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골 공약’ 된 제주 의료 인프라 확충, 이제는 ‘진짜’ 가능할까

김찬우 기자 2025. 6. 11.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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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과 제주] ⑥두 차례 대선 모두 약속한 이재명 대통령
윤석열 정부 ‘공언(空言)’ 그쳤던 상급종합병원 지정 기대감↑
대한민국과 제주의 선택은 이재명이었다. 제21대 대통령선거에서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가 압도적으로 승리했고, 제주 역시 정권 교체의 바람 속 일대 변혁을 마주하게 됐다. 인수위원회 없이 곧바로 새정부가 출범하며 변화의 속도는 더욱 가파를 전망이다. 제주 제2공항, 제주 신항만, 제주형 행정체제 개편, 4.3의 완전한 해결, 미래산업 재편까지. [제주의소리]는 제주를 둘러싼 과제가 산적한 시점에서 이재명 정부의 방향성이 지역사회에 미칠 영향과 파급력을 분석하고, 주요 과제를 진단한다. [편집자 주]

각종 선거철 단골 공약으로 자리 잡았다는 것은 정치적 계산이 반영된 공약이거나 사실상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라는 뜻으로 해석된다. 그래서 공언(公言)은 공언(空言)이 된다.

이 같은 사례는 제주에도 있다. 다양한 제주지역 선거 공약 중 가장 두드러진 '공언'은 의료 인프라 확충을 위해 윤석열 정부가 무조건 지정하겠다고 호언장담했던 '상급종합병원'이다. 

그러나 임기 내 제주 상급종합병원을 지정하겠다는 약속은 12.3 내란사태와 함께 헌신짝처럼 버려졌다. 이어 3년 만에 치르게 된 대선 후보들은 또다시 상급종합병원을 내세웠다.

이재명 대통령도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약속했다. 지난 제20대 대선에서 이미 약속한 내용이다. 이에 도민 염원인 상급종합병원이 제주에도 생길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이재명 대통령은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심혈을 기울이고 있는 '제주형 건강주치의 제도'에 대해 관심을 갖고 공약으로 정식 채택키도 했다. 시범사업 후 전국 확대 계획이다.

윤석열 정부 보건복지부의 부정적인 입장으로 한 차례 좌절된 바 있지만, 이재명 대통령은 주치의를 중심으로 맞춤형 일차 의료체계를 구축하고 방문과 재택 진료를 확대하는 '의료취약지역 주치의제'를 정책으로 내세웠다. 

# 지역 완결형 필수의료 체계 확립 마지막 열쇠 '상급종합병원'

약 70만명이 살아가는 대한민국 최남단 광역지방자치단체인 제주특별자치도는 섬이라는 지리적 이유로 상대적인 의료 취약지로 분류된다. 치료를 위해 원정을 떠나야 하는 현실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통계에 따르면 2023년 기준 원정진료를 떠난 도민은 총 14만4620명이며, 진료비는 2576억원에 달한다. 관외 의료이용률만 21.9%에 이르는 상황이다.

이에 등장한 개념이 '지역 완결형 필수의료'다. 지역 내 의료문제를 지역에서 완결지을 수 있는 체계를 구축하자는 것. 여기서 핵심은 중증응급 최종치료가 가능한 '상급종합병원'이다.

상급종합병원은 중증질환을 비롯해 난도 높은 의료행위를 전문적으로 수행하는 국내 최상위 의료기관이다. 보건복지부는 3년마다 중증·응급환자를 치료하기 위한 병상, 시설, 의료인력 등을 평가해 권역별로 상급종합병원을 지정하고 있다.

복지부는 전국을 11개 진료권역으로 나누고 47곳의 상급종합병원을 지정했다. 그러나 제주는 서울권역에 포함되면서 상급종합병원이 한 곳도 없다. 각종 선거에서 여야 구분 없이 모든 후보가 제주지역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약속했지만, 선거가 끝난 뒤 자취를 감췄다. 

이재명 대통령은 제주지역 의료 분야 공약으로 '제주대학교병원의 상급종합병원 육성'을 제시했다. 도민들이 제주에서도 최고 수준의 의료서비스를 누릴 수 있게 하겠다는 약속이다. 이 같은 약속은 지난 제20대 대선에서도 제시한 바 있다.

당시 이 대통령은 관광객과 유동인구가 많은 제주의 특성을 감안해 상급종합병원을 지정하겠다고 약속했다. 더불어 중중질환 치료 전문 상급종합병원이 없을뿐만 아니라 신종 감염병에 대응할 병원도 없다며 감염병 전문병원 설치도 공약했었다.

