센티브로 제시하면 좋겠다. 특히 모바일 신분증과 연계한 '기술 한류 앰배서더 인증제'를 도입해 자부심과 소속감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

K-기술 전도사로서 포부가 있다면.

"2030년까지 해외동포 기술거래 플랫폼을 통해 연간 1000건의 기술이전을 성사시키고, 기술무역 수지 개선에 기여하고 싶다. 또 '한민족 기술 네트워크'를 구축해 전 세계 어디서든 우리 기술이 뿌리내릴 수 있는 토양을 만드는 게 목표다. 궁극적으로는 기술 한류가 문화 한류를 뛰어넘어 대한민국의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되도록, 750만 동포와 함께 '기술 강국 코리아'의 위상을 높이는 데 헌신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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