중증 치료를 위해 외지로 나가야 하는 원정 진료의 불편을 해소하고 제주지역 의료서비스 질을 높이겠다고 천명한 것이다. 이에 수도권과의 의료 불균형 문제를 해소, 제주도민 의료주권을 실현할 수 있다는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물론 '상급종합병원 육성'을 약속한 것처럼 제주지역 병원들이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위한 절대평가 기준을 충족해야 하는 문제가 따른다. 그보다 먼저 서울권역에서 분리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 또 부정적 입장을 피력하고 있는 의료계 설득에도 나서야 한다. 
2022년 2월 13일 제주4.3평화교육센터에서 제주지역 9대 공약을 발표하고 있는 이재명 당시 대선 후보. 이때부터 상급종합병원 지정 공약을 내세웠다. ⓒ제주의소리 자료사진

# 제동 걸린 '제주형 건강주치의' 이재명 정부서 부활?

"건강주치의 사업은 원활한 의료서비스 제공으로 15분 도시 조성의 근간이자 도민 보건의료 문제 해결의 열쇠가 될 것입니다."

오영훈 제주도지사가 강하게 밀어붙이고 있는 '제주형 건강주치의 제도'가 보건복지부로부터 사업계획의 구체성과 기존 건강보험제도와의 중복성을 문제로 제동이 걸린 가운데 이재명 정부 들어 반등의 계기를 맞이할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인다. 

이 대통령이 '의료취약지역 주치의제 시범사업 추진 후 전 국민 확대'를 공약으로 내걸고 더불어민주당 역시 '주치의 중심 맞춤형 일차 의료체계 구축 및 방문·재택 진료 확대'를 구체적으로 제시했기 때문이다. 

이는 오 지사가 추진 중인 건강주치의 제도와 맥을 같이한다. 일차의료 중심 의료체계를 구축하는 내용이다. 건강주치의 제도는 의료 소외지역의 65세 이상 어르신, 장애인, 아동을 대상으로 포괄적 건강관리를 담당할 주치의를 지정해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이다.

제도가 도입되면 지역주민이 주치의를 선택해 등록한 후 건강위험 평가, 만성질환 관리, 건강검진, 예방접종, 건강교육, 전화상담, 방문진료 등의 포괄적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제주도는 이 제도를 통해 지역사회 주민들의 일차 의료 접근성을 높이고, 환자의 생활습관과 건강상태를 지속적으로 파악하는 주치의가 건강관리와 질병 치료에 대해 폭넓게 책임지게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윤석열 정부에서는 해당 사업계획이 구체적이지 못해 기존 국가의료서비스 및 건강보험 사업 등과 차별성이 낮고 유사·중복성이 크다는 이유로 협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복지부 장관과 협의를 거쳐야 하는데 불발되면서 예산을 사용하지 못하게 된 것이다. 

복지부는 등록관리 환자에 대한 주치의 건강관리 방안 등 구체적 시행 방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 주치의 사업 인센티브 방식이 특정되지 않았고 주치의 1인당 1000명 이상을 관리할 수 있는 세부 시행계획을 제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예산이 전액 삭감되며 물 건너간 듯했지만, 제주도는 포기하지 않고 재추진 의사를 밝혔다. 선거 운동 과정에서 제주를 찾은 이재명 대통령에게 건강주치의 제도를 공약으로 제안키도 한 것으로 알려진다.

사회보장기본법에 따르면 지방자치단체장이 사회보장제도를 신설하거나 변경하는 경우 영향 및 운영방안 등에 대해 복지부장관과 협의를 거쳐야 한다. 

이 대통령은 복지부 협의 문제를 두고 국가가 예산을 지급하지 않는데 국가로부터 협의를 받아야 하는 문제에 대해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을 내비친 것으로도 전해졌다. 이에 제주도는 보건정책과에 '건강주치의팀'을 신설해 제주형 건강주치의 제도 시범 운영 준비에 나섰다.

아플 때마다 불안에 떨어야 하는 제주도민들에게 지역 완결형 필수의료 체계 구축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적인 과제다. 상급종합병원 지정을 통해 전체 의료 인프라를 끌어올리고 건강주치의 제도와 같은 일차의료 중심 의료체계를 구축, 안정적인 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있을지 '공공·필수·지역 의료 공공성 강화'를 공약한 새정부의 움직임에 도민들의 시선이 집중된다